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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규제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는 독점기업이 아니다!

  • 김태우
  • 입력 2018.04.11 12:23
  • 수정 2018.04.11 12:34
ⓒLeah Millis / Reuters

앞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자신의 책임이 있음을 시인하고 사과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규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저커버그는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각) 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상원의원 44명으로부터 5시간 넘도록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날 ”규제가 전혀 없어도 된다는 의견은 아니다. 우리가 정말 물어봐야 할 질문은 ‘인터넷이 인류의 삶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올바른 규제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원의원들이 규제에 대해 더 몰아붙이자 저커버그는 방어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규제안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에드 마키(매사추세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타깃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지하겠냐고 물었다. 이에 저커버그는 질문을 회피하며 ”원칙 자체는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워싱턴주의 마리아 캔트웰 의원이 유럽연합에서 시행 예정인 개인정보보호법을 미국에서도 발의할 가능성이 있냐고 물었을 때 역시 저커버그는 ”논의할 가치가 있다”라고만 말했을 뿐,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런 회피적인 자세는 청문회 내내 이어졌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수익을 얻는 방법(”우리는 광고를 판매한다”)이나 얼마나 많은 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지, 개인정보를 판매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했지만, 정작 상원의원들이 질문을 던지면서 페이스북의 운영방식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미지수다.

페이스북의 규모와 복잡성은 저커버그가 질문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청문회는 상원의원들이 얼마나 지금 시대에서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면서 동시에 페이스북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증명했다. 무려 44명의 상원의원이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의 수장을 심문할 기회였지만, 이들은 정작 자신들이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이들은 때때로 20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유저들 같았다. 자신이 어떤 것에 동의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 말이다. 

페이스북은 복잡한 짐승이다. 저커버그가 의원들에게 말하듯이 친지와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소셜미디어 사이트가 아니라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사이트 두 곳(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메신저 앱 세 개(메신저, 메신저 키즈, 왓츠앱)를 보유했다. 페이스북은 경쟁기업의 기술을 빼내기 위해 감시하는 가상사설망(VPN)이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제작하며, 스마트 홈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물론, 앞서 나열된 제품과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광고주들이 특정 사용자에 도달하도록 돕는 디지털 광고 플랫폼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페이스북의 규모와 복잡성은 저커버그가 질문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상원의원이 실수로 페이스북이 광고업자에게 개인정보를 판매했다고 말했을 때 저커버그는 해당 상원의원의 말을 물고 늘어지며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자체를 판매하지는 않지만, 수집한 개인정보로 특정 사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도록 한다.) 청문회 중에는 저커버그와 상원의원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존 케네디(루이지애나) 의원은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경우가 있냐고 물었다. 저커버그는 ”사용자는 로그인한 뒤에 개인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며, 친구들이나 페이지를 팔로우하면서 콘텐츠를 읽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페이스북에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도 수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답변은 사용자가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더라도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기록을 수집한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무시했다.

페이스북의 운영 방식이 초래한 반복적인 혼란은 청문회에 출석한 상원의원들의 나이나 기술적인 지식 때문이 아니다. 그건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어떤 방식의 규제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답변을 망설였지만, 어떤 것에 반대하는지는 분명해 보였다. 페이스북에 ‘독점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만약 포드 자동차가 잘 굴러가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쉐보레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가입할 만한 사이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저커버그는 답변을 즉각 하지 못했다. 

그레이엄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페이스북이 독점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저커버그는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저커버그는 이어 미 연방무역위원회의 수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1년 연방무역위원회와의 합의 내용을 위반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1년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변경할 시에 사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FTC와 합의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사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청문회가 밝혀낸 사실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페이스북 경영진과 사용자들간의 이해의 간극이다. 페이스북의 운영 방식이 초래한 반복적인 혼란은 청문회에 출석한 상원의원들의 나이나 기술적인 지식 때문이 아니다. 그건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이날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아직도 놀랍기만 하다. 

 

허프포스트US의 ‘Mark Zuckerberg Doesn’t Really Want Facebook To Be Regulat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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