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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을 아주 난처하게 만드는 이학수의 진술이 공개됐다

이명박이 부인해온 혐의 관련 자수서가 재판에서 공개됐다.

  • 손원제
  • 입력 2018.07.10 15:40
  • 수정 2018.07.10 17:56
지난 5월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 5월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 다스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받았다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전 부회장은 미국 소송 지원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보고했고, 이 회장 특별사면을 위해 약 68억원의 소송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의 심리로 10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와 검찰 조서 등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 혐의 관련 증거를 공개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은) 미국 에이킨 검프에 근무하던 김석한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법률 소요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납부하게 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가 사무실에 찾아와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만났는데, 대통령 돕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 도움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거라고 제안했다. 대통령도 삼성이 그렇게 해주면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요양을 위해 떠났던 미국에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수서를 제출했다.

지원 이유에 대해 이 전 부회장은 “삼성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법률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 회사에 도움되지 않겠나 기대를 가진 게 사실”이라며 “삼성이 이건희 회장 사면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는 당연히 청에도 전달됐을 거라 생각하고, 사면에 조금은 도움되지 않겠나 기대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대통령이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김석한 변호사에게 이건희 회장의 사면이나 동계올림픽 유치 문제 등에 대해 얘기했을 수 있다”고 이 전 부회장은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해 하는 거라 믿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이라 판단해 후회 막급하다”고 자수서에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석한 변호사의 제안을 듣고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해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그때 재판받느라 경황이 없었고, 청와대 요청이라는데 무조건 안 할 수 없어 이건희 회장의 결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갔다. ‘(이 회장이) 청와대가 하라면 해야 하지 않겠나, 지원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전 부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당연히 사면복권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사면만 이유로 지원한 건 아니지만 (청와대에) 협력하면 여러 가지로 대통령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를 거쳐 기소돼 배임과 조세 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이건희 회장을 2009년 12월 ‘단독 특별사면’했다. 이귀남 법무부 당시 장관은 1인 특별사면 이유로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자격을 회복해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약 67억7402만원을 다스가 비비케이(BBK)를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한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첫 재판에서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적이고 모욕”이라며 삼성 뇌물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은 “김석한 변호사가 ‘이학수 부회장이 에이킨 검프 소송 비용을 추가해줄 테니 그 돈으로 대통령을 도와주라고 했다’고 이 대통령에게 말했다”는 ‘40년 집사’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진술과 겹친다. 김 전 총무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학수 부회장이 2008년 4~6월께 청와대에 찾아와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 안나지만 삼성의 입장을 설명하고 앞으로 잘 모시겠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밝혔다. 김 전 총무기획관이 작성한 2009년 10월 ‘브이아이피(VIP) 보고사항’ 문건을 통해서도, 이 전 대통령이 삼성 지원으로 다스 미국 소송 비용을 충당한다는 보고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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