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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동료 기자 성향 분석 '블랙리스트' 작성한 기자 해고를 '무효'로 판결했다

법원은 문건 내용대로 인사가 실행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 허완
  • 입력 2020.09.06 10:59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MBC 본사 ⓒ뉴스1

동료 기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블랙리스트’를 작성, MBC 전임 경영진에게 넘겨 해고된 전 MBC 카메라 기자가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 이예슬 송오섭)는 권모 전 MBC 카메라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권씨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며 ”못 받은 임금 8000만원과 더불어 복직시킬 때까지 월 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2018년 1월부터 두 달 동안 ‘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감사를 진행한 MBC 감사국은 지난 4월2일 “MBC 전임 경영진이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아나운서 성향분석‘, ‘방출 대상자 명단’을 마련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발표했다.

결국 MBC는 같은해 5월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든 당사자로 지목된 권씨를 해고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권씨는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다.

하지만 검찰은 권씨가 만든 문건은 단지 의견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고, 그 문건이 실제로 전임 MBC 경영진에 넘어가서 인사 불이익을 주는 데 사용되진 않았다고 봐 무혐의 처분했다.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는 권씨의 해고 사유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 △블랙리스트 문건에 기초해 작성한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한 점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명예훼손·모욕죄를 저지른 점 등 3가지 중 인사권자에게 보고한 점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자칫 블랙리스트 문건대로 실제 인사가 이뤄지거나 내외부로 유출될 경우 예상가능한 회사의 복무질서 문란, 근로자간 인화결속 저해 등을 감안할 때 그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 기자가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 점도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 복무질서를 어지럽힌 점만으로 해고를 한 것은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권씨는 블랙리스트 문건과 인사이동안 내용을 제3노조 핵심 구성원이던 선임급 카메라기자에게 공유하고 사내 인트라넷 개인 서버에 보관했을 뿐”이라며 “5년 동안 이를 내외부에 유출시킨 바 없고, 그 내용대로 인사권이 실행됐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권씨는 2012년도 제1노조 주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노조 소속 직원들로부터 소외되는 등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자, 이들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등을 갖게 된 상태에서 원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문건 및 인사이동안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무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징계 사유만으로는 고용관계를 더이상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위행위 정도가 중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해고는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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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법원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