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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에 로고 뒤집었던 맥도날드, 역풍 맞은 이유

일부 활동가, ‘맥도날드의 시스템은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 김태성
  • 입력 2018.03.09 16:34
  • 수정 2018.03.09 16:37

맥도날드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리기 위해 자사의 상징인 골든 아치 ‘M’을 ‘W’로 뒤집은 일에 대한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8일 맥도날드는 <시엔비시>(CNBC)에 “전 세계 여성들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린우드(Lynwood)지점의 로고 간판을 ‘W’로 뒤집었다. 맥도날드는 “미국 맥도날드 10곳 중 6곳의 매니저가 여성이다. 우리는 (조직 내)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맥도날드의 이런 마케팅은 곧바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일부 활동가들이 ‘맥도날드의 시스템은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시민운동가인 네이트 러너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봐요. 맥도날드. 이런 싸구려 홍보를 할 게 아니라 진짜로 뭔가를 좀 해봐요. (최저임금 대신) 생활임금을 준다든지”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맥도날드가 최저임금 인상을 줄곧 반대해 온 사실을 근거로 이 회사의 이중성을 들춰냈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층, 특히 여성에게 무척 민감한 이슈다. 미국 노동부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64.3%가 여성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게 미국 노동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맥도날드가 30개 주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로비를 벌여온 미국 레스토랑 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의 주요 회원이라고 밝혔다. 또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맥도날드가 지역 단위에서 최저임금을 올리고자 하는 몇몇 도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2016년 맥도날드 최고경영자 스티브 이스터브룩이 1540만달러(약 164억원)의 연봉을 챙길때 계산원들은 겨우 1만7000달러(1800만원)를 벌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주마다 다르지만, 연방 기준으로는 시간당 7.25달러(약 7700원)다. 그러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에이미 글라스마이어 교수의 연구를 보면, 텍사스 주에서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 수준의 임금(생활임금)은 1인 가족의 경우 시간당 약 12달러(약 1만3000원)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4인 가족은 생활임금이 시간당 15달러(약 1만6000원)다. 두 명의 아이를 둔 미혼모가 최저임금(7.25달러)만으로 생활하려면 일주일에 135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미국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맥도날드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0달러도 되지 못한다. 이는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최저임금 11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켄달 제너의 펩시 광고에 등장하는 장면. 펩시 콜라를 든 켄달 제너가 평화를 만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켄달 제너의 펩시 광고에 등장하는 장면. 펩시 콜라를 든 켄달 제너가 평화를 만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pepsi

한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맥도날드의 여성의 날 이벤트에 대해 기업이 ‘사회 정의’(social-justice)를 마케팅 도구로 삼았다가 역풍을 맞은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펩시는 지난해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오마주한 모델 켄달 제너의 광고를 내보냈다가 ‘감각이 떨어진다’(tone-deaf)는 비판을 받고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2016년 7월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지역 검시관에 의해 가슴과 등에 수차례의 총상을 입고 사망하는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흑인 여성 아이샤 에반스가 진압대 앞을 막아서는 장면을 재현했다. 소비자들은 이 역사적인 장면을 켄달 제너가 펩시를 들고 진압대에게 다가가는 장면으로 가볍게 치환한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브루독’의 핑크 아이피에이.
‘브루독’의 핑크 아이피에이. ⓒbrew dog

최근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강자 브루독도 ‘핑크 아이피에이’(Pink IPA)라는 제품을 출시하며 여성 고객에게 정상가의 80% 값에 판매하는 마케팅을 펼쳤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 회사는 해당 마케팅이 회사의 가장 유명한 맥주 상표인 ‘펑크 아이피에이(Punk IPA)’를 패러디한 일종의 ‘풍자’라며 “편견이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으나 “동기는 좋지만 실행 방식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이라면 ‘핑크’라는 특정 색을 선호할 것이란 편견이 여전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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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여성인권 #최저임금 #남녀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