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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08일 17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08일 18시 01분 KST

진짜 좋아한다면 '막돼먹은' 모습까지 받아줘야 하나

huffpost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그냥 받아주면 안 돼? 왜 나를 통제하려고 해? 내가 진짜 좋다면 이런 모습도 사랑해줘야지!“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들어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 전적으로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니까 ‘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지’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 만연했던 나는, 내 멋대로 관계했다. 지금도 그런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요즘에는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을 고려해 보기도 하고, 상대방의 표현 방식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이는 전적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았던 사람들 덕분에 형성할 수 있었던 면모이다. 내 멋대로 행동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채 감정을 쏟아냈을 때 그들은 내 모습을 수용해 주지 않았다. 그들의 불편한 감정을 내게 표현하고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바랐다. 처음에 나는 서운하고 실망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내가 이렇게 생겨 먹었는데 왜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지? 저 사람은 나를 진짜 좋아하지 않는 거야. 정말 실망이다. 당신도 결국 자신의 구미에 맞게 내가 움직여 주기를 바랐던 거였어.

예전에는 나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들 곁을 떠났다.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지, 나와 친구할 사람은 왜 없는 건지 이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해서 비슷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반복해서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니,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것을 살포시 알게 되었다. 내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감정만 중요하게 여기도록 강요했지 상대방의 감정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관계 맺는 방식은 잘못된 거라고, 어쩜 저렇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느냐며 실망하고 비난했던 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방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고 정서적으로 공감됐다. 하루 이틀, 한두 사람의 관계로 내가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게 솔직하게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해 주었던 사람들, 내 이기적인 모습을 보고 단번에 등 돌리지 않고 끈질기게 내 모습이 불편하다고 표현했던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고집스러웠던 내가 조금씩 내 모습을, 그리고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거다.

이는 상대방이 자기 멋대로 하려고 할 때 내가 얼마나 힘들고 불편한지 느끼게 된 후 일어난 변화였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한 친구에게 감정을 표출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나와 연락도 하기 싫다며 화를 냈다. 내게는 소중했던 친구였고, 내 마음대로 해도 무조건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굳게 있었던 친구였기에 살짝 놀라기도 했고, 설마 진짜로 화내는 건 아니겠지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의 강경한 태도가 변하지 않자 며칠 밤을 힘들게 보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그 친구로 인해 마음고생을 좀 해보니, 상대방의 힘든 마음이 그제야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후에 나도 그 친구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내 생각만 옳고, 내 방식만 옳다고 주장했던 모습에서 상대방의 방식이나 모습에 대해서 인정하고 수용하는 부분이 조금씩 넓어지게 됐다.

내 마음대로 하려는 그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타인과 마음의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등 돌려서 관계를 배워나갈 기회를 놓치기보다는, 상대방과 마주하며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서로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가 존중하고 조율해 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이렇게 생겨 먹었다고 무조건 상대방이 맞춰주고 받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같이 맞춰가며 살아가야 한다. 오히려 한 쪽에서만 맞춰주는 관계는 금세 깨지기 십상이다.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