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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 몸 만지고 성추행 방관한 교수…이화여대에서도 #미투

이화여대 조소전공 성폭력비상대책위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뉴스1

서울예대·한국외대·동덕여대 등 대학내에서도 교수들의 제자 성폭력 폭로가 터지는 가운데 이화여대 미술대학에서도 미투 폭로가 나왔다.

20일 이화여대 조소전공 성폭력비상대책위는 같은 대학 조형예술학부 조소전공 ㄱ교수의 성폭력 사건을 폭로하고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에 동의한 조소전공자 졸업생 29명 실명도 함께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이화여대 조소전공 성폭력비상대책위 페이지에서 조형예술학부 ㄱ교수가 제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제보 2건을 공개했다. 이화여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대학원생 출신이라고 밝힌 ㄴ씨는 ㄱ교수가 학부생들과 대학원생, 그리고 교수들이 함께 한 학과 엠티(MT)에서 자신을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ㄴ씨 “(ㄱ교수는) 제 옆에 앉아 제 종아리를 주물럭거리며 만졌고, 긴히 할 말이 있는 것 같이 귓속말을 하는 척하며 제 귀에 자신의 코와 입술이 닿게 입김을 불어넣으며 제 작업이야기를 했다”며 “귀에 닿는 입술과 입김이 말할 수 없이 불쾌했지만 어떻게 싫음을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엠티 분위기를 깰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ㄱ교수가 ㄴ씨 말고도 다른 제자들의 몸도 만졌다고 주장했다. ㄴ씨는 또 ㄱ교수가 수업시간에 “유명한 큐레이터 꼬셔서 좋은데서 전시해라, 내가 여자면 성공할 자신있는데 너희는 왜 못하냐” 등 여성 작가를 성적 대상화하거나 “정치적인 사람이 돼야 작가로서 성공한다” 등 교육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하기도 했다.

ㄴ씨는 이어 ㄱ교수가 주최한 술자리에서 ㄱ교수의 제자들이 그의 지인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방관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사진작가 배ㅇㅇ씨가 선배의 온몸을 만졌고, 선배가 불편함을 표시했지만 ㄱ교수는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다. 그 웃음과 그 자리의 의미를 나중에 알게됐다“며 “‘너희도 배ㅇㅇ 선생님께 허벅지 좀 내어드려야 인생의 의미를 알텐데’라고 말한 교수의 뜻도 함께 말입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제보에서 자신을 이화여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ㄷ씨는 대학 선배의 전시 뒤풀이에 참석했다가 ㄱ교수의 지인으로 참석한 사진작가 배ㅇㅇ에게 성추행 당해 ㄱ교수에게 이야기 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이런 일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ㄷ씨는 “배씨가 내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다가 엉덩이를 주물렀다. 어떻게 감히 지인의 제자를, 지인이 보는 앞에서 추행할까 당황스럽기만 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조소전공 성폭력비상대책위

 

ㄷ씨는 이어 “잘 나가는 작가들을 소개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재학생 또는 졸업생을 학교 외의 공간에서 성폭력에 노출시키는 교수가 계속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대책위는 두 제보에서 언급된 배아무개씨가 서울예대 교수시절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것으로 폭로된 사진작가 배병우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날 미술대학 내 성폭력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ㄱ교수 관련 폭로글이 올라와 졸업생들로서 더 이상은 묵인할 수 없어서 페이스북에 제보 페이지를 만들고 공론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현재 추가 제보가 5건 이상 있고, 10여년 동안 피해자는 그 이상인 것으로 보고있다”며 “ㄱ교수는 예술작가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 방향을 지시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집단 내 분위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하고도 말 못하고 있었지만 더이상 참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는 “학교에서 진상규명에 나서 학생들이 납득할만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문화예술계 성폭력반대 단체들과 연대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ㄱ교수는 오후 2시로 예정된 공간설치 강의 20분 전 ‘건강상 이유로 휴강한다’고 학생들한테 공지한 뒤 휴강했다. '한겨레'는 ㄱ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학교쪽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며 성폭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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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MeToo #이화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