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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 휴진' 쟁점 : 의사단체 주장과 정부 반박을 총정리했다

의사 협회와 정부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20년 8월 07일 서울에서 수천 명의 의대생과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 며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년 8월 07일 서울에서 수천 명의 의대생과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 며시위를 벌이고 있다.  ⓒGetty Images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 발표 뒤 한달여 동안 의-정 갈등 격화와 코로나19 확산세가 맞물리면서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질문과 답을 모아봤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왜 늘리려 하나?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2000년 3273명이던 정원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약분업에 강력 반발한 끝에 6년간 순차적으로 줄어든 뒤 그대로 유지됐다. 약 제조권을 약사에게 넘기는 대신 의사 수를 줄이라는 의사들의 요구가 관철된 결과 지난 20년간 3461명의 의사가 덜 배출됐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확대 규모는 당시 줄어든 정원을 되살리는 수준이다. 그것도 10년 동안 의료 취약지에서 중증(심·뇌·응급) 또는 필수 의료를 담당할 ‘지역의사’를 한해 300명씩 양성하고, 역학조사관 등 특수 전문분야나 의과학자를 100명씩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49명 정원의 공공의대, 정확히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신설해 공공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키워낼 방침이다.

공공의료가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현재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정책에 반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지만, 5년 전엔 달랐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서울대 의대에 용역비 1억원을 주고 맡긴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는 공공의료에 복무할 인력을 키워낼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며, 규모는 2020년 100명에서 2025년 7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의사 수가 늘면 의료의 질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기우다. 지역의사 규모를 3천명으로 설정한 데는 ‘덜 배출된’ 의사 수 말고도 근거가 더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 신고현황을 토대로 전국의 70개 진료권에서 추가로 필요한 중증·필수 의료 인력을 추산했다.

결론은 전문의 2260명, 일반의 998명 등 의사 3258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지역의사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 사람이 아니라, 꼭 필요한데도 ‘구멍’이 난 곳을 메울 의사를 확충한다는 취지다.

공공의대에는 별도 부속병원이 없어 ‘수술을 거의 접하지 못한 함량 미달의 의사가 배출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서울대 등 국립대병원과 국립암센터 등 유수의 기관을 수련협력병원으로 지정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2차급 종합병원인 지방의료원도 수련병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각 의대에는 학생들의 국가고시 준비를 위한 커리큘럼과 그 커리큘럼을 책임지는 교수들이 갖추어져 있어, 정원이 조금씩 늘어난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전국 수련병원 약 200곳의 전공의 정원이 (현재 의대 정원보다 1천명 가까이 많은) 4천명이나 되기 때문에 한해 400명씩 의대 졸업생이 더 나와도 수련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의사라 해도 의무복무 기간 이후 대도시로 떠나면 그만인데?

현재 정부가 정한 10년 의무복무 기간에는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 기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지역 복무 기간은 3~5년으로 짧다. 또 지역에 남고 싶어도 일할 만한 적정 규모 이상의 병원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엔 집단휴진 중인 의사뿐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 전문가와 시민단체도 공감한다.

하지만 이는 입법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 논의해 보완해야 할 일이지, 극단적인 집단행동까지 나설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일 낸 성명에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공병원 대폭 확충과 기존 공공의료기관 기능 강화 계획을 내놓고, 의사들은 무기한 집단휴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사가 8월 26일 수요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한 의사가 8월 26일 수요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SSOCIATED PRESS

 의사 늘린다고 내과, 외과 같은 ‘기피과’ 문제가 해소되나?

지역의사제로 선발되는 의대생 3천명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전공만 선택할 수 있다. 내과, 일반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취약지에 특히 부족한 분야 전공만 가능하다. 물론 지역 정착과 마찬가지로, 기피과 문제도 이것만으로 풀 순 없다. 정부가 좀더 정교한 대책을 내놔야 하는 대목이다.

다만, 의사단체에선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미 지금도 취약지 의사의 평균 연봉은 서울의 1.5배에 이르고, 연봉 3억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지방 의료원 사례도 있다. 

공공의대에 시·도 지사나 시민단체 추천인이 들어가는 건 불공정 아닌가?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은 ‘공공의대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공공의대는 수능 점수가 높은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다. 시·도 지사나 시민단체가 입학생을 추천한다며 ‘공정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협의해 국회에 발의된 공공의대법에는 시·도 지사, 시민단체 추천권 관련 언급이 아예 없다.

구체적인 선발 방식은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통상적인 입시에서 반영하는 시험, 학점, 심층면접 성적에 따라 선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공의료대학원 졸업 의사 3분의 1은 지역이 아니라 서울·경기에 배치될 것이란 주장을 두고도 “허위사실”이라며 “의료자원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 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한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문의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반대하며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전임의 파업으로 교수들의 진료부담이 과중해지자 이날부터 일주일간 내과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한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문의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반대하며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전임의 파업으로 교수들의 진료부담이 과중해지자 이날부터 일주일간 내과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뉴스1

 의사단체는 한방첩약 급여화도 반대하는데?

한방첩약 급여화는 안면신경마비, 65세 이상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등 3가지 증상에 대한 첩약에 시범적으로 1년간 건강보험 적용을 하고, 이후 정식 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해보자는 정부의 시범사업이다. 이는 의사단체도 포함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지난 8개월 동안 논의해 결정한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사안이다.

이제 와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과도한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를 철회하라는 것은 그간의 논의 경과를 무시하고 정부에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10명이 고발당했는데 너무 심한 처사 아닌가?

지난 28일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한 전공의 10명을 고발하면서 의사단체의 반발이 더 거세졌다. 밤샘 수술 등 업무에 나선 인원까지 잘못 고발하면서 복지부를 향한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는 이야기다. 복지부는 전공의 고발 과정에서 수련 병원 날인이 찍힌 ‘휴진자 명단’과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대조한 결과라며 ‘병원 쪽 실수’라고 해명했다.

또 이들 가운데 4명은 실제 근무한 사실 등이 추가 서류를 통해 밝혀져 고소를 취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발 과정의 혼선과 관련해 해당 병원이 사실과 다른 휴진자 명단을 제출하는 등 현장조사에 혼선을 야기한 책임을 묻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고발 남용’이 아니라며 현장조사 과정 중 착오에도 강경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의협도 맞불을 놓았다. 의협은 이날 ‘보건복지부 고발 전공의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의 근거로 삼은 의료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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