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9년 09월 20일 17시 20분 KST

1940년대 미국 게이 풀 파티 영상에 등장한 남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스톤월 항쟁이 일어나기 20년도 전이었다

제프 스토리는 20대 때 중고 상점과 차고에서 여는 중고품 세일 행사를 돌아다니며 오래된 사진과 빈티지 카메라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러던 중 특이한 물건 하나를 찾았다.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인 대형 개인 프로젝트가 여기서 비롯되었다.

1996년에 스토리는 세인트 루이스의 어느 집 소유물 처분 판매에 들렀다가 다락방에서 발견된 8mm 필름 릴 두 개를 구입했다. 사진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스토리는 당시 27세였는데, 릴이 든 통에 붙은 ‘게이 파티’(a gay party)라는 레이블에 호기심을 느꼈다. 오래된 필름이라, ‘게이’의 의미가 ‘동성애’(homosexual)인지 그저 ‘즐거운’(merry)인지 궁금했다.

그 답은 곧 알 수 있었다. 22분 분량의 컬러 영상에는 쾌활해 보이는 수십 명의 남성들이 미주리의 외딴 곳에 있는 수영장 주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상의를 벗고 있는 남성, 드랙 복장을 한 남성, 군복을 입은 남성 등이 등장했다.

LGBT+에게 인기있는 여름 휴양지인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이나 동성애자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다녀와 본 사람들이라면 친숙하게 느낄 장면이지만, 이 영상은 1945년에 중서부 시골에서 촬영한 것이다. 퀴어를 아우르는 리조트 비슷한 곳도 아주 먼 위치다(위에서 영상을 클릭하면 일부를 볼 수 있다).

GEOFF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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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본 것은 드랙 차림의 남성이 담배를 들고 카메라를 향해 으쓱대며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누가 소유한 곳인지 몰랐다. 맥락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오래된 영상인지도 몰랐지만 특별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내가 미주리 시골에서 지금 저런 파티를 연다면 얼마나 마음 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토리가 허프포스트에 밝혔다.

몇 번 본 뒤 스토리는 낡은 필름이 상할까 두려워 그냥 보관해두기로 했다. 영상 속의 남성들을 보는 것은 게이이지만 이 필름을 샀을 때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은 상태였던 스토리의 아픈 곳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에 그는 이 영상을 디지털화했고, 영상 속 남성들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까 싶어 친구와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때 이 영상을 본 보건 연구자 베스 프루사치크 역시 이 영상을 보고 답을 찾기 힘든 의문들에 사로잡혔다. 그후 이들은 힘을 합쳐 원래 영상과 새로운 발견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게이 홈 무비’라는 제목이 붙은 이 다큐멘터리는 스토리의 감독 데뷔작이 될 예정이다. 프루사치크는 프로듀서이자 공동 감독을 맡았다.

계획대로 된다면 ‘게이 홈 무비’는 현대 LGBTQ 인권운동의 상징적 시작으로 간주되는 1969년의 스톤월 항쟁이 일어나기 20년도 더 전에 퀴어들의 생활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될 거시다. 스토리가 어떻게 이 릴을 발견했는지, 당시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감정 때문에 보기가 주저되었는지 등 스토리의 자전적인 내용도 조금은 들어가게 될 것이다.

물론 원래 영상에 대한 정보가 드물어서 어려움은 있었다.

“우리 둘 다 주말에 시간을 내 쉽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내일 구글 검색해보고 제프에게 위치와 이름을 알려줘야지.’라고 생각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걸 풀기 쉽지 않은 미스터리임이 밝혀졌다.” 프루사치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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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프루사치크는 맥주 라벨, 연료 배급 스티커, 군복의 표시 등을 통해 이 영상의 촬영 시기가 1943~1945년 무렵일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현재 그들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 중 5명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알고 보니 여러 집단들이 모인 파티였다. 유명한 헤어스타일리스트 버디 월튼과 그의 파트너 샘 미코토도 있었다. 미코토는 스토리가 1996년에 이 필름을 산 소유물 처분 판매가 열린 집의 주인이었다. 

수영장 자체는 이제 없지만, 스토리와 프루사치크는 등기부등본과 지역 관리 기록을 따라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남쪽으로 6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미주리주 힐스보로 근처의 시골이다.

이 남성들의 친구와 가족들이 인터뷰에 응하여, 스토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깊은 인간적인 면이 ‘게이 홈 무비’에 더해졌다.

스토리는 “문전박대를 많이 당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동성간의 관계가 배척의 이유가 될 수 있었던 시절에 남성 지인 및 친척들이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수치스러워 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이 홈 무비’가 스톤월 이전 시대의 ‘역경과 추한 면’도 담을 것이라며, 스토리는 “가족, 친구,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2020년 영화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완성작에서 보여지지 않을 부분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색인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스토리와 프루사치크가 꼭 담고 싶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들 중 최소한 한 명이 직접 증언하는 것이다.

월튼과 미코토는 사망했으나, 다른 출연자 중 생존자가 있다면 현재 80대 후반 또는 90대 초반일 것이다. 스토리와 프루사치크는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은 사람들의 스틸 이미지들을 모은 온라인 갤러리를 만들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아우팅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개인적인 일들을 상기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두 사람은 강조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반응을 볼 때, 적어도 한 명은 나서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품고 있다.

“우리 다큐멘터리가 첫 선을 보이는 날, 누군가 우리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어, 저 사람은 우리 아빠다.’라고 말할 것이란 걸 안다. 하지만 그전에 확인할 수 있는 건 다 확인하고 싶다.” 프루사치크의 말이다.

스토리는 ‘게이 홈 무비’가 “가족 안에서의 치유를 위한 학습 도구”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젊은 모습으로 영원히 남은 영상 속 남성들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을 금할 수가 없다고 한다.

“처음 이 영상을 보았을 때 나는 그 남성들과 같은 나이였다. 나는 50세가 되었고 계속 나이를 먹어가지만, 이들은 전혀 나이들지 않았다. 삶에 대한 묘한 관점을 준다.”

 

* HuffPost US의 New Documentary Will Track The Lives Of Gay Men Seen At Pool Party In 1940s Missouri를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