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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러브돌로 변신시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사진)

이 스튜디오의 이름은 '인간 러브돌 제작소'다.

  • 강병진
  • 입력 2018.03.14 11:00
  • 수정 2018.03.14 11:01
ⓒLEIYA

일본 오사카에는 여성이 ‘러브돌‘로 변신해 화보를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다. 여성 스스로 남성의 성적 대상인 ‘러브돌’이 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당신의 이름은 아미입니다. 아미, 여기에 앉아 시선을 아래로 해봐요.” 사진작가인 레이아(LEIYA)는 이렇게 말하며 셔터를 눌렀다. 그녀의 앞에는 여성 한 명이 앉아있었다. 

여자는 무표정이었다. 눈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감정이 없는 듯 했다. 지금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인형으로서 촬영 중이기 때문이다.  

ⓒKAZUHIRO SEKINE

이 스튜디오의 이름은 ‘인간 러브돌 제작소’다. 지난 2017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이크업과 의상, 조명, 촬영 기술을 이용해 인간 여성을 러브돌로 변신시킨 후, 사진을 찍어준다. 현재 촬영을 의뢰하는 여성들의 문의와 예약이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중이다. 

‘인간 러브돌 제작소‘를 경영하는 사람은 두 명의 여성이다. 한 명은 사진작가 레이아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이마(IMA)다. 그들은 오사카에 있는 레이아의 자택을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이마씨는 원래 ‘여장을 하고 싶은 남자’들을 위해 메이크업을 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남자를 위해 메이크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자를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죠. 그때 사진작가 시노야마 키신의 ‘LOVE DOLL × SHINOYAMA KISHIN’을 보게 됐어요. 제목 그대로 러브돌을 찍은 사진집이었습니다. 그런데 러브돌이 마치 진짜 여성처럼 보였어요. 그때 실제 여성을 러브돌처럼 보이게 하면 어떻게 될까? 란 발상을 했습니다.”

아래는 ‘LOVE DOLL × SHINOYAMA KISHIN’에 수록된 사진 중 하나다.  

ⓒKishin Shinoyama

러브돌은 원래 남성을 위한 제품이다. 그래도 이마는 이 아이디어가 여성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터넷에서 ‘러브돌 메이크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어요. 러브돌처럼 메이크업을 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문의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메이크업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러브돌 제작업체까지 방문한 여자도 있더군요. 여자도 러브돌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남성에게 러브돌은 성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여성은 다른 방식으로 러브돌을 생각합니다. 단순히 귀엽고, 이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요.” 

이후 이마는 술자리에서 만난 레이아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했다. 레이아는 원래 여성의 누드와 섹스를 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주로 촬영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던 그는 이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KAZUHIRO SEKINE
ⓒKAZUHIRO SEKINE

촬영을 요청한 여성이 있으면, 이마는 그에게 메이크업을 하고 레이아가 촬영 및 보정을 담당한다. 살아있는 인간을 인형처럼 보이게 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노하우가 있다. 이마는 ”자세한 내용은 기업비밀”이라고 말했다. 다만 ”입은 작게, 눈과 눈썹은 짙어보이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사진작가인 레이아 또한 조명과 보정에서 공을 들인다. 

″러브돌은 실리콘으로 만든 겁니다. 인간에게서 실리콘 같은 느낌을 내는 게 중요합니다. 피부를 원래보다 더 부드럽게 보이도록 해야하죠. 피부의 주름등을 지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인형은 인간처럼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가 없지요. 그런 인형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모델의 관절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도 신경을 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의상도 중요합니다. 우리끼리는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러브돌은 흔히 남자가 사용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의상도 남성의 입장에서 선택합니다. 그게 ‘다소 촌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더 러브돌처럼 보이게 하죠.”

 

ⓒKAZUHIRO SEKINE
ⓒKAZUHIRO SEKINE
완성된 사진
완성된 사진 ⓒLEIYA
완성된 사진
완성된 사진 ⓒLEIYA

이날 촬영이 끝난 ‘아미’에게 소감을 물어보았다. 

ⓒKAZUHIRO SEKINE

 

- 촬영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 매우 만족했습니다. 흔히 일반인은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자유롭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이 촬영은 오히려 표정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더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어요. 그래서 다른 여자들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발상이 독특해서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 왜 러브돌처럼 보이고 싶었나요?

= 어릴 때부터 인형을 좋아했어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구제관절인형도 좋아했죠. 인간은 사실 기분 나쁜 점도 갖고 있잖아요. 그에 비하면 인형은 언제나 아름답고 귀엽고, 예쁘기만 하죠. 그게 좋은 거예요. 

이마씨가 여장 메이크업을 할 때부터 그의 트위터를 통해 사진들을 즐겨봤어요. 그리고 나중에 이마씨가 인간 러브돌 제작소를 한다고 해서 바로 촬영을 예약했습니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평소 사진을 찍을 때 표정을 짓는 게 서투른 편이에요. 그런데 인형은 오히려 표정이 필요없잖아요. 그래서 정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오늘 촬영을 위해 준비한 게 있나요? 

= 캐미솔을 하나 샀어요. 평소 입는 건 아니지만. 이 촬영에서는 특별히 입어보고 싶었어요. 

- 이런 촬영을 한다고 했을때, 주변에서는 뭐라고 했나요? 

= 남자친구에게 말했더니, ”응, 그래” 이러면서 퉁명스러운 반응이었어요. 뭐,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이 촬영은 저를 위한 거니까요. 

사진작가 레이아(왼쪽)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마
사진작가 레이아(왼쪽)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마 ⓒKAZUHIRO SEKINE

*허프포스트JP의 ’「人形は理想形」女性が自らラブドールに変身する理由とは?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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