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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 '을'일까

ⓒhuffpost

내 친구 땅콩의 이야기이다. 예전에 정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는 항상 본인이 ‘을’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만나자고 하는 것도 항상 땅콩이 먼저, 연락도 항상 땅콩이 먼저. 더 많이.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땅콩의 친구는 땅콩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어서 그 또한 서운하다고 했다. 그렇게 땅콩은 자신에게 연연해하지도 않고 도도해하는 친구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도 않고,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질문을 했다.

“너는 그 친구한테 서운하다고 얘기는 해봤어? 너는 그 친구를 많이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너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고 얘기는 해봤냐고.”

역시나 대답은 “아니”였다. 자존심이 상해서 죽어도 그 말은 못하겠다고 한다. 무슨 자존심이냐고 재차 묻자 아니다 다를까. 이런 대답이 나온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게 자존심 상해. 왜 나만 혼자서 이렇게 전전긍긍해야 하는 거야. 그럴 바에 안 하고 말아.”

ⓒchanida_p2 via Getty Images

땅콩이 무슨 답을 할지 너무나도 예상이 잘 되는 건, 많은 이들이 땅콩과 같이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나만 좋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 서운함의 특성상 자신 스스로가 유치해 보이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대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최소 관심의 원리(principle of least interest)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라드 월러(Willard Waller)가 언급했던 내용으로 관계에서 더 많은 파워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가 끊어져도 별 상관이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힘을 더 가지게 되어, 관계에서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 ‘내가 더 좋아하니까 나만 더 애타고, 나만 힘들고, 나만 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은’ 이 감정이 그냥 떠오르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그에게는 더 많이 기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 크게 실망하게 되기 때문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우리는 서운한 마음이 더 크게 생기고, 더 많은 내적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관계가 심각하게 틀어진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 번 생긴 불편한 마음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서운함이 너무 유치한 듯하여 표현을 안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 분한 마음이 자연스레 가시지도 않고. 그래서 우리가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관련 없는 트집을 잡아서 상대방을 비난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내 ‘자존심’을 지키느라 관계를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한 내 마음을 표현했다면 나의 파트너의 진짜 마음을 더 깊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오해를 했던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사람을 믿지 못해 경계하는 것인지, 혹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었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의 파트너의 마음을 더 정확히 알게 된다면 그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더 정확히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조금 더 진실되고 신뢰로운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 자존심을 지키느라 서운했던 그 솔직한 마음은 표현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으로 내 기분을 풀게 된다면 내가 바랐던 상대방의 관심이나 애정은 점점 철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결과는 이미 뻔한데,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 말이다. 관계가 틀어지는 것보다 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배포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지 않나 싶다.

*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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