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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인터뷰] 미카 "사랑 노래는 이미 수백만 개나 있는데, 왜 계속 나오는 걸까요?"

  • 박수진
  • 입력 2015.05.23 05:39
  • 수정 2015.06.01 14:35

미카(MIKA)의 한국 방문은 2009년 첫 단독 콘서트 이후 벌써 5번째다. 한글로 남기는 트윗도, 한국 팬들의 떼창과 이벤트에 감명받는 일도 처음이 아니다. 6월 새 앨범 No Place In Heaven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24일 일요일에는 9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설 미카를 며칠 앞서 만났다.

- 어떻게 지냈어요?

= 잘 지냈어요. 항상 그렇듯이 바빴던 것 같아요. 지난 2년 동안은 특히 여러 가지를 했어요. 예전에는 그냥 안 하겠다고 거절했던 여러 기회에 가능성을 열고 있거든요. TV에도 출연하고,(*미카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랑스의 The Voice이탈리아의 X Factor에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이다) 누나와 항상 계획해오던 디자인 스튜디오를 드디어 열었고요. 아직 못 끝냈지만 올해 안에 책이 나올 예정이에요. 스와치와 새로 콜라보레이션한 컬렉션도 곧 나와요.

예전에는 주의를 흐트러트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지 않았던 일들이었는데, 사실은 그것들을 모두 거절함으로써 나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었더라고요. 하고 나니 그 모든 게 좋은 에너지가 됐어요.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많이 갖게 됐으니까요. 이런 카오스가 엄청난 에너지가 돼요.

무슨 일을 하든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삶의 사적인 부분도 일의 일부가 되게 마련이니까, 재미있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을 거예요.

- 그래서 재미있게 하고 있나요?

= 그러려고 항상 노력해요.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보면, 그것들 사이의 차이점이 없어 보일 때가 많아요. 창작력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안 들고요. 모든 일이 하나의 동일한 창조적 에너지로 엮이는 것 같아요. 그런 기회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큰 에너지가 생겨요. 돌아보면 과거에 그런 기회들을 거절했던 건 두려움 때문이었거든요.

- 올해 나올 책은 어떤 내용이에요?

= '우연한 낙관주의자(accidental optimist)'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제목을 갖고 있어요. 제 개인사를 현실 그대로 담은 부분도 있고, 완전히 판타지인 부분도 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둘이 구분되지 않아요. 읽는 사람들을 제 삶, 제 이야기, 그리고 제가 세상을 보는 관점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책이에요. 제 눈으로 보고, 제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 '존 말코비치 되기'처럼요. 초현실적이고 어두운 유머 감각이 있어요.

- 책 제목에 들어가는 것처럼 자신이 우연한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해요?

= 네, 저는 우연한 낙관주의자예요.

-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게 뭔가요?

= 저의 세상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광적인 걸 의미하는 건 아니고요. 가사 속에 메시지를 담고 곡을 만드는 일 자체가 시각적으로, 미적으로, 음악적으로 저 자신을 쌓아가는 일이에요. 프로젝트를 거듭할수록 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게 제가 이루고 싶은 거예요. 상당히 이기적인 목표죠.

판타지, 컬러, 어두운 유머가 한데 섞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영역의 경계를 넘어서요. 예를 들면 제가 하거나 만든 공연, 투어, 앨범, 일러스트, 책, 이런 것들이 다 하나의 같은 사람, 하나의 매니페스토로 합쳐진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의 재미도 같이 가져갈 거예요. 나이가 들어가는 매 순간 계속해서 그 일을 해갈 거예요.

Last Party, 2015

- 자신의 곡 중에 가장 강렬하고 호소력 있는 곡이 뭐라고 생각해요?

= 신곡 중에 Last Party라는 곡이 있어요. 뮤직비디오가 단순하면서 아주 아름다워요. 나쁜 일이 생겼거나 삶의 전환점을 맞았을 때 느끼는, 엄청난 슬픔과 희열 같은 복합적인 감정은 정말 묘사하기 어려운데요. 그걸 음악으로는 표현하기가 더 쉬워요. 직접 라이브로 부를 때는 더 힘이 있고요. 또 Origin of Love는 자신감과 행복감이 가득한 곡이에요.

내가 만든 음악이 나보다 더 창조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Last Party도 그렇고, Origin of Love도 그렇고요. We are Golden이 그렇고, Grace Kelly가 그래요. 나 자신보다 더 창조적인 곡들이에요.

Origin of Love, 2012

We are Golden, 2009

제가 언제나 음악을 만드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의 나보다 음악을 만들 때의 내가 더 창조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창조적일 때 더 편안한 기분이 드니까요. Origin of Love 같은 곡은 공연에서 부를 때면 굉장한 임팩트가 있어요.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음악 안에 내던지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파워풀해요.

- 20일에 나온 '베니티 페어' 이탈리아판 인터뷰에서 LGBT와 평등을 언급하면서도 창작에 관해 이야기했던데요.

= 곡을 쓰는 것, 책을 쓰는 것, 조각을 만드는 것. 모두 현실을 모방하고 개인의 관점을 표현하는 일이에요. 예를 들면, 사랑 노래가 아주 많잖아요. 사랑 노래는 이미 수백만 개나 있는데, 왜 계속 나오는 걸까요? 이전의 노래들이 포착해내지 못한 각자의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현실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요.

위대한 예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영혼에 한 걸음 들어설 수 있게 해줄 때예요.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마찬가지죠. 누군가의 영혼에 들어선다는 것은 그 사람과 일종의 공모 관계를 형성한다는 거예요.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던 어떤 사람이 가진 사랑, 다른 감정들, 증오, 잔인함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꼭 거기에 동의하게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이걸 통해서 관용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예술을 통해 평등을 이뤄내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평등을 이뤄냈을 때의 결과가 모두 이런 맥락이에요. 어느 한 곡이 그 자체로 선언문, 매니페스토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성적 지향만이 아니라 모든 문제에서의 평등을 말하는 거예요.

예술은 ‘열망’이에요. 물질적인 열망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 가까워지려는 열망이요. 예술을 통해서 자기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그걸 보고 그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관용을 끌어내고, 그 결과 우리가 인생의 모든 단면에서 평등을 받아들이고, 지킬 수 있게 되는 거죠.

- 한국에서 공연 끝나고 뒤풀이는 어디로 가요?

= 클럽에 가면 저는 술도 안 마시고 약도 안 해요. 좋아하지 않아요. 후유증을 겪고 싶지 않아서요. 대신 스니커즈에 티셔츠 차림으로 날이 밝을 때까지 춤을 춰요. 서울에서는 클럽에 가보지 않았는데, 듣기로 몇 곳은 세계적으로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올해에는 가보려고요.

- 어딘지 아세요?

= 한 군데 가보라고 들은 데가 있는데… 두 번째로 좋은 클럽이래요. 항상 두 번째로 좋은 클럽에 가야 해요. 두 번째로 좋은 식당처럼 두 번째로 좋은 데가 항상 좋아요. 사랑 받기 위해서 열심히 하잖아요. 사람이랑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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