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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시죠?' 이 남성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아내를 완전히 잊어버린 후, 다시 한번 아내와 사랑에 빠졌고 두 번째 프로포즈를 했다 (사진)

이 남성은 아내와 이미 오래전에 결혼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미국의 피터와 리사 마샬은 결혼 12년 차 커플이다.

그런데 어느 날 피터(56)는 갑자기 리사(54)와 소파에서 TV를 보다가 ”나와 결혼해 줄래?”라고 프로포즈했다. 피터는 조기 치매를 앓고 있고, 본인이 리사와 이미 오래전에 결혼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피터는 53세이던 3년 전부터 치매를 진단받았다. 

리사는 CNN을 통해 ”피터가 치매에 걸린 후 새로운 기억을 만들긴 했지만, 예전 일은 거의 다 잊었다. 가끔 ‘그때 그 일 기억해?’라고 묻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울먹였다.

 

리사와 피터
리사와 피터 ⓒFacebook

 

리사와 피터는 처음에는 각자 다른 파트너와 결혼했었다. 같은 동네에 살던 그들은 친구로 지냈다. 그러다가 두 사람 모두 이혼하고 이사를 겪으며 잠시 떨어져 지냈다. 1년 이상 연락 없이 지내던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지고 8년 장거리 연애 후 결혼했다. 리사는 ”과거 피터는 정말 친절하고 젠틀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정말 로맨틱한 연애를 했다”고 회상했다. 

행복한 커플이었지만 어느 날 리사는 피터가 뭔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간단한 열쇠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단어를 잊어버리기 시작하고 말을 문장으로 이어가기 힘들어했다. 50대에 접어든 리사는 단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리사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주위에서도 문제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30일 피터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얼마나 힘든 병인지 몰랐다. 내가 알던 남편은 사라져갔다.” 리사의 말이다.  

리사와 피터가 여행 중, 갑자기 피터는 리사의 존재를 처음으로 완전히 잊어버렸다. 리사는 ”휴가 중이었는데, 집으로 가기 위해 운전 중이었다. 피터는 내게 집 방향을 설명하기 시작하더니, 마치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했다. 집에 도착한 후 그는 마치 나를 외부인 취급하고 긴장하며 집을 보여줬다. 제발 그가 다시 기억을 찾길 바랐지만, 그는 그때부터 내가 아내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고 회상했다. 

 

 

리사는 이후 계속 피터와 함께 살았지만, 자신이 아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피터를 바라보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여전히 피터를 사랑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20년 12월 12일, TV를 보다가 피터가 리사에게 프로포즈를 한 것이다. 리사는 ”뭘 하자고?”라고 되물어야 했다. 리사는 ”피터는 크게 웃음 지으며 내게 결혼하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감동이었다. 피터는 내가 아내인 걸 잊어버렸지만, 또다시 나를 사랑하게 된 것이었다. 두 번이나 사랑하는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은 건 행운이다. 영광이었다.”

리사는 남편과 추억을 만들고 싶었기에 다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벤트플래너인 리사의 딸과 치매 전문가가 두 사람의 결혼식 준비를 도왔다. 2021년 4월 두 사람은 다시 결혼식을 올렸다.

 

리사와 피터의 두번째 결혼식
리사와 피터의 두번째 결혼식 ⓒFacebook / OhHelloAlzheimers

 

리사는 결혼식 당일 피터가 또 기억을 잃을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결혼식은 무사히 치뤄졌다. ”치매라는 질병은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큰 기대 없이 결혼식을 치렀지만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리사의 말이다. 피터는 결혼식 내내 리사를 기억했다.

 

리사와 피터의 두번째 결혼식
리사와 피터의 두번째 결혼식 ⓒDan Brehant

 

리사는 ”피터는 내가 아내인 걸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를 제일 좋아한다. 아내라는 타이틀은 이제 필요 없다. 그냥 피터가 옆에 안전하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타깝게도 피터는 두 번째 결혼한 사실도 곧 잊어버렸다. 그리고 점점 병이 진행되며 환각, 편집증, 극심한 기억 상실을 겪고 있다. 리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츠하이머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힘든 상황에도 리사는 ”마지막까지 피터와 함께 할 거다.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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