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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이 "호주 총리의 `맛있는' 부인께"라고 말했다

호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다

ⓒPascal Rossignol / Reuters

타인의 아내를 ‘맛있는 부인’이라고 부르는 건 큰 결례가 될 것이다. 성희롱 발언으로 지탄받을 수도 있다. 한국어나 영어(delicious)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프랑스어에선 다른 모양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인이 영어권 인사에게 영어로 이런 표현을 썼다면 어떨까. 그것도 매우 공식적인 자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랬다. 호주를 방문해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마치면서 맬컴 턴불 총리의 부인을 향해 ‘맛있는(delicious) 부인’이라는 영어 표현을 썼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시드니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턴불 총리에게 ”총리와 총리의 맛있는(delicious) 부인께서 환대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어 ‘딜리셔스’는 주로 음식이 맛있다는 뜻으로 쓰이며, 사람에게 쓰면 성희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창한 영어 실력에 자부심을 표시해온 마크롱 대통령은 왜 이렇게 생뚱맞은 표현을 쓴 걸까. 가디언은 그가 영어 딜리셔스(delicious)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은 다른 프랑스어 델리슈(délicieux)를 혼동했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 프랑스어 델리슈는 음식 맛을 표현하는 데도 쓰이지만, 사람을 표현할 때도 ‘사랑스럽다‘거나 ‘매력적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영어와는 사람을 표현할 때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어 딜리셔스도 사람을 표현할 때 델리슈와 같은 의미로 쓰일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을 수 있다.

이와 달리 마크롱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가볍게 농담을 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에게 ”몸매가 좋고... 아름답다”(in such great shape ... beautiful)고 말해 논란이 일었던 상황을 패러디한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다.

한 나라 정상이 외교 활동 차원에서 외국어를 쓰다가 실수하는 일은 종종 벌어진다. 마크롱 대통령과 반대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프랑스어 단어를 잘못 선택해 민망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리오넬 조스팽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부럽다”(Je vous envie)고 해야 할 것을 “당신을 원한다”(J’ai envie de vous)고 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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