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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7일 18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27일 18시 21분 KST

낙태죄 대체입법 기한 12월 31일인데...이날 넘기면 어떻게 되나 (Q&A)

시한을 넘겨 ‘입법 공백’이 발생할 때를 대비한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뉴스1
낙태죄 폐지 집회

 

Q) 낙태죄 대체입법 기한이 12월31일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마련한 법안이나 의원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채로 시한을 넘기면 어떻게 되나요?

A) 국회가 대체입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않은 채 올해를 넘기면 형법에 규정된 ‘낙태의 죄’는 자동으로 소멸하고, 낙태죄는 ‘비범죄화’됩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헌법불합치와 함께 2020년 12월31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고 선언한 법은 두 가지입니다.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269조 1항.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270조 1항 중 ‘의사’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당시 헌재는 이 조항들이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 갈등 상황도 일률적으로 출산을 강제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고, 사회·경제적 사유로도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입법안을 2020년이 지나기 전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었죠.

하지만 정부가 지난 10월 형법의 ‘낙태의 죄’를 그대로 유지한 채 ‘14주·24주’라는 주수 제한을 달아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수준의 입법안을 내놓자 여성계 안팎에서는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낙태죄’는 그대로 존치한 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낙태죄 전면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와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종교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국회의 대체입법 절차도 지지부진한 상태죠.

Kim Hong-Ji / Reuters
낙태죄 폐지 집회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안 등 대체입법이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기게 되면, 헌재가 시한을 달아 효력을 유지했던 형법의 두 조항은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따라서 형법 269조 1항에 규정된 ‘낙태의 죄’ 또한 동시에 사라지고, 한국 사회에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임신중지가 ‘비범죄화’하게 되는 것이죠.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형법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핵심 조항이 사라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낙태죄가 폐지되는 효과를 낳는다. 형법에 한정해 본다면 낙태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더불어민주당의 권인숙 의원안이나 정의당의 이은주 의원안이 통과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헌재가 특정 법률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입법 시한을 제시했으나, 국회가 이 시한을 맞추지 못해 법률적 공백이 발생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2019년 11월을 기준으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가 개정해야 하는 법률은 21건이고 이중 이미 개정 시한을 넘겨 효력을 상실한 법률은 5건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월에는 법원과 국무총리 공관 100m 안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가 사라진 뒤에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검찰이 이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공소를 취소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바로가기 ▶ 한겨레 특별 페이지 ‘낙태죄 폐지’

Q) 형법의 임신중지 처벌 조항이 소멸하면, 임신중지가 허용되는 예외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14조 어떻게 되나요?

A) 모자보건법 14조가 형법의 임신중지 처벌 조항을 전제로 한 하위법 개념인 만큼, 함께 무력화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사라진다고 해도 의문은 남습니다. 우리나라의 모자보건법 14조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예외적인 임신중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법은 어떻게 되냐는 것이죠.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허용한계’라는 이름이 달린 모자보건법 14조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사유들을 제시합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이 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의 성관계로 임신한 경우 등이죠.

법조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모자보건법 14조 또한 형법의 문제 조항 소멸로 자동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견해가 대부분입니다. 낙태죄를 처벌할 수 없으므로, 예외적으로 처벌을 피할 규정 역시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안이나 의원입법안은 모자보건법에 임신중지에 따른 상담과 의료지원 절차를 담고 있습니다. 기존 모자보건법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입니다. 이러한 절차를 규정한 법 또한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낙태죄에 부속된 조항이기 때문에 낙태죄가 효력을 잃으면 모자보건법은 당연히 효력이 사라진다. 다만 죄가 폐지되면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시술이 양성화되면서 각 병원에서 시술이 이뤄지기 시작할 텐데, 모자보건법에 담겨야 할 의료지원 등의 권리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만약에 시한을 넘기게 돼 이러한 ‘입법 공백’이 발생하면, 정부가 입법 전이라도 정책적으로 임신중지를 원하는 이들을 지원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마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새로운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고 보건소 등 기존의 의료체계를 이용해 상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법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아니라, 이런 지원 정책은 정부에서 먼저 마련하고, 법적인 정비는 다음에 뒤따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