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넬 대학교 4학년 학생인 레티샤 채는 수업에서 발표를 하던 중 속옷만 남긴 채 옷을 모두 탈의했다. ”바지가 너무 짧지 않냐”는 교수의 말을 들은 지 며칠만의 일이다.
채는 지난 5일(현지시각) 학생 수십 명 앞에서 논문을 발표하던 중 ”이는 사회적 인식을 넘어 우리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주제다.”라고 말하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그는 이어 ”나는 단순한 아시아인 그 이상이다. 나는 여성 그 이상이다. 그냥 ‘레티샤 채’가 아니다. 나는 한 명의 사람이다.”라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뜻을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코넬대학교 학보인 코넬 선은 당시 교실에 있던 학생 44명 중 28명이 탈의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공공장소에서 연기하기: 일상의 공연’ 수업에서 논문 발표를 예행 연습하던 중 교수인 레베카 마고가 채의 옷차림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채는 이날 수업 직후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통해 교수가 ”정말 그런 옷을 입을 거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긴팔 셔츠에 청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는 이 글에서 ”교수는 학생들 앞에서 (나의 옷차림 때문에) 남성들이 발표 내용 대신 내 몸을 본다고 말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채는 이어 한 남자 학생이 발표자는 보수적인 옷차림을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라고 말하자 눈물을 흘리며 교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채는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와 옷을 하나씩 벗으며 논문을 발표했다. 채는 예행연습이 아닌 실제 발표일에도 똑같이 할 생각이라며 다른 학생들도 동참하기를 권유했다.
그러면서 ”이건 목소리 좀 키우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모든 아시아인 여성을 위한 행동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려면 바지를 추켜올리라는 말을 들었던 모든 유색인종 남성과 똑똑하게 보이기를 원한다면 머리를 펴라는 말을 들었던 유색인종 여성들을 위한 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기 싫다면 ‘이성애자처럼’ 옷을 입으라는 모든 게이 친구들을 위해서다. 이건 우리를 위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해당 발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마고는 코넬 선에 이메일을 보내 해명에 나섰다. 이 이메일에서 마고는 ”학생들에게 어떤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적절한 옷차림이 뭔지 정의해준 적도 없다. 나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라고 적었다.
한편, 이날 수업에서 탈의에 동참하지 않은 학생 11명은 성명서를 내고 당시 상황이 채가 설명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생들은 마고가 ”단어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실수했을 뿐”이라며 채에게 ”한 번 이상 사과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채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마고가 과거부터 여성과 소수민족을 지지해왔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라며 ”레티샤가 겪은 일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양쪽의 이야기를 다 전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채는 학생들의 성명서와 마고의 해명에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허프포스트US의 ‘Cornell Student Delivers Thesis In Underwear After Professor Questions Her Outfi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