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가운데 총수가 구속된 적이 없는 기업은 하나밖에 없다. LG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와 거리가 먼 기업으로 평가받아온 LG그룹 총수 일가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4세 승계를 위한 주식 거래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그룹 본사 재무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해 세무·회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LG그룹 총수 일가는 그룹 지주회사인 (주)LG와 LG상사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국세청이 이런 혐의로 LG 총수 일가를 고발해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피고발인에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조만간 LG 관계자 및 사주 일가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이런 혐의가 LG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이자 4세 후계자로 꼽히는 구광모 (주)LG 상무는 최근 지주사인 (주)LG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 상무가 경영수업을 시작한 2006년 (주)LG 지분은 2.75%에 그쳤다. 하지만 2014년 친아버지이자 구본무 회장 동생인 구본능 회장으로부터 190만주를 증여받는 등의 방법으로 지분율을 6.24%로 끌어올렸다. 현재 구 상무는 구본무 회장(11.28%)과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3대 주주다.
LG는 재벌 중 가장 먼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3세까지 이어진 총수 일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특별한 잡음을 빚은 적이 없다. LG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일부 특수관계인(대주주)들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그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당국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