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인이자 인권운동자 마야 안젤루의 모습이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25센트 동전에 새겨졌다

"여자가 일어설 때, 그는 자신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마야 안젤루

마야 안젤루
마야 안젤루 ⓒ게티이미지

“당신은 매정하고도 왜곡된 거짓말로 나에 대한 역사를 기록할지 모릅니다. 당신은 나를 먼지 구덩이에 짓밟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먼지처럼 일어날 겁니다.”

미국의 시인, 소설가이자 인권운동가 마야 안젤루의 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어서리라’ 중 일부분이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로 역사에 기록되는 대신, 먼지처럼 일어나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역사적인 순간 

미 조폐국이 마야 안젤루의 얼굴이 새겨진 쿼터 동전(25센트-약 300원)을 지난 10일 정식으로 발행했다. 흑인 여성의 얼굴이 처음으로 미국 화폐에 새겨진 순간이다. 동전 속 안젤루는 팔을 환하게 벌리고 있으며, 그의 뒤에는 일출 속에서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새가 함께하고 있다. 각각 안젤루의 작품 ‘일출’과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에 영감을 받았다. 

마야 안젤루가 새겨진 동전
마야 안젤루가 새겨진 동전 ⓒ미 조폐국

해당 동전은 ‘미국 여성 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미국의 발전에 기여한 여성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자넷 옐런 재무장관은 당일 성명문을 통해 “화폐를 새로 디자인할 때마다,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사회로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등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 동전을 통해 마야 안젤루를 포함한 미국 여성들의 훌륭한 기여를 기념하고 축하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의 25센트 동전들은 다양한 모양으로 발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안젤루 외에도 최초 여성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 체로키 부족의 최초 여성 족장 윌마 맨킬러 포함 총 다섯 여성의 얼굴이 올해 더해질 예정이다.

마야 안젤루
마야 안젤루 ⓒAP통신

마야 안젤루 

마야 안젤루는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 각지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하다.

오프라 윈프리와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자신의 인생 멘토로 안젤루를 꼽는가 하면, 배우 엠마 왓슨 또한 2016년 ‘엄마, 나 그리고 엄마’라는 그의 책을 100권가량 뉴욕의 지하철역에 숨겨 놓는 이벤트를 함으로써 당시 힐러리의 당선이 실패되어 좌절했던 미국 페미니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준 적 있다. 그는 당시 “포기하지 말라”며 “남한테 휘둘려서 네 생각을 바꾸면 안 된다”는 작품 속 안젤루의 메시지를 전했다.

클린턴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하는 안젤루
클린턴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하는 안젤루 ⓒ클린턴 도서관

하지만 안젤루의 인생이 언제나 영예로웠던 것은 아니다.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집에 맡겨졌던 그는 4년 후 어머니와 재회하게 되었지만 얼마 후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안젤루는 5년 동안 실어증을 앓게 되었다. 불행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 안젤루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었고, 돈을 벌기 위해 웨이트리스, 트럭 운전사, 스트립 댄서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아들을 키워야 했다.

안젤루에게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
안젤루에게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 ⓒCharles Dharapak, AP통신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글이었다. 각종 매체의 편집자로서, 기자로서 글을 쓰기 시작한 안젤루는 1969년 자서전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아는 아네’를 출판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작가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고, 최초와 최고의 역사를 써내려간 장본인이 되었다.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당시 흑인 여성 최초로 축시를 낭독한 그는 2011년엔 군인만이 수상해오던 대통령 자유훈장을 민간인으로서 처음으로 부여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안젤루는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 앞에 놓여 있던 수많은 유리천장을 깨트렸다.

다음은 마야 안젤루가 남긴 명언이다. “여자가 일어설 때, 그는 자신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문혜준 에디터: huffkorea@gmail.com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글로벌 #여성인권 #엠마왓슨 #마야안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