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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코로나 검사키트를 긴급 공수한 사연

연방정부에 도움을 호소하던 메릴랜드 주정부는 다급하게 한국 업체를 수소문해야만 했다.

  • 허완
  • 입력 2020.04.21 11:15
  • 수정 2020.04.21 11:36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브리핑을 열어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 확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아나폴리스, 메릴랜드주. 2020년 4월20일.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브리핑을 열어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 확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아나폴리스, 메릴랜드주. 2020년 4월20일. ⓒState of Maryland

‘미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많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검사키트는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누구도 해낸 적 없는 수준으로 (많은 규모로) 검사를 하고 있다.” 

래리 호건(공화당) 메릴랜드 주지사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뉴욕타임스(NYT)는 호건 주지사가 최근 한국 업체와의 협상 끝에 50만회 분량의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를 긴급 공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업체들과의 협상은 호건 주지사의 아내인 한국계 미국인 유미 호건씨가 맡았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최근 며칠 간 한밤중에 전화 통화를 해가면서까지 메릴랜드주의 검사소 두 곳에서 쓸 검사키트 확보에 나섰다고 NYT는 전했다.

계약은 성사됐고, 한국 업체 랩지노믹스가 생산한 검사키트를 실은 대한항공 KE9093편 여객기가 지난 토요일(18일) 오후 볼티모어워싱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승객은 탑승하지 않았다.

호건 주지사는 아내와 함께 공항에 나가 검사키트를 맞이했고,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을 20일 트위터에 공개했다. 

토요일에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과 나는 50만명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분량의 매우 중요한 LabGun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실은 역대 최초의 (직항편) 대한항공 여객기를 맞이하기 위해 볼티모어워싱턴공항에 나갔다.

이 국제적인 협력은 전례가 없는 것이며 놀라운 협력이 필요했다. 이 보이지 않는 공통된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원해준 우리의 한국 측 파트너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호건 주지사는 NYT와의 통화에서 ”운 좋게도 우리는 한국과 튼튼한 관계가 있었다”면서도 트럼프 정부를 겨냥한듯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게 이렇게 어려워서는 안 되는 거였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와 그의 아내 유미 호건이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싣고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특별 전세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년 4월19일.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와 그의 아내 유미 호건이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싣고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특별 전세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년 4월19일. ⓒState of Maryland

 

그가 얼마나 다급했는지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NYT는 이 검사키트에 대한 식품의약국(FDA) 등의 사용승인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쯤에서야 나왔다고 전했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 직원들이 FDA 승인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해서 나는 얼어붙었다”며 ”(하지만) 나는 그와 상관 없이 하여간 검사(키트)를 들여올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려고 한다.” 호건 주지사가 덧붙였다. 그는 다른 주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는 위중한 환자나 의료진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해왔다고 했다. 

앞서 호건 주지사는 19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모든 주지사들”이 연방 정부 뿐만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 모든 민간 업체들을 수소문해가며 검사키트 확보에 매달려왔다고 말한 바 있다.

″주지사들은 (코로나19) 검사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니까 검사를 하기만 하면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주지사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건 완전한 거짓입니다.” 그가 트럼프 정부를 에둘러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브리핑을 열어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 확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아나폴리스, 메릴랜드주. 2020년 4월20일.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브리핑을 열어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 확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아나폴리스, 메릴랜드주. 2020년 4월20일. ⓒState of Maryland

 

″메릴랜드주는 연방정부로부터 더 많은 검사키트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20일 브리핑에 나선 호건 주지사가 말했다. 그의 뒷편에는 성조기와 메릴랜드주기를 사이에 두고 태극기가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아내도 자리를 함께했다.

”안타깝게도 또한 우리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공급 업체로부터 검사키트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모든 주 정부들과 경쟁해야만 했습니다.” 호건 주지사의 말이다.

그는 이어 ‘오래가는 우정 작전(Operation Enduring Friendship)’이라고 이름 붙인, ”비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번 주말에 저희는 대규모 검사 계획의 게임 체인저가 될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그는 한국으로부터 공수한 50만회 분량의 검사키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검사를 실시한 다섯개주 중 네 개주의 총 검사건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를 긴급 공수한 미국 메릴랜드주의 '오래가는 우정 작전'에 관여한 관계자들이 대한항공 특별 전세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를 긴급 공수한 미국 메릴랜드주의 '오래가는 우정 작전'에 관여한 관계자들이 대한항공 특별 전세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tate of Maryland

 

″‘오래가는 우정 작전’은 이수혁 미국주재 한국대사에게 전화를 거는 데 제 아내에게 함께 해달라고 요청한 3월28일 토요일에 개시됐습니다.” 호건 주지사가 설명했다. ”우리는 메릴랜드와 대한민국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했고, 한국 측에 도움을 요청하며 개인적으로 호소를 했습니다.”

그는 이어 ”언어의 장벽과 13시간의 시차”를 극복해가면서 거의 매일 밤 이어진 ”셀 수 없는” 전화 통화와 협의 등을 통해 ”이 믿을 수 없는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수혁 주미대사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검사키트를 개발하고 생산한 랩지노믹스, 물류에서 지원을 해준 삼성SDS, 특별 전세기를 띄운 대한항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의 한국 측 파트너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메릴랜드주는 한국인들에게 믿을 수 없는 고마움의 빚을 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호건 주지사가 말했다. ”신의 가호가 메릴랜드주에, 대한민국에, 그리고 미국에 있기를.”

한편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는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의 설명대로 충분한 분량의 검사키트가 확보되어 있는 게 사실이라면, 왜 메릴랜드주는 한국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느냐’는 얘기였다.

브렛 자이로 보건복지부 부장관은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넘치는 만큼의 검사(키트)가 확보되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당 소속인 호건 주지사를 비난했다. ”그는 엄청 많은 돈을 아낄 수도 있었다. 그가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현재의 검사 역량에 대해) 아주 조금만 알고 있었더라도 좋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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