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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이후 실명을 걸고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정치권, 경찰, 대학교, 항공사 등 사회 전반에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2010년 법무부의 고위 간부였던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데다 인사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정치권, 경찰, 학교, 항공사 등 사회 전반에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피해 여성들은 가해 남성이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데다, 폭로 시 오히려 피해자의 의도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사회 전반의 문화로 인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정 국회의원 
이재정 국회의원 

1. 국회의원: ”변호사였던 13년 전, 성추행 겪었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 검사 이후 맨 처음으로 자신 역시 성폭력을 겪었다고 공개한 이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1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지현 검사 옆에 서려고 몇 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변호사였을 때도 못 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이라며 해시태그 ‘#Metoo’와 ‘#WithYou’를 언급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 의원은 2월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겪었던 피해를 좀 더 자세히 전했는데,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로펌 입사를 앞두고 있던 13년 전 겪었던 일이라고 한다.

″(성추행 가해자는) 취업을 하려고 했던 로펌의 대표였는데, 그 이후에도(성폭력을 행사한 이후에도) 그분은 계속 전화를 해왔습니다. 저의 거부 의사를 ‘거부’로 받아들이지 않는.

그분은 제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을 것이다...

피해 여성들은 명백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그 상황을 회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대해 공론화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저는 확신했습니다.

저는 다른 이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게 용감하게 나선 변호사였지만, 제 문제에서만큼은 피해자성을 드러내고 싸우기에는.. 여러 가지 불이익들이 너무 생생하게 상상이 돼서 사실 감행하지 못했습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월 2일

이효경 도의원 
이효경 도의원  ⓒ1

2. 도의원: ”남자 의원이 내 앞에서 바지를 벗었다”

이효경 경기도의회 의원은 1월 31일 “6년 전 상임위원회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 의원(남성)이 춤추며 내 앞으로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고 밝혔다. 

″나처럼 세고 무늬만 여자인 나도 거의 다반사로 성희롱을 당한다. 밤 10시에 노래방으로 불러내거나, 술 취해서 새벽 한 시에 전화해 사랑한다고 하고, 엉덩이가 왜 이렇게 크냐는 놈도 있고, 가슴 어쩌고 하는 XX도 있고..

6년 전에는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 의원이 춤추며 내 앞으로 어영부영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

잠시 당황.. 나와서 숙소로 갔다.

6년 전 일을 작년에야 남편한테 말했지.” (이효경 도의원 페이스북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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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찰 출신 기자: ”상관이 성희롱했으나, 그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임보영 뉴스타파 기자도 1월 31일 경찰청에 재직했던 2015년 12월 직속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임 기자는 곧바로 신고했으나 가해자는 징계를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고 이후 주변인들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전한다.

″성희롱 피해자의 70%가 조직을 떠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떠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서지현 검사의 용기와 판단이 부럽기도 하고 멋지다.

앞으로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오래전 마음속에 묻어둔 수치스러운 이야기 하나 꺼내봤다.” (임보영 기자 페이스북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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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학원생 ㄱ씨: ”지도 교수의 성희롱에 자퇴까지 결심했다”

한양대 대학원생 ㄱ씨는 남자 강사의 집요한 성희롱과 성추행에 이어 지도 교수인 남성의 성희롱을 겪은 뒤 자퇴까지 결심했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도교수가 집요하게 연락을 해 ”목소리를 듣고 싶다” ”오빠라고 생각해라”고 하는 등 선을 넘어선 행동을 했다고 폭로하며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소름끼치는 침묵과 주변의 비겁한 대응을 겪어왔다”고 말한다.

또한, ㄱ씨는 직장 내 성폭력을 폭로했을 때 업무 능력 등을 문제 삼으며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의심하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을 지적하며 A+로 가득 찬 자신의 성적 증명서도 공개했다.

″(자퇴하려던)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은, ‘언니, 저희는요’하는 다른 여자분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두 남자분의 성희롱 때문에 내려두었던 법서를 다시 집어 들고 기뻐하려고 합니다. 성적증명서를 첨부합니다만, 제가 성적이 행여 최하위권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꽃뱀이라든가 하는 모함의 증거로 쓰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상식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ㄱ씨 페이스북 1월 30일

 

5. 아시아나 항공 여성 승무원들: ”회장님이 회사 본관에 도착하면 달려가 안겨야 했다”

아시아나 항공에는 남자 승무원도 있지만, 유독 ‘여성 승무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매년 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세배를 하고 △매달 회사를 방문하는 박삼구 회장에게 달려가 안겨야 하며 △연례 가을 행사에서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장기자랑을 해야 했다는 것.

한겨레에 따르면, 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은 승무원들을 만나면 ‘내가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본관 1층에서 여승무원들을 불러놓고 20~30분 동안 껴안은 뒤 20대 초반의 갓 입사한 승무원 교육생들이 머무는 교육훈련동으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같은 관행에 대해 ‘회장님이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에 격려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서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서 터져 나오는 모양새이지만 한국 사회의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조직적인 고발은 2016년 10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바 있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문단_내_성폭력’을 비롯해 ‘OO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단 고발이 이어졌으며, 피해자들의 기록을 담은 책 ‘참고문헌 없음’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017년 5월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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