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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6일 18시 20분 KST

한달 남은 '낙태죄' 개정안 입법 시한 : 국회 일정과 쟁점 법안, 입법 전망 총정리

‘타협안보다 입법시한 넘기는 게 낫다’는 기류도 보인다.

ED JONES via Getty Images
2018년 7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낙태죄 폐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낙태죄’를 존치한 정부의 형법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의 시간’이 찾아왔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여성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지만, 정작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종교계 반발 등을 이유로 논의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국회의 ‘입법 방기’에 여성계 일각에서는 ‘어설픈 타협안보다는 시한을 넘겨 낙태죄를 폐지하는 게 나은 게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향후 국회 일정과 쟁점이 될 주요법안, 입법 전망을 살펴봤다.

 

향후 국회 일정은? 

촉박한 입법 시한과 비교하면 국회의 움직임은 굼뜬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69조 1항(낙태죄 처벌 조항)과 270조 1항(의사 임신중지 처벌 조항)의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뒤 제시한 입법 시한은 올해 12월31일이다. 형법 개정안을 넘겨받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2월8일 낙태죄 폐지 찬·반 전문가들을 모아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관련 입법 논의에 밝은 한 국회 관계자는 “이날 공청회가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법안을 두고 의원들이 각자의 입장을 정리할 중요한 자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공청회 다음날인 12월9일에는 정기국회가 종료된다. 이후 법사위에서 법안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하나의 형법 개정안으로 의견을 모은다 하더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임시국회가 열려야 한다. 공수처법·공정경제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법안이 적지 않은 만큼 12월 중에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지만, 법사위가 특정 법안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법안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종교계 반대로 낙태죄와 관련해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서 단기간에 결론 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국회 논의 대상, 4가지 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을 포함해 병합심사 대상에 오른 낙태죄 관련 법안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정부안은 임신 14주 이내의 임신중단은 허용하되, ‘유전적 질환, 성범죄,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24주 안에서 임신중지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형법 269조의 ‘낙태의 죄’는 그대로 남는다. 정부 입법안 중 의사 개인의 신념에 따라 인공 임신중지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끔 한 것도 여성계에서 꼽는 ‘독소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이 각각 낸 입법안은 정부안과 달리 형법에 규정된 ‘낙태의 죄’를 폐지하고, 주수 제한도 없앴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임신 주수나 사유의 제한 없이 임신중지를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은 더 나아가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도 유산·사산 휴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이 지난 13일 발의한 법안은 정부안보다도 임신중지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형사처벌하지 않는 임신 주수를 임신 10주 이내로 좁히고, 20주까지는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이나 임산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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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4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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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2019년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입장발표를 마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로 포옹을 하고 있다.

 

여성계 ‘타협안보다 입법시한 넘기는 게 낫다’


여성계에서는 ‘타협안이 성사돼 낙태죄가 존치되는 것보다 올해를 넘겨 폐기되는 게 낫다’는 기류가 있다. 특히 조해진 의원이 기존 정부안보다도 개악에 가까운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조해진 의원안이 발의된 뒤에 입법 지형이 좀 더 불투명해져 고민이 깊은 게 사실이다. 단순히 ‘연말 시한까지 입법을 해야 한다’는 식의 압박은 결국 타협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는 곧 여성의 삶이 ‘타협의 대상’이 된다는 뜻 아닌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입법저지 투쟁’을 해야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별다른 대안입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연말을 넘기면 형법의 낙태죄 처벌 조항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임신중지는 ‘비범죄화’된다. 인공 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규정한 현행 모자보건법 14조도 형법상의 ‘낙태죄’를 전제로 한 하위법인 만큼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성계에서 차라리 연말 시한을 넘겨 낙태죄의 ‘비범죄화’를 못 박은 뒤에 후속 법안 논의를 시작하는 게 더 낫다는 ‘현실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불가피한 국회 ‘입법 의무 방기’ 비판

하지만 이렇게 낙태죄가 폐지되더라도 국회가 대체입법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비판은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임신중지에 따르는 의료지원이나 의료상담 절차가 ‘입법적 공백’의 영역에 놓이게 되는 문제도 있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취지대로라면 형법 269조·270조가 삭제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에 현재의 정부안이 통과되는 것보다 시한을 넘기고 조속히 대체입법을 마련하는 게 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 입법부와 정부가 ‘여성 인권의 문제’를 앞에 두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