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이라곤 1g도 찾아볼 수 없는 가짜 반성문들이 넘쳐나고 있다.
27일 방송된 tvN ‘알쓸법잡2-알아두면 쓸데있는 법죄 잡학사전’의 주제는 가해자들의 반성문이었다. 수많은 가해자들이 재판을 받으며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진지한 반성’을 감형 사유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지한 반성‘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관들에게는 마음의 눈이라도 있는 듯, 가해자들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감형해 주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2016부터 3년 동안 선고된 성범죄 중 ‘진지한 반성’이 감안돼 집행유예 판결이 난 사례가 전체 사건 중 63.8%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업체까지 횡행한다. 가해자들은 반성문을 돈 주고 그냥 구입한다. 행정가, 작가 등 대필가에 따라 반성문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반성문 1건당 5만원이 책정돼 있다고.
알쓸법잡 제작진이 상황을 설정해 반성문 대필 업체에 실제로 의뢰를 해봤다. 법률전문가가 쓴 반성문은 8만원이었고, 문예창작과 출신 작가의 반성문은 5만원이었다. 돈을 주고 산 반성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존경하는 판사님께, 먼저 판사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서혜진 변호사는 ”저는 항상 이게 이해가 안 됐다. 판사한테 뭘 잘못했나?”라고 꼬집었고, 전직 프로파일러 권일용 박사는 ”반성문이 아니고 변명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는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반성문의 잘못된 내용을 비판했다. 박지선 교수는 ”반성문 마지막에 보면 ‘모든 역량을 다 해 나가겠다’라는 표현이 있다. 노력하겠다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역량을 다하겠다는 건 취업 시장에서 자기소개서에서나 할 법한 표현이다”이라고 비판했고, 반성문 대필가에 대해서는 “5만원에 양심을 판 거다. 본인의 글재주를 왜 낭비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가해자들이 법원에 제출하는 반성문에 반성이 없다는 건 심증이 아니다. 텔레그램 n번방 주범 조주빈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1심 판결 전 조주빈은 아주 낮은 자세로, 자신의 죄를 반성한다는 취지로 100차례 넘게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1심에서 징역 40년 선고받자 태도를 돌변해 피해자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도혜민 기자: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