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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앓는 이유는 유전 때문일까?

정신질환이 의심되면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우선이다

ⓒmonkeybusinessimages via Getty Images

미국인의 약 20%가 정신질환을 적어도 한 번은 앓는다는 통계가 있다(한국은 25%에 가깝다). 그중의 반이 그 증세를 만 14세 이전부터 겪는데 ‘미국 정신질환연맹’에 의하면 만 24세 이전까지의 발병률은 75%에 달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거다. ”내가 그런 병을 앓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답은 간단하지 않다.

아래는 정신건강 관련해 당신이 알아야 할 유전적 및 심리적 상식이다.

정신질환을 결정하는 특정 유전자는 없지만 몸이 그런 성향을 내재하고 있을 수는 있다.   

과학자들은 정신질환과 확실한 연관이 있는 특정 유전자를 아직 밝히지 못했다. 유전자 표시가 있을 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카이저퍼머넌트의 ‘정신건강과 웰빙’ 담당인 돈 모데카이 박사는 ”매우 복잡한 그림이다. 과학자들이 특정 질환을 가리켜 ‘유전적’이라고 할 때는 관련된 유전적 원인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신질환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밝힌 유전자 표시 연구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질환에 취약한 성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유전적인 요소 때문에 발병률이 확률적으로 더 높다는 거다. 다만 꼭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후원한 한 2013년 연구에 의하면 다섯 가지 주요 정신질환은 -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조울증, 우울증, 조현병 -  모두 유전적 뿌리를 공유한다. 2015년 위스콘신대 연구에 따르면 붉은털원숭이 새끼는 부모로부터 불안감 증세를 내려받았다. 두 연구는 정신질환 세계의 유전적 관계를 암시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환경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이 확신하는 건 환경이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물론 영양부족, 마약중독, 사망, 이혼, 방치, 가족 관계 등 수많은 환경적 요소가 사람의 정신건강을 좌우한다.

모데카이 박사는 정신질환에 취약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부정적인 환경적 스트레스를 체험할 경우 그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90년대 중반에 발표한 놀라운 ‘유년기에 겪은 부정적인 체험 연구’를 예로 들었다. 모데카이 박사는 이 연구가 유년기의 학대와 방치가 성인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증명했다며 ”현재에도 유의한 연구”라고 말했다. 

CDC 연구팀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약 17,000명의 유년기 데이터를 검토했다. 자라면서 겪은 정신적, 심리적, 성적 학대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현재 상태와 건강에 비교했다.

위 연구에 대한 모데카이 박사의 평가다. ”대단한 결과가 발견됐다. 어릴 때 겪은 트라우마와 현재의 부정적인 건강 상태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년기에 겪은 부정적인 체험’ 횟수가 높을수록 조울증과 자살 충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적 질환과 질병을 앓을 위험성이 더 컸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생물학적 요소가 합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스트레스 특이체질 모델‘은 정신질환에 대한 또 하나의 설명을 제시한다. 린대(Lynn University) 임상 심리건강과의 조나단 스페리 교수에 의하면 이 모델은 개인의 정신질환 취약성과 ‘강력한 스트레스 원인’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돈, 직장, 공부, 부부, 가족, 건강 문제 같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에 취약한 성향이 합칠 경우 그 발병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빈곤도 정신질환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분자정신의학’에 게재된 연구에 의하면 어릴 때 없이 자란 사람은 부유하게 자란 사람보다 정신질환을 앓을 확률이 더 높았다. 연구 저자 중의 한 사람인 프린스턴대의 댄 노터맨은 빈곤층 어린이의 말단소체(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반복서열)가 일반인보다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양부족 같은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짧은 말단소체는 전체적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 44명을 관찰한 2011년 킹스칼리지대 연구에 의하면 유전적으로 똑같은 사람 사이에서도 ”비유전적인 요소가 질병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조울증과 조현증 환자를 조사했는데 이 두 가지 질병은 70%의 ‘유전가능성(inheritability)’을 지닌 정신질환이다. 그런데 이 연구에 응한 쌍둥이 형제 중의 한쪽만 조울증 내지 조현증을 앓았기 때문에 유전적 요소 때문에 발생하는 정신질환은 결론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결론은?

모데카이 박사는 가족 중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가족의 발병률도 함께 올라간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한 트라우마 없이 자란 사람의 경우 일상에서 특별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좋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별 문제 없이 살 수 있다고 했다. 

기억할 건 또 있다. 가족 병력이 없는 경우에도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신적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그러므로 지나친 고독, 불안감, 자해, 집착 등의 문제가 느껴지면 속히 대응해야 한다.

정신질환이 의심되면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우선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희망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과 수많은 사람이 이미 똑같은 여정을 걸었다는 점도 기억하자.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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