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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임순례 대표는 "영화가 삶을 바꾸듯 동물에 대한 인식도 바뀌길 바란다"고 말한다 (인터뷰)

카라 대표는 현재도 왕성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

21일 서울 서교동 카라 더불어숨센터에서 만난 11년차 카라 대표 임순례 영화 감독을 만났다.
21일 서울 서교동 카라 더불어숨센터에서 만난 11년차 카라 대표 임순례 영화 감독을 만났다. ⓒ한겨레

 

시작은 영상작 단 6편의 영화제였다. 2018년 하루 아침에 유기견이 된 개의 모험을 다룬 개막작 ‘언더독’이 매진되며, 동물영화제는 주목을 받았다. 2019년 2회부터 상영작이 두 배로 늘어 14편이 상영됐다. 다양한 섹션으로 반려동물 뿐 아니라 야생동물, 농장동물에 대한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어느덧 3회를 맞는 ‘카라동물영화제’(이하 카라영화제)가 올해는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온라인 영화제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왔다.

카라영화제가 좀더 기대되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현직 영화감독이 함께하는 행사라는 점일 것이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동물권행동 카라의 대표는 현재도 왕성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이다. 동물단체에 영화라는 디엔에이(DNA)를 불어넣고, 동물영화제라는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임순례 대표를 24일 서울 서교동 카라 더불어숨센터에서 만났다. 영화제 실무를 맡았던 카라 교육아카이브팀 김명혜 활동가도 함께 했다.


진정한 깨달음은 실천이라기에…11년간 대표 자리

얼마 전 중동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임순례 대표는 이날도 오후엔 영화 편집 일정으로 바쁘다고 했다. 오전 10시, 카라 더불어숨센터 3층 킁킁도서관에 들어서자 터줏대감 고양이 ‘알식’이가 와서 먼저 알은 채를 했다. 자택인 경기도 양평에서 마포 서교동으로, 잠시 뒤엔 영화 작업을 위해 강남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이렇게 바쁜데 동물단체 대표라니, 그 시작이 궁금했다.

임순례 대표가 카라와 첫 인연을 맺은 때는 2004년 즈음이다. 당시 키우던 반려견이 실종돼 도움을 받은 사람이 아름품(카라 전신)의 자원활동가였다. 그렇게 카라를 알게됐고, 이듬해 명예이사가 됐다. “특별히 하는 것은 없었어요. 워낙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카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맡은 자리였고, 언론 인터뷰 등을 할 때 개식용 문제나 카라 활동을 알리는 정도였어요.”

카라의 ‘아름품’ 입양카페에서 동물들과 함께 하고 있는 임순례 대표.
카라의 ‘아름품’ 입양카페에서 동물들과 함께 하고 있는 임순례 대표. ⓒ한겨레/ 카라 제공

 

그러던 것이 2007년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며 임 감독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2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고심했죠.” 몇 개월간 한 작품에 집중해야 하는 직업이라 병행이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그를 결심하게 한 것은 달라이 라마의 법문이었다. “아무리 깊은 깨달음을 얻었더라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말씀이었어요. 당시 카라가 이렇게까지 큰 단체가 아니었거든요. 영화를 만들면서도 ‘일주일에 하루라도 시간을 내자’는 생각이었습니다.”(▷관련기사: 덤덤하게 살기 위한 단호함)

그렇게 11년 반이 지났다. 타고난 일복인지 단체 규모도 훨씬 커졌다. 임 대표는 물리적 상근이 어려운 대신 카라의 활동을 더 널리 알리고, 활동가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썼다. 지난 15일 정식개관한 파주시 카라 더봄센터 개관이나 카라영화제 개최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의 영화가 주는 영향 알기에”

영화 감독이 기획하는 영화제,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궁금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삶을 변화시키는 영화의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인복도 따랐다. 현재 카라 교육아카이브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명혜, 권나미 활동가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3회 카라동물영화제 포스터.
제3회 카라동물영화제 포스터. ⓒ한겨레/ 카라 제공

 

2018년 카라영화제를 처음 시작할 때, 이미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가 있었지만 수도권에서는 접근이 어려웠다. 영화제를 경험한 인재들이 있고, 카라의 전문화한 시각이 있으니 동물권 증진이라는 구체적인 색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영화제 하나를 개최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재원과 시간,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거든요. 카라에서 하기 벅찬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보자 했죠.”

그렇게 3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는 한가지 난관이 추가됐다. 전세계를 얼어붙게 만든 코로나19였다. 올해 카라영화제는 29일 상영하는 개막작을 제외하고는 모두 온라인으로만 상영된다. 김명혜 활동가는 영화제가 갖는 ‘축제’의 성격을 어떻게 살릴지가 큰 고민이었다고 했다. 김 활동가는 “올해는 어차피 오프라인이 불가능하니 과감하게 전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히려 기존에 장소, 시간 제약이 있었다면 온라인은 그 부분이 자유로우니 많은 분이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3·11대지진 이후 살처분 대상이 됐던 소들을 지키며 사는 농민의 이야기 ‘피폭소와 살다’.
일본 3·11대지진 이후 살처분 대상이 됐던 소들을 지키며 사는 농민의 이야기 ‘피폭소와 살다’. ⓒ한겨레/ 카라 제공

 

대신 상영작을 21편으로 늘리고, 프로그램 구성도 탄탄히 준비했다. 영화평론가이자 17년차 반려견 집사인 황미요조 객원프로그래머를 영입해 최근 가장 ‘핫한’ 주제인 인류세(Anthropocene)와 동물을 톺아보는 영화들을 섭외했다.(▷관련기사: 우리는 어떤 동물일까…팬데믹, 인류세 돌아보기) 전세계적 고민인 코로나19 팬데믹, 동물과 인간의 관계 등을 영화로 되돌아보자는 의미다.

임순례 대표가 꼽은 ‘필청 영화 3편’은 다음과 같다. ‘인류세: 인간의 시대’, ‘피폭소와 살다’, ‘애니멀피플’. 일본 3·11 대지진 이후 살처분 대상이 됐던 소들을 지키며 사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피폭소와 살다’는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공존’ 위한 노력, 동물미디어 가이드라인

“아직 감이 안와요.” 개막을 며칠 앞뒀지만 축제의 열기는 가늠이 안된단다. 기존에는 티켓 예매 등의 데이터가 있었지만 올해는 온라인 상영이 시작되어야만 참가 인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영화제를 알리는 포스터를 부착하고 싶다는 매장이 많아 포스터가 동날 지경이었단다.

부대행사도 온라인으로 열린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를 다룬 두 차례의 포럼이 열린다. 그 가운데 임순례 대표가 사회를 맡은 온라인 포럼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에서는 국내 최초 동물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공개된다.

개막작 ‘애니멀피플’은 세계 최대 동물실험 대행회사를 막기 위한 동물권 운동가들의 활동을 다룬 영화다.
개막작 ‘애니멀피플’은 세계 최대 동물실험 대행회사를 막기 위한 동물권 운동가들의 활동을 다룬 영화다. ⓒ한겨레/ 카라 제공

 

임 대표는 이 가이드라인을 ‘사람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헤드라인은 ‘동물은 소품이 아니다’예요. 향상된 동물권 인식에 따라 촬영현장에서의 동물학대 등은 줄어들었지만 법률이나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촬영현장에서의 동물복지 개선도 있지만, 동물에 의해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는 내용도 담겼다.
“자꾸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나눠야 인식이 확장될 테니까요.” 임순례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활동가들이 피와 뼈를 갈아넣어’ 영화제를 준비하는 이유다. 상영작들은 온라인으로 상영되지만 관람 인원이 정해져있다. 온라인 상영관 퍼플레이(screen.purplay.co.kr/kaff2020)에서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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