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하루가 아닌 3일' 스페인이 유럽 최초로 '생리 휴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휴가와 함께 학교에 생리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검토 중.

생리통(정혈통) 호소하는 자료사진
생리통(정혈통) 호소하는 자료사진 ⓒSimpleImages via Getty Images

 

현재 유럽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건휴가(생리 휴가)가 존재하는 곳은 없다. 스페인이 유럽 최초로 보건휴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루가 아니라 필요시 3일까지 보건휴가를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공식 보건 휴가와 함께 학교에 생리대(정혈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검토 중이며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표결 예정이다. 스페인의 평등 및 성폭력 부서 장관인 안젤라 로드리게즈 엘 피리치코는 ”누군가 심하게 아프면 병가가 주어진다. 심한 생리(정혈)통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면 보건휴가가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생리통(정혈통)으로 핫팩을 사용 중인 사람
생리통(정혈통)으로 핫팩을 사용 중인 사람 ⓒ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유럽에서 보건휴가 정책을 공식 시행하려는 건 스페인이 처음이지만 이미 일본, 중국, 대만, 잠비아, 그리고 한국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그리고 유럽 내 일부 사기업들에서도 따로 시행하는 곳은 있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있어도 보건휴가를 정작 쓰기 어려운 문화가 존재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대만의 한 포커스 그룹은 ”주위에서 보건휴가를 쓴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보건휴가가 있어도 병원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내야 하는 등의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쓰기 어렵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일본에서 보건휴가는 1947년부터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2016년 한 일본 여성은 더가디언과 인터뷰하며 ”보건휴가를 쓰면 ‘약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건휴가를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HUIZENG HU via Getty Images

 

심리학 교수 제시카 바낙-타블라리스는 스페인의 이런 시도에 ”보건휴가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혈을 둘러싼 편견을 없애는 게 우선 과제다”라고 말했다. ”정혈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혈 등에 영향을 주는 자궁내막증, 월경 장애,  만성질환과 같은 질병들이 생리주기에 악화될 수 있다. 그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단지 정혈을 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약하게 보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며 직장에 다니기 적합하지 않다는 사회적 편견을 마치 사실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생리통(정혈통)으로 고통받는 사람
생리통(정혈통)으로 고통받는 사람 ⓒbernie_photo via Getty Images

  

‘여성’이 아니라도 보건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한다

한 연구 중 바낙-타블라리스가 미국인들에게 ’보건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참가자들의 42%만이 보건휴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런 정책이 직장 내 복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남성에게 불공평한 정책이고, 일을 빼먹기 위해 정책을 악용해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바낙-타블라리스는 ”보건휴가를 여성만 쓸 수 있다는 조항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혈을 하는 사람이 모두 여성은 아니다. 정혈을 하는 사람 중 논-바이너리 또는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여성‘이 아니라도 보건휴가가 꼭 필요한 경우 강제로 고용주에게 ‘아우팅’(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당할 수도 있다. 즉, 보건휴가를 사용할 때는 어느 정도 비밀 보장이 돼야 한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Westend61 via Getty Images

 

바낙-타블라리스는 보건휴가 시행과 함께 사회적으로 정혈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휴가가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자유롭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