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8년 03월 09일 16시 58분 KST

정봉주가 '대학생 성추행' 폭로에 이틀 만에 내놓은 입장

같은 날, 폭로자가 7년 전 친구에게 보낸 메일에서 "정 의원이 입을 맞추었다"고 했던 증거 자료 또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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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의원이 9일 입장문을 내어 자신이 과거 강연에서 만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미 이명박 정권에 의한 정치적 음모에 시달려온 제 입장에서, 이번 보도는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 전 의원은 입장문에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예정대로 출마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 전 의원이 보도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놓자 성추행 의혹을 최초 보도한 ‘프레시안’은 후속보도를 통해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공개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1시30분께 내놓은 입장문에서 앞서 7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이 보도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만 정 전 의원의 반박은 프레시안이 성추행이 일어난 날로 보도한 2011년 12월23일의 행적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향후 또다른 진실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입장문에서 그는 “프레시안 ‘나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 당했다’ 기사에서는 현직 기자 ㄱ씨가 2011년 12월23일(당시 대학생) 여의도 소재 렉싱턴 호텔 룸에서 정봉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며 “2011.12.23. 저는 렉싱턴 호텔 룸을 간 사실이 없고 렉싱턴 호텔 룸에서 A씨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날 ㄱ씨만이 아니라 그 어떤 사람과도 렉싱턴 호텔 룸에서 만난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 전 의원은 “기사에는 2011년 12월23일 어느 시간대에 호텔 룸에서 저를 만났는지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2월23일을 전후한 행적을 다음과 같이 상세히 소개했다.

○ 제 사건에 관해 2011. 12. 22.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습니다 . 당일 검찰이 제게 1 차 출두요구를 하였습니다 .

○ 저는 2011. 12. 22.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 나는 꼼수다 ” 방송을 녹음하고 멤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

○ 검찰은 제게 2011. 12. 23. 오전 10 시까지 출두하라는 내용의 2 차 요구를 하면서 , 수사관 5 명을 제 자택으로 파견하였습니다 .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 저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전에 민변 사무실을 방문하여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고 ,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

○ 그런데 바로 이 날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하계동 소재 을지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 저는 오후에 민변에서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을지병원으로 바로 이동해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

○ 이 무렵 검찰은 저에 대한 강제 구인을 계속 시도하고 있었는데 , 결국 최종 출두 일자를 12. 26. 오후 1 시로 확정하였습니다 . 한편 이 사실은 제게 통지되기 전에 먼저 언론에 보도되었고 , 저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 이후 저는 계속되는 강제 구인 등 검찰의 이례적인 태도에 분노하는 한편 두려운 마음도 있어 주로 “ 나는 꼼수다 ” 멤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 그들과 같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중 늦은 오후 명진스님이 찾아 와 손수 쓴 글 “ 탈옥하라 정봉주 ” 와 책 , 편지 및 염주를 주고 간 사실도 있습니다 . 이후 저는 “ 나는 꼼수다 ” 멤버들과 인근 고기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

○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최 00 이 그 날을 전후해 저와 동행하였고 , 제 사진을 수시로 촬영하였습니다 .

○ 또한 저는 언제 강제 구인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혼자서 누군가를 만나러 갈 여유가 없었고 ,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

그는 또 “성추행 주장 이외에도 위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이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한 뒤 정 전 의원이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는 등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걸 보며 괴로워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대목과 관련해, 그는 “제가 시민들에게 큰절을 한 것은 2011년 12월22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때였으므로 ㄱ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 12월23일 이전”이라고 반박했다.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러한 사정은 부수적인 것으로 사안의 본질은 아니겠지만, 기사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입장 표명이 늦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선 “이 보도로 인해 받은 충격이 어마어마해서 헤어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시간의 억울함을 딛고 서울시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선언하기 직전, 이번 기사가 보도된 것”이라며 “이미 이명박 정권에 의한 정치적 음모에 시달려온 제 입장에서, 이번 보도는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적기도 했다. 이번 보도의 내용과 보도시기에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정 전 의원의 입장문이 나오자 프레시안은 후속보도를 통해 피해자 ㄱ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와 증언을 공개했다. 특히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2011년 12월23일로부터 2주 가량 지난 2012년 1월5일 피해자가 친구에게 보냈던 전자우편 내용이 핵심 증거다. 프레시안이 공개한 전자우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 데 정 의원이 저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순간 놀라 그 사람을 밀쳐내고 나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정 의원은 온 국민을 대신해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감옥행을 2일 앞둔 날이었습니다. 부인을 포함한 가족들은 시름에 쌓여 있을 테고, 국민들 역시 정 의원을 지지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런 국민들 중 한 사람이었고요. 혼란스러웠어요. 호텔을 박차고 나오는데 제 존재가치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중략)

‘네가 마치 애인 같구나, 어느 언론사 전형을 진행 중이냐, 성형도 해 줄 수 있다, 일이 이렇게 풀리지 않으면 졸업도 축하해주려 했었다’는 그 사람의 말은 저에게는 모욕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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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프레시안은 피해자 ㄱ씨의 지인들로부터 “당시 정봉주가 자기 아내랑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고 싶다고 수감 날짜를 미뤘는데 정작 자기한테 그런 짓을 하더라”, “정봉주한테서 새벽에 문자가 왔다면서 그걸 보여줬는데 ‘와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등의 말을 들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의 입장문 발표에 이어 프레시안이 후속보도를 내놓으며 사건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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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이 9일 보도한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 추가자료.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가 사건 발생 보름 뒤 친구에게 보낸 것으로, "정 의원이 입을 맞추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7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그는 이번 입장문에서 출마나 불출마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마음가짐을 다잡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만 밝혔다. 15일 더불어민주당 복당 심사를 앞둔 가운데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기존에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등록했던 정 전 의원은 8일 ‘무소속’으로 고쳐 서류를 제출하기도 했다.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만큼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민주당 복당이 어려워질 경우 무소속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정 전 의원은 전 “제 입장 표명이 늦어져,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다”며 “저는 미투 운동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러한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저는 이번 프레시안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미투 운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