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28일 14시 36분 KST

트럼프 지지자는 동양인을 차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계속 ‘중국 바이러스‘로 지칭한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미국인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인종차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전역에 사는 1140명 이상의 성인의 정치 의견을 살펴본 연구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정확한 지식이 없고 과학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아시아인에 부정적인 태도를 더 많이 보인다고 발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속중국 바이러스‘로 지칭하는데, 이를 두고 비판론자들은 대통령이 코로나 대유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피하고자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를 ‘쿵(푸) 플루’라고도 부른 트럼프는 자신의 말이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을 겨냥했지 아시아계 미국인을 비하하거나 해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오하이오 대학 헤리티지 접골요법 의대 조교수인 버클리 프란츠에 따르면, 트럼프 주장은 말이 안 된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

″트럼프 대통령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쓸 때 미국 내 소수 인종과 민족을 바라보는 편견과 오해가 증가한다. 이 연구로 그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프란츠는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국 바이러스’와 싸우려고 함께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렵다면 많은 사람이 말하듯,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애국하는 방법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인 나보다 더 애국자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주민(AAPI 공동체)를 괴롭히고 공격한 사례를 수집해 온 지지단체들은 트럼프의 언어가 반아시아 정서와 외국인 혐오증을 더욱 부추긴다고 말했다.

스톱AAPI 헤이트’ 단체는 6월 3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기록된 아시아계 미국인 차별 사건이 3월 초부터 2,066건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그 사건 중 절반 이상의 가해자들이 ‘중국’ 또는 ‘중국인‘이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예를 들어, ‘중국으로 돌아가라’ 같은 말이었다.

 

동양인을 향한 편견

프란츠는 이번 연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하는 태도와 편견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직원 대부분이 동양인인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가능성은? 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에서 동양인 옆에 앉을 마음이 있는가? 동양인 고객이나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피한 적이 있는가? 또는 공공장소에서 의도적으로 동양인을 멀리 피한 적이 있는가?

위 질문 외에도 조사 대상자들이 과학 및 과학자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트럼프를 얼마나 신뢰하는지(신뢰도 0부터 10까지)도 물었다.

연구진은 트럼프 대통령를 신뢰할수록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나 ‘우한 바이러스’로 지칭하는 메시지에 대한 노출이 증가할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또한 과학을 경시하고 코로나19의 근원이 아시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게 외부 집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가설도 함께 세웠다.

연구 결과, 연구진의 두 가설 모두 옳은 거로 판명됐다. 중국 이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이탈리아이란에 관한 신뢰도는 중국 및 동양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조사 대상자에게 중국을 비롯한 동양계 사람 주변에 있을 때와 중국 이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한 다른 나라 사람 주변에 있을 때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비교 질문했다. 이 방법으로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주로 실제 수치와 상관없이 아시아계와 연관해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이 연구의 다른 공동 저자이자 오하이오 대학의 심리학과 조교수인 린지 Y. 다나니는 말했다. 

Jessica Christian/The San Francisco Chronicle/Getty Images
지난 2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커뮤니티에는 수백 명의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중국 커뮤니티를 겨냥한 인종차별에 항의했다.

미국내 증가하는 동양인 혐오 범죄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나니는 이번 연구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겪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근거 없이 비방당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일 힘들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 공격 중 몇 가지가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난 7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의 한 식당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한 기술 스타트업 대표가 옆에 앉은 동양인 가족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하다 적발됐다.

직원이 그 비하 발언을 한 남자에게 나가라고 하자, ”트럼프가 너희를 가만 안 둘 거야. 미국을 떠나”라고 말했다.

아래는 트위터에 올라온 사건의 영상이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이모의 생일을 축하하던  내 친구 조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어. 내 친구와 그의 가족은 단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는데 이 남자는 역겨운 인종차별 발언을 했어. 이런 인종 차별주의자는 존재해. 투표하자!”  -동양인 친구가 겪은 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린 존 

지난 7월 말,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에서 두 남자가 89세 중국계 미국인 여성의 뺨을 때린 후 불을 지르려 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항의가 열렸다.

동양인을 향한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해 뉴욕 경찰청은 ‘아시아 혐오 범죄 전담팀’을  발표했다. 그동안 많은 피해자가 언어 장벽과 경찰을 두려워해 수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뉴욕 경찰청은 말했다.

아시아 공동체에서도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뉴욕 차이나타운 주민 길버트 챈과 바바라 야우가는저소득 노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개인 안전경보기 500여 개를 나눠줬다. 그들의 캠페인을 ‘혐오로부터 안전해지기’라고 부른다.

″노인과 취약계층에게 안전장치를 나눠줘야 하는 이유가 너무 슬프다. 이런 조치로 그들이 장을 보거나, 산책할 때도 좀 더 안전하게 느끼고 편안하길 바란다”고 이 캠페인을 주도한 챈이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Safe From Hate
 ‘혐오로부터 안전해지기’ 캠페인

아시아계 커뮤니티와 지지자들의 노력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미국 참전용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SF 피스 콜렉티브’ 단체를 결성했다. 이들은 차이나타운 거리를 순찰하고 취약한 노인 거주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했다.

이 단체의 창립자 맥스 렁은 지난 3월 NBC 뉴스와 인터뷰하며 ”이런 활동은 지역 사회와 다른 사람이 능동적으로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고, 누구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해 준다. 그 누구도 두려움 속에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하다” 

그 누구도 두려움 속에 살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역 사회 내의 대응만으로 혐오 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코로나19를 말하며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아시아계 미국인이 희생양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중국 바이러스‘나 ‘우한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사용할 때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동양인을 비난하기 쉽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좌절과 고난을 겪을 때 탓할 누군가를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라고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 내에서 활동하는 필리핀계 심리학자 테레사 마스카르도는 말했다.

″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대유행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단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런 진실은 우리를 무력하게 하고 통제를 잃었다고 느끼게 한다. 이럴 때 남 탓을 하게 된다. 그게 더 쉽기 때문이다.”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에 맞서려면 미국인은 인종 차별 사건을 아시아계 미국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의 미국 성인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동양인 인종차별적이 더 흔해졌다고 답했다. 

″인종차별이 일어나면 행동을 하라. 방관자가 되지 말자.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행동해야 인종차별과 혐오를 멈출 수 있다”고 마스카르도는 덧붙였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