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 스페인 세계의 '의학 드라마' 7선

광렬 씨는 영원해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 드라마는 역시 ‘허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렬 아저씨는 영원히 채워줄 수 없는 공허함이 있었으니, 현대 의학 물의 상징인 ‘하얀 가운’이다. 소독약 냄새가 물씬 날 것만 같은 병동이나 포탄 터지는 전쟁터에서도 가운을 펄럭이며 뛰어다니는 의사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지니까. 요즘은 꽁꽁 싸매는 그 스타일마저 감탄하게 되는데, 고마운 마음 담아 선정해본 ‘의학 드라마’ 7선이다.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드 그레이아나토미 (2005~)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TV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된 의학 드라마다. 2005년 시즌 1을 시작해 2020년 현재 16시즌까지 방영되었으며 시즌 17도 확정 지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인턴에 불과했던 이들이 레지던트, 전문의로 성장했으며, 비행기, 자동차 등의 사고와 재난을 겪으며 병원의 주인이 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16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의학 드라마를 가장한 ‘사랑 이야기’라는 의견이 대다수이지만, 최근 시즌들은 사랑보다는 주인공 ‘메레디스 그레이’(Meredith Grey)의 ‘고단한 삶의 행군’으로 읽힌다.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를 성공시킨 극작가이자 제작자인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 여사가 앞으로 그레이 아나토미의 지속 여부는 그레이 역을 맡은 ‘엘렌 폼페오’(Ellen Pompeo)의 결정에 달렸다고 할 만큼 그녀가 이 드라마에 부여한 의미도 대단하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며 죽음 앞에서 또다시 일어나는 인간미 물씬 나는 그레이 외 의사들의 결말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드라마다.

‘그레이 아나토미 ’ 바로 보기 왓챠플레이 / 웨이브 / 넷플릭스

한드 하얀거탑(2007)

하얀거탑
하얀거탑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 드라마로 꼽는다. 허준이 최고인 이에게 하얀 거탑은 의사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무대만 병원인 정치 물이라고 보이지만 그것이 ‘하얀 거탑’ 의 매력이기도 하다. ‘봄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풍문으로 들었소’, ‘밀회’ 등 손대는 작품마다 흥행을 일으키는 ‘안판석’ 감독에게 2007년 ‘제43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연출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주인공 장준혁 교수, 김명민은 그해 태왕사신기 배용준에게 밀려 최우수상을 탔으나 안타까워할 것이 없는 게 다음 해에 ‘베토벤 바이러스’로 대상을 수상한다. ‘에덴의 동쪽’ 송승헌과 공동수상이긴 했지만.

사실, 하얀거탑은 현재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에 비해 시청률을 얻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완성도와 연기력을 바탕으로 후반부로 시청률이 올라갔으며 2018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방송되면서 5%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1960년대 나온 일본 소설을 각색해 만든 하얀 거탑은 인간의 권력적 욕망과 암투를 그려내면서 인간의 보편적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하얀거탑’ 바로 보기 왓챠플레이 / 웨이브

일드 바다 위의 진료소(2013)

바다 위의 진료소
바다 위의 진료소

매해 방영되는 드라마만 보면 일본은 ‘형사, 검사, 의사’를 좋아하는 나라라는 합리적 판단에 이른다. 한해에도 몇 개의 메디컬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으며, 그 인기도 남달라 3~6시즌씩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판 ‘하얀 거탑’이나 ’의룡’, ‘Doctor-X’, ‘JIN-진’, ‘코드불루’ 등 좋은 작품들이 많아 선정부터 난항에 빠진다. 그래서 가볍고 재미있으나 우리 나라에 덜 알려진 ‘바다 위의 진료소’를 선택해봤다.

바다 위의 진료소는 2017년 우리 나라에서도 방영된 바 있는 ‘병원선’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남자주인공인 ‘세자키 코타’를 맡은 배우 ‘마츠다 쇼타’를 보면 ‘뉴하트’의 지성을 떠올리게 된다. 아름다운 여인에 약하고, 금사빠 기질을 가졌으며 어딘가 가볍고 어수룩하지만 의술이 뛰어난 캐릭터다. 그런 그가 외딴 섬을 돌아다니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상 진료선 의사로 취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간호사 역의 배우 ‘타케이 에미’와의 러브라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오정세’ 스타일이 내 취향이라고 했던 여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바다위의 진료소’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여러분, 여러분은 하실 수 있잖아요. 데리고 와주세요.”

미드 굿닥터(2017~)

굿닥터(Good doctor)
굿닥터(Good doctor)

우리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미국에서도 흥행한 ‘굿닥터’(Good doctor)다. 미국 ABC 방송사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인기를 끌어 현재 시즌 3까지 방영됐다. 높은 완성도로 원작보다 뛰어난 리메이크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굿닥터와 마찬가지로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젊은 외과 의사, ‘숀 머피‘(Shaun Murphy) 가 미국 최고 병원에 채용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국내 버전과 설정상 큰 차이는 없지만 러브 라인은 기대와는 다르게 전개된다. 또한 드라마를 보면서 미국과 우리나라가 ‘장애’를 소재로 다루는 방식에 대한 많은 점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감동은 그대로다.

‘굿닥터 ’ 바로 보기 왓챠플레이

일드 언내추럴(2018)

언내추럴(アンナチュラル)
언내추럴(アンナチュラル)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를 다시 보게 되었던 드라마다. 예쁘고 연기 잘하는 스캔들 메이커라고 생각했던 편견 대신 정의롭고 따르고 싶은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은 법의학자인 주인공과 동료들이 시체를 통해 죽음 뒤에 숨겨진 의료 사고 등의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을 다룬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싸인’이나 ‘신의 퀴즈’와 비슷하지만, ‘언내추럴’(アンナチュラル)은 주인공이 ‘여성 법의학자’이기 때문에 겪는 성차별적 상황을 자연스럽지만 직접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피해 의식이 있는 강한 여성이 아닌 오히려 차분하고 명랑하며 가족관계가 좋은 인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현실성 있다는 평이다.

왓챠 평점이 무려 4.5점에 ‘젠더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평이 많은데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도 이런 점을 인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상에서 이시하라 사토미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이 밖에도 각본상,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작품이 방영된 2018년은 일본 미투를 이끈 기자 ‘이토 시오리’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며 일본 안팎으로 여성 인권 신장과 관련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해여서 수상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언내추럴’ 바로 보기 왓챠플레이 / 웨이브

미드 에일리어니스트(2018)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

사심으로 선택했다. 이들은 항상 갖춰진 슈트 차림이며 의학 물과 수사 물의 혼합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디컬 드라마가 꼭 피가 튀기는 ‘외과‘에 집중되는 것도 분배와 형평의 문제 아닌가(라고 우기기). 드라마 제목인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는 정신과 의사를 뜻하는 옛말로 사법 기관에서 일하는 정신의학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소설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를 원작으로 했으며, 1800년대 후반 뉴욕을 배경으로 연쇄 살인범을 찾는 정신의학자 라슬로 크라이슬러(Laszlo Kreizler)의 이야기다.

1896년 뉴욕에서 매춘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크라이슬러는 경찰국장을 설득해 자신의 조사팀을 결성한다. 크라이슬러 팀에는 ‘뉴욕 타임스’ 삽화가와 뉴욕 경찰국 최초 여성 직원이 동참하는데, 해당 역할에 ‘다니엘 브륄(Daniel Bruhl)‘과 ‘루크 에반스(Luke Evans)‘, ‘다코타 패닝(Dakota Fanning)’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해있다. 역시 넷플릭스의 자본력에 감탄하게 되는 캐스팅과 완성도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에일리어니스트’ 바로 보기 넷플릭스

스드 전쟁의 시대(2020)

전쟁의 시대(Morocco : Love in Times of War)
전쟁의 시대(Morocco : Love in Times of War)

요즘 ‘종이의 집’으로 스페인 드라마, 스드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 추천할 ‘전쟁의 시대’도 스페인에서 만들어졌다. 병원에서 중요한 인물이 의사만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간호사’ 중심의 전개다.

1921년 북아프리카 ‘리프 전쟁’에 스페인이 참여하면서 참전 군인의 치료를 위해 마드리드 상류층 여성들이 간호사의 사명을 띠고 모로코 북부 지역으로 파견된다. 주인공인 훌리아(Julia)는 동생과 약혼자를 찾기 위해 의학적 지식 없이 해당 지역으로 떠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전쟁 속 로맨스라는 흔한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의사가 아닌 간호사의 시점으로 그리고, 당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볼만한 시대극이다.

‘전쟁의 시대’ 바로 보기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