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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1일 11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21일 11시 47분 KST

지역 경쟁력을 위한 새로운 계급, 게이는 돈이 됩니다.

‘모두를 위한 서울’을 위해서

충남인권조례를 시작으로 지방이 한창 시끄럽다. 오랜 인권 운동 끝에 퀴어문화축제의 전국인 부흥이 막 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인권헌장 폐기를 비롯하여 종로3가 성소수자 문화 지역의 일방적인 재생 정책, 동대문체육관의 대관 취소까지 지자체 차원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축출(eviction)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갈수록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지자체가 쇠퇴하면서 청년층의 인구 유출과 저출생률이 지속됨에 따라 지역 내 고령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개헌과 함께 지방분권이 눈앞까지 다가온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앞으로의 지역운동 또한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기본권 혹은 시민권’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도시 혹은 지역 차원의 다양한 이슈를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대응할 수는 없을까.

그림1.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2018,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 주목받는 안건: 자치입법권, 지방분권.

공간정책에서 新창조론의 대두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창조경제'라는 것이 정책으로서 세상에 등장할 무렵, 당시 국토교통부에서는 국토공간을 새롭게 개조하기 위한 방침이 발표된다. 바로, '창조도시(Creative City)'의 정신을 담은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이다.

표1. 국토교통부. 2013.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

그리고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재생정책은, 기존의 도시재생에 담겨있는 창조도시 기조에 UN Habitat III 회의의 '포용도시(Inclusive City)'라는 새로운 기조를 더한다.

표2. 국토교통부. 2017. 도시재생 뉴딜사업 신청 가이드라인.
표3. 서울특별시. 2017. 제3차 OECD 포용적 성장을 위한 챔피언 시장 회의 선언문.

한편, 이처럼 국토공간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국가의 합법적인 공권력을 뒷받침하는 큰 줄기인 ‘창조도시’와 ‘포용도시’라는 두 담론이, 도시와 지역차원의 성소수자 운동에서 구체성과 실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써의 가능성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에게는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2016년 국토교통부 「도시계획현황」에 의하면 전국인구 중 도시지역 인구비율은 약 91.8%이다. 이처럼 도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자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각종 문제 역시 대부분 도시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여러 도시 담론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시민들의 잠재적인 요구를 결집시키고, 정책을 개선하고, 다양한 사회 운동을 촉진시키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날 한국에서 도시공간을 새롭게 개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창조도시와 포용도시라는 두 도시 담론은 모두 ‘도시공간 내 인적 다양성’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한다는 점에서 과거 기존의 물리적 인프라 공급 중심의 도시개발정책과는 큰 차이점을 보이지만, 각각의 이론적 기반과는 달리 정책적인 실천적 양상은 매우 ‘한국적인’ 맥락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① 창조도시론 : “지역을 찾아 인재가 모이고, 인재를 찾아 일자리가 따라온다.”

우선,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국정운영 지침이 탄생하는데 일조했으며,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재생정책을 통해 그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창조도시 담론은 미국의 도시계획가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가 2002년 발간한 창조계급의 부상(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다.

그림2. 유시민작가와 전원책변호사의 대담, 2016, 썰전.

창조도시 담론이란, 앞으로 도시가 경제적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 도시의 포디즘(Fordism)과 같은 요소투입형 성장에서 벗어나, 인간의 지적 능력과 아이디어, 연구 능력, 사회적 협력 등 과학기술과 문화를 통해 성장하는 지식기반적 성장을 추구하는 도시로 나아가야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창조도시 담론 하에서 도시계획을 비롯한 도시정책의 핵심 과제는 ‘새로운 문화산업과 새로운 고급 노동력을 어떻게 유치하여 도시를 활성화시킬 것인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즉, 도시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 자체를 상품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장소(창조적 환경)를 만들고 도시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역외 자본과 창조계급(creative class)을 유치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 도시계획과 정책의 주요한 목적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이에 플로리다는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한 핵심적인 과제로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그리고 관용(Tolerance), 3T를 주장한다. 이 중, 관용이란 도시의 포용과 다양성의 정도를 의미하며, 인재(창조계급)이란 도시의 경쟁력 향상과 경제성장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원으로 도시의 성장을 이끄는 주체를 의미한다. 그는 “지역을 찾아 인재가 모이고, 인재를 찾아 일자리가 따라온다.”를 주장하면서, 기존에 사회문화적으로 경시되었던 성소수자를 비롯하여 실험적 문화를 지닌 히피 등을 장려함으로써 공간 내 사회적 다양성과 관용성, 개인성을 증진시키면, 이를 통해 창조계급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용성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보헤미안 지수와 게이 지수(Gay Index)를 제시한다.

표4. 플로리다의 게이 지수를 활용한 대표적인 세 연구

그러나 창조도시 담론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과 문화자원, 사회적 관용 등을 상품화시킨 표준화된 상상적 장소 마케팅(도심 부동산 재개발 정책)에 불과하며, 소비 및 재생산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근거-‘서열화(ranking)-차별(discrimination)-경쟁(competition) 연쇄’라고 불리는 경쟁적 과정-로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특히, 창조계급에 대한 논의 자체가 LGBTQ를 비롯한 창조적인 사람들이 도시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음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경제적․인종적․문화적 소수자(LGBTQ 포함)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축출되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도시정책에서 활용되고 있는 창조도시론은 이론에 대한 명확한 검증없이 정치인의 구호와 계획가의 로망을 위해 무분별하게 언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전시행정에 대한 면죄부(혹은 알리바이) 정도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는데, 특히 한국의 경우, 이러한 창조도시론을 명분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대규모 문화시설을 조성하거나, 대기업 중심의 산업들을 유치하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론의 심각한 오용에 대해 다수의 연구자로부터 강하게 비판받고 있다.

② 포용도시론 : “모두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를 꿈꿔라.”

위와 같은 창조도시론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담론으로 도시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city)에 대한 개념을 담고 있는 인권도시, 포용도시 등이 존재한다. 그 중 포용도시는 1999년 UN 해비타트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이후, 2016년 UN 해비타트 3차 회의에서 본격적인 대안 도시담론으로 채택되었으며, 최근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뉴딜 정책에서 추구하는 핵심 가치로도 다뤄지고 있다.

그림3. UN 해비타트 3차 회의, 2016.12., 모두를 위한 도시.

1968년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누구나 도시가 제공하는 편익을 누릴 권리’, ‘도시 정치와 행정에 참여할 권리’, ‘자신들이 원하는 도시를 스스로 만들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는 「도시에 대한 권리(참고 : 강현수 저)」라는 얇은 책이 출간된 후, 그 책의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전세계적인 도시사회운동의 기념비적인 인물이 된다. 이후, 2000년 유럽연합에서 「도시에서 인권보호를 위한 유럽헌장(European Charter for the Safeguarding of Human Rights in the City)」을 제정되는 등, 세계 각국의 도시는 ‘도시 혹은 지역 차원에서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시정책이 수행해야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기 시작하였으며, 서울인권헌장을 비롯한 국내 지자체 차원의 인권조례 또한 이러한 운동의 일부로서 한국에 도입된 바 있다.

최근 이러한 ‘도시에 대한 권리’의 개념은 과거 도시 빈민의 생존권과 주거권 등 경제적 권리에 초점을 맞춘 과거의 논의를 넘어, 1세계권을 중심으로 그동안 도시 단위에서 사회적으로 배제(social exclusion)되어왔던 소수민족, 인종,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의 주체적인 시민권을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까지 논의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모두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라는 도시 담론을 제시한 UN 해비타트 3차 회의는 ‘구성원 모두에게 적정하고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부여하는 도시’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모든 국가와 도시가 채택해야 할 가이드라인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회·경제·환경적 이행과제와 추진체계를 강조하였다.

그림4.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의 비전과 가이드라인 United Nations, 2017, New Urban Agenda, pp.5-9. 재정리.

이 ‘모두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라는 선언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통합적이고 균형있게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써 ‘도시계획’의 역할을 국제적으로 처음 공표했다. 즉, 새로운 도시 의제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도시 문제(urban problem)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도시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이를 통해 ‘도시계획의 목적’을 도시화에 따른 편익의 창출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그 편익을 공평하게 배분하면서도 이에 따른 환경적 부담을 최소화할 것을 규정했다는 점에 그 핵심이 있다.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에 발맞춰, 서울시는 2016년 「서울 도시기본계획 모니터링 리포트」의 부록으로 「해비타트 Ⅲ 新도시의제와 서울의 도시정책」을 발간함으로써 ‘해비타트 Ⅲ 새로운 도시의제가 서울의 도시정책에 주는 의미와 대응과제(서울시, 2016)’를 다음과 같이 도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gender equality’는 양성평등으로, ‘보육과 육아의 담당은 엄마’의 고정된 역할로, ‘고령층의 문제는 시간이 남아도는 것’에 있으며,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포용성’의 대상은 외국인으로 한정되는 등, 기존의 사회구조가 지니고 있는 편견과 혐오를 그대로 답습 등의 한계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5. 서울특별시, 2016, 해비타트 Ⅲ 新도시의제와 서울의 도시정책 pp.131-154. 재정리.

“드러냄으로 물들이는 공간(Queering Place by Visibility)*” (김주락, 2015, 드러냄으로 물들이는 공간 : 서울 낙원동 게이 커뮤니티에서의 이웃관계에 관한 연구, 문화역사지리, 27(3):100-113에서 일부 제목 인용.)

2016년 10월 18일 UN 해비타트 3차 회의, 미국과 캐나다는 Queer Declaration:Towards the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Housing and Sustainable Urban Development Habitat III New Urban Agenda를 통해 '도시에 대한 퀴어의 권리'를 세계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언한다.

이는 UN Habitat 3차 회의 당시, 벨라루스를 비롯한 러시아, 이집트,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연합, 소말리아, 이란, 짐바브웨 등 17개국이 새로운 도시 의제에 “LGBTQ 공동체의 권리(rights of gay, lesbian and transgender communities)”가 담기는 것은 “친가족적(friendly for families)”이지 않으며, 대신 “가족이야말로 자연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의 기초 집단이라는 것을 재확인(reaffirm that the family is the natural and fundamental group unit of society)”할 수 있는 정신이 담길 것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도시공간에 대한 LGBTQ 공동체의 권리가 논의되기 이전부터 이를 공론화시키고자 한 노력은 계속해서 존재해왔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도시계획협회인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는 1998년 APA 국가기획회의에서 LGBTQ and Planning을 정식 부서로 창립하였으며, 영국의 University College London은 도시공간연구소 내에서 지속적으로 도시공간과 퀴어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그림6.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도시공간연구소

그렇다면, LGBTQ 공동체의 공간은 어떤 특성을 그리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리고 그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수행할 수 있을까?

① LGBTQ 공동체와 공간

예로부터 LGBTQ들은 공식적․비공식적인 차별로 인해 가정에서 혹은 지역에서 추방당해왔기 때문에, 서로를 찾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지리적 특성에 따라 탄력적이고, 저항적으로 방법을 찾아왔다. 물론, 이렇게 형성되는 게토(Ghetto)는 LGBTQ만의 특별한 성질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인 소수집단은 공간 내 다수 집단에 의한 차별과 혐오로부터 본인들을 지키기 위해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 LA에 있는 코리아타운과 같이 도시 안의 한 구역을 찾아 자리잡고는 했다.

그렇게 형성된 LGBTQ 공간의 가시성은 인종과 계급 등 개개인이 지닌 사회적 권력과 크게 연관되어 있는데, 여전히 인종적으로 ‘백인’이 아니거나, 경제적으로 ‘중산층’이상의 계급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LGBTQ 공간의 접근성이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접근할 수 있더라도 이 또한 매우 일시적일 수밖에 없음을 많은 연구는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의 경우에는 서울에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혹은 ‘자주 방문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는가’가 개인이 지닌 LGBTQ문화에 대한 접근성의 바로미터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LGBTQ 공간은 ‘안전한 공동체이자 정치 권력 및 정체성 형성의 장소’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제공하며, 사회적인 관계와 함께 나타나는 사전적인 정치적 의제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림7. 미국 센트란시스코에 위치한 대표적인 게이 District, Castro District

1920년대부터 대중매체 및 학술 연구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다뤄진 LGBTQ 공간에 대한 주제는 크게, 그들이 머물고 있는 ‘도시’,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근린환경(공동체)’, 그리고 그들이 모이고 있는 ‘술집’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최근 1세계권 국가를 중심으로 LGBTQ에 대한 포용(혹은 수용)의 정도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공간에 대한 논의는 지역의 서점, 커뮤니티 센터 및 공공공간에 대한 논의까지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한편, ‘왜 LGBTQ는 도시로 모이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직까지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높은 인구밀도를 지닌 도시가 제공하는 익명성과 이를 통해 형성될 수 있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LGBTQ들에게 안전한 관계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있다. 한국 또한, 시골에서 혹은 지방에서 형성되어 있는 ‘지역 내 공동체 간 높은 유대관계’와 ‘정상이라고 이야기되는 이성애 가정’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대학진학 혹은 취업을 위한 상경’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꾸준히 제공되었고, 그 과정에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서울의 인구밀도가 'LGBTQ의 섹슈얼리티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익명성을 만들어내는 것에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이러한 점에서, 다수의 1세계권 도시 내 LGBTQ문화가 ‘백인-중산층-남성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는 것과 같이,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라는 조직에서 발간되는 이 기고글을 읽는 것 또한 수많은 사회적 권력의 축적 속에서 형성되어 있지는 않은가).

그림8. 한국 서울에 위치한 대표적인 게이지역, 종로3가

② 창조 혹은 포용을 위한 도시정책들

이렇게 최근 20년간 1세계권 국가를 중심으로 도시공간 내 LGBTQ의 ‘존재’는 널리 인정되고 용인되고 있는 추세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LGBTQ ‘공간’들 중 상당 부분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기성 정책에서 논외로 남아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도시계획에서 LGBTQ 공간은 카스트로 거리와 같이 일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그것이 명박한 차별의 결과인지, 이성애자들의 편견에 의한 결과인지,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문제에 대한 공무원들의 회피의 결과인지는 구분하기 힘들지만, 학계와 실무 모두에서 비규범적인 섹스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언젠가는 정화(재개발)되어야할 대상으로 치부되어왔다.

그러한 가운데, Jack’d, Grindr와 같이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 그리고 동성결혼 합법화 등으로 인해 일부 기득권을 지닌 동성애자 집단(백인-중산층-남성)이 주류 이성애자 사회로 ‘동화․통합’되면서 다수의 LGBTQ 공간들은 구조적으로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점차 많은 도시계획가 혹은 도시정책가들이 LGBTQ 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LGBTQ 개개인이 삶을 향유하는 공간을 계획가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면서, LGBTQ가 특정 공간(게토 혹은 근린환경) 또는 더 넓은 도시공간 속에서 표출하고 있는 구체적인 고민들이 다뤄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은 최근의 정책들로 나타나고 있다.

# 밤문화를 총괄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밤의 시장(Night Mayor)

2016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는 파리, 툴루즈, 취리히, 베를린, 런던, 도쿄, 스톡홀름, 뭄바이 및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각 도시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커다란 행사가 있었다. 바로, 세계 밤의 시장의 총회(Night Mayor Summit)다. 밤의 시장이란, 도시의 야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정책을 입안하여 도시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 제도로, 2012년 암스테르담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파리(2013), 툴루즈(2013), 취리히(2015), 런던(2016) 그리고 가장 최근의 뉴욕(2017)까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그림9. 런던에서 21년간 LGBTQ클럽(Royal Vauxhall Tavern)을 운영해 온 Amy Lame, 2016년 제1대 런던의 밤의 시장으로 추대되었다.

이들은 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일까?

London First 연구소의 보고서 「THE ECONOMIC VALUE OF LONDON’S 24 HOUR ECONOMY」에 따르면, 2014년 런던의 야간 경제가 당해 영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총 부가가치(GVA)와 일자리 창출 효과는 각각 최대 39.5조원(£26.3bn), 약 72만개로 추산되었으며, 이로 인한 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할 경우, GVA 기준 60조원, 일자리를 기준으로 126만개까지 추산된 바 있다.

이처럼 도시공간의 밤문화가 지역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보고서가 다수의 연구소에서 지속적으로 발간됨에 따라, ‘밤 문화’가 불러오는 경제적 효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인한 잠재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밤 문화에 지니고 있는 좁은 시각과 편견이 거둬질 필요성'에 대한 학계와 실무의 목소리가 점차적으로 증가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통해 다수의 공무원과 기업가, 그리고 창조 산업 관련 종사자 및 연구 기관이 야간 경제, 공중 보건 및 지역 정치의 관점에서 '밤'의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10. (위) 2012년(초선), 2014년(재선) 암스테르담의 ‘밤의 시장’으로 임명된 미릭 밀란(Mirik Milan), (아래) 새로운 밤의 시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 중인 암스테르담의 홍보 문구

이처럼 1세계권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밤의 시장’ 제도는 유흥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활성화 정책을 개발하여 야간 문화와 산업을 증진시킴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적극적인 도구로, 야간 유흥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정책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그 외에도 나이트 버스(Night Bus), 나이트 튜브(Night Tube)와 같은 야간 대중교통 정책 수립, 주거지 개발업자와 밤 문화 관계자 사이에서의 상생을 중재(Agent of change),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24시간 영업 허가권(24-hour license)의 도입까지, 밤의 도시를 책임지고 있는 교통, 치안, 도시계획,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전반적으로 다루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서 종사하고 있는 여성과 LGBTQ 시민들의 욕구를 보다 적극적인 평등의 관점에서 정책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의의가 존재한다.

# LGBTQ 포용적인 도시계획의 가능성,모든 런던시민을 위한 도시(A City for all Londoners)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 사디크 칸(46) 신임 런던 시장 주도로 2016년 11월 발표된 「A City for all Londoners」는 런던이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 기회에 대응하여 향후 임기 동안 시정부가 행하고자 하는 정책의 큰 방향성을 담고 있다.

그림11. (좌) Sadiq Khan 런던시장, (우) 런던 제1대 Night Czar, Amy Lame

그럼, '모든 런던시민을 위한 도시'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사디크 런던 시장은 ‘내가 가진 가장 큰 두려움은, 오늘날 너무 많은 런던 시민에게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런던은 너무 불평등하며, 시정부가 제공하는 교통과 주택 등의 공공서비스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근거로, ‘도시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으로 런던이 계속해서 나아가야’함을 주장했다. 또한, ‘나는 모든 런던 시민을 위한 시장으로서, 배경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두가 런던의 번영, 문화 및 경제 발전을 공유하고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개발과 성장에 대한 압력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다양성을 증진시키며, 우리 고유의 문화를 통해 어떻게 단합시킬 것인가를 논의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있는 런던을 건설’해야함을 피력했다.

이러한 런던시장의 정신을 담은 「A City for all Londoners」는 구체적으로, 런던기본계획(London Plan) 상의 토지이용계획과 경제활성화계획의 변화를 통해 사회 전반의 교통, 주택, 경제 발전, 환경, 치안 및 범죄, 문화, 건강 불평등 측면에서 런던이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포용도시로 나아가야 함을 선언한다. 또한, 런던시의 목표를 불평등과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불이익과 같은 도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런던을 향유함에 있어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모든 소수인종, 장애인, LGBT를 비롯한 저소득층 여성 및 청년이 도시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고려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함을 의무로 제시한다.

그림12. London, 2016, A City for all Londoners.

이와 같은 런던의 도시정책은 그 이전에는 도시공간에서 다뤄지지 못했던 BAME(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장애인, LGBTQ 등의 사회적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도시정책의 대상으로서 포용하고 모든 행정 영역에서 그들의 불평등을 시정하고자 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 특히 LGBTQ에 관한 정책의 경우, LGBTQ가 전통적으로 향유하는 술집, 극장, 공원과 같은 공간을 도시의 ‘문화인프라(Cultural Infrastructure)’로 규정하고 이를 도시의 유산(heritage)이자 사회경제적 자산(important to local communities, to the tourism industry and to sustaining the creative economy)으로서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런던기본계획(London Plan)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주목할 점이 있다. (이하, London, 2018, Draft New London Plan 발췌)

첫째, 모든 자치구로 하여금 해당 지역 내 존재하는 LGBTQ 문화인프라를 조사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도록 권장하며, 그 중에서도 사회적 소수자 그룹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려하고 이를 보호하도록 의무화했다. 둘째, 모든 자치구는 도시 내 야간 활동의 증진을 위해 신체적·문화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제공하고, 토지소유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야간 경제 활동에 대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셋째, 사전 승인 없이 지역 내 존재하는 술집·카페·레스토랑을 비롯한 관련 서비스 공간의 용도 변경을 할 수 없도록 2015년 국가 및 도시의 계획에 관한 법(Town and Country Planning Act)을 개정하고, 이를 시행할 구체적인 방법을 담고자 했다.

또한 계획 외적으로는, 오늘날 서울의 일부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역공동체 상생협약’과 같이 런던시장을 비롯한 지역의 관리자, 개발가, 부동산소유주, 지역상인회가 지켜야 할 LGBTQ 거리 헌장을 신설함으로써, LGBTQ 공동체의 가시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관련 이해관계자가 지켜야할 LGBTQ 포용적인 자세를 선언하였으며, 추가적으로 도시공간 내 혐오범죄를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 지역과 협력하고, 런던시장이 별도로 LGBTQ 커뮤니티와의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정책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표5. London, 2017, London Mayor’s LGBT+ Venue Charter.

‘모두를 위한 서울’을 위해서

지난 2018년 2월 14일, 서울시는 ‘정책 수립과 시행 과정이 인권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평가하는 인권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2차 인권정책 기본계획에 담겨있는 핵심 키워드 ‘포용‘은 이미 앞에서 ‘해비타트 Ⅲ 新도시의제와 서울의 도시정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수많은 필터링을 거친, 혐오로 오염된 ‘포용’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전히 정책의 대상으로서의 사회적 소수자는 한없이 무성적인 존재들로 치부되고 있지만, 진보정당이라고 불리는 정의당, 녹색당과 같은 조직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조차 동성결혼 합법화, 군형법폐지, 인권헌장 신설 그 이상의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분명 우리의 문제도 존재한다. 우리는 ‘결혼과 군형법 폐지’ 그 이상으로 아직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차별에 의한 건강 불평등, 모두를 위한 화장실 등이 일부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적으로 지역적 차원에서 표출되는 LGBTQ의 욕구에 대한 조사와 발굴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과연 종로3가(익선동), 이태원, 홍대 등 ‘핫플레이스’에 오래전부터 머물고 있는 LGBTQ 상인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을까?, 1인 가구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LGBTQ 1인 가구만이 가지고 있는 욕구(특징)는 무엇일까?, 밤 문화를 향유하다가 교통이 끊겼을 때 숙박비 혹은 택시비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어떻게 집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고 있을까? 아이를 낳지 않는 LGBTQ들이 선호하는 주택 유형은 어떠하며, 그들이 현재 모여서 지내고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가정에서, 지역에서 혐오범죄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에 대해 교육받은 지구대를 찾아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른다. 분명 이러한 욕구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지역의 목소리, 도시정책의 목소리로 연결하지 못해왔다.

그림13. 일부 LGBTQ 그룹에게 우스갯 소리로 공유되었던 종로와 이태원 간 택시이동량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17, 카카오택시 시간대별 이동 흐름, 22시~01시, p.132.

2018년이다. 이제는 인권을 부탁해야만 하는 성질의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주민이자 시민의 권리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내 눈 앞의 혐오의 일상을 우호의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1인 가구로서의 LGBTQ, 핫플레이스 상인으로서의 LGBTQ, 밤늦게까지 통근하는 직장인으로서의 LGBTQ, 그리고 그 밖에 수많은 도시문제를 겪고 속에서 살아가는 LGBTQ의 문제점이 너(일반 시민)의 문제점과 교차(혹은 공유)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서로가 이해하게 된다면, 그 때 또 다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는 않을까. 주민과 시민의 이름으로 지역에서, 도시에서 혐오의 정치가 가속화되고 있는 답답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본 기고문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상상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