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LGBTQ+ 청소년이 커밍아웃했으나 가족이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에도 준비해야 한다

Concept coming out LGBT - opening heart glows with rainbow colors LGBTQ. Coming out icon - open rainbow heart. Symbol of transgender, lesbian, gay, bisexual. National day. Vector illustration
Concept coming out LGBT - opening heart glows with rainbow colors LGBTQ. Coming out icon - open rainbow heart. Symbol of transgender, lesbian, gay, bisexual. National day. Vector illustration ⓒValeryBrozhinsky via Getty Images

새로운 사람에게 커밍아웃할 때마다 나는 각오를 단단히 한다. 내 퀴어성에 대한 질문, 내 넌바이너리 정체성을 헐뜯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상상하며 심장이 마구 뛴다. 보통은 근거없는 우려다. 내가 커밍아웃하는 상대는 거의 다 친절하고 사려깊으며, 대화를 진행하기 전에 나를 인정한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나보다 운이 나쁜 사람들도 많다.

캐나다 캘거리의 소매점 매니저 브라이언 몬탈반(25)은 내게 페이스북으로 “내가 커밍아웃했던 날 어머니가 내게서 악마를 쫓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10년  전 보수적인 크리스천 부모에게 게이라고 커밍했던 것이 최후의 방법이었다고 한다. “나는 자살 충동이 아주 강해서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했다 … 부모님께 말하지 않으면 [20대까지] 살지 못할 것 같았다.” 

슬프게도, 몬탈반의 경험은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는 상당수의 LGBTQ+ 캐나다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여러 해 동안 퀴어와 트랜스 기사를 써온 나는 쫓겨나서 보호소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족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모님이 읽을까봐 걱정하며 자신의 이름을 익명으로 써달라고 하는 취재원들도 많이 만났다.

커밍아웃의 결과가 부정적일 것이라 우려하는 LGBTQ 청소년들의 미래는 삭막하다.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가족들에게 배척당한 LGB 청소년들은 시스젠더 이성애자 청소년보다 자살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았다. LGBTQ 캐나다인들이 느끼는 소수자의 스트레스는 커밍아웃 여부와 관계없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허프포스트 캐나다는 커밍아웃의 나쁜 경험에 따르는 영향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을 방법이 있을지 LGBTQ+ 청소년들과 일해 본 적이 있는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밍아웃 전에 안전을 고려해보라

커밍아웃이 당신의 행복을 위험하게 할 수 있을 경우 조심하라는 충고도 있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퀴어와 트랜스 청소년을 돕는 단체 LGBT 유스라인의 민나 프레데릭은 청소년들에게 커밍아웃의 동기를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커밍아웃을 하고 싶거나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서 하는 것과, 의료적 성전환 절차를 필요로 하는 트랜스 청소년이나 몬탈반이 겪은 것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십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사회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게 ‘옳은’ 일이라는 외부적 압박을 받아서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북미 대중 문화에서 커밍아웃은 흔한 이야기이지만, 유색인종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그러한 압박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에 다다를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 그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가 달라진다.” 프레데릭의 말이다.

집에서 커밍아웃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면 다른 곳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학교, 온라인, 친한 친구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다른 친척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젠더 정체성 공개보다는 성적 지향성 공개가 더 안전한 경우도 있다.

미래에 공개하고 산다는 걸 생각하며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즉 청소년이 기본적 생활을 위해 가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거나 나이가 들었을 때를 생각하는 것이다. 짐 왓슨 오타와 시장 등 상당수의 LGBTQ+ 캐나다인들은 나이가 꽤 든 다음에 커밍아웃했다.

Photo Taken In Victoria, Canada
Photo Taken In Victoria, Canada ⓒLinus Strandholm / EyeEm via Getty Images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자

커밍아웃을 하고 싶다면 안전 계획을 짜두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LA LGBT 센터는 해당 청소년의 상황과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파악하고, 괴로운 상황의 대처 전략을 생각해두길 권한다.

누구에게서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믿고 상담할 사람은 누구인지, 집에서 쫓겨난다면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라는 조언이다. 슬프지만 집에서 쫓겨나 노숙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노숙 청소년 5명 중 2명은 LGBTQ+이다.

몬탈반은 지금 돌이켜볼 때 커밍아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안전 계획을 짜두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고 한다.

“의절 당하는 등의 경우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또한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크리스천 선교사인 부모님이 해고 당할까봐 두려웠다고 한다. “크리스천 고등학교에서 퇴학 당할 수 있다는 위협도 받았다. 나는 15세 때 커밍아웃했다. 이런 일들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육체적 폭력이나 거처를 잃을 위험 외에도, 혹시 필요할지 모를 감정적 지원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인권센터의 LGBTQ+ 청소년 관련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이 ‘극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답했다.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은 청소년의 78%는 가족들로부터 동성애혐오, 트랜스혐오 발언을 들었다.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인정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된다. 최소 한 명의 성인에게서 지지를 받는 퀴어와 트랜스 청소년은 자살을 고려할 가능성이 40% 낮다고 트레버 프로젝트는 전한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 중에서 찾을 수 없다면 거주 지역의 LGBTQ 커뮤니티 단체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거절에 대처하기

안타깝지만 가족에게 털어놓았다가 부정적인 대답을 듣는 경우도 생긴다. 묵살부터 증오성 발언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고통스러운 말들에 너무 상처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배신감과 상처가 많이 들 수 있다. 정당하고 쓰라린 감정이다. 그걸 처리하려면 사람이나 공간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경험을 혼자 삭인다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트랜스 운동가 페이 존스톤의 말이다. 기분이 나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보고 지지해줄 사람들을 찾으라고 존스톤은 권한다.

“내가 지금 집에 있다. 뭔가가 방금 잘못되었다. 이야기할 사람, 내 말을 들어줄 사람, 나를 아낀다는 걸 말해주고 꼭 안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존스톤이 드는 예다.

가끔은 충동적으로 나쁜 반응이 나올 때도 있다. 가족이 진심으로 한 말이었는지, 절대적 거부를 당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관계 회복, 가족의 수용을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찰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의 이유로 LGBTQ+ 청소년은 법적 개입을 피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좋다. 잠시 집을 떠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집에서 머무르는 것도 방법이다.

반면 부모는 자녀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고, LGBTQ+ 이슈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고, 자녀가 비하 당했을 때 편을 들어주는 등으로 자녀의 정체성을 받아들인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몬탈반의 경우 오랫동안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부모는 그가 아내를 찾길 바란다고 기도하거나, 게이라는 이유로 질책하는 등으로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거리를 두고 몬탈반이 경계를 정해둔 뒤 지금은 관계가 조금 나아졌다. 예전에는 부모가 그에게 반 LGBTQ+ 글을 읽으라고 주곤 했다. 성인이 된 지금 그는 자기 위치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이러지 말라, 계속 이러면 보지 않겠다.”고 그는 말했다.

Young lesbian couple celebrating their marriage in front of their friends. The wedding ceremony is outdoors
Young lesbian couple celebrating their marriage in front of their friends. The wedding ceremony is outdoors ⓒHinterhaus Productions via Getty Images

계속 진행 중

현재 몬탈반은 잘 살고 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크리스천 대학교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LGBTQ+ 네트워크를 공동 설립하는 등 타인들을 돕고 있기도 하다.

“나는 진지한 연애를 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퀴어인 친구, 퀴어가 아닌 친구도 많다.”

몬탈반과 비슷한 처지인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느낀다. 토론토와 같이 다양성이 있는 도시에 산다는 건 뭔가 잘못되었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커밍아웃할 때마다 잘 되길 바라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나의 전략이다.

 

* HuffPost CA의 How Canadian LGBTQ+ Youth Can Prepare Themselves Before And After Coming Ou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 #가족 #lgbtq #커밍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