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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구조조정 칼바람 덕분에 대중에게 공개된 화려한 '故 이건희 컬렉션'

겸재 정선부터 피카소와 미로까지!

  • 황혜원
  • 입력 2021.04.28 17:12
  • 수정 2021.04.28 21:39

2016년 8월 삼성가 미술관 중 하나인 서울 태평로 ‘플라토’가 문을 닫으면서 많은 이들이 이병철, 이건희 선대회장의 컬렉션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두고 여러 억측이 발생했었다.

플라토 미술관 로댕 '지옥의 문' 앞에 관람객이 앉아있다.
플라토 미술관 로댕 '지옥의 문' 앞에 관람객이 앉아있다. ⓒ뉴스1

당시 삼성그룹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플라토‘를 처분했고, 이건희 회장의 흔적 지우기라는 평가도 나왔었다. ‘플라토‘는 삼성문화재단이 1994년 100억여원을 주고 사들인 로댕의 대작인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을 전시한 상징적인 문화 공간이었다. 다만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비자금을 이용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폭로하면서 ‘플라토’는 2007년~2010년 미술비자금 파문으로 휴관하고 2011년에야 플라토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한 역사가 있다. 플라토 이전 이름은 ‘로댕갤러리’였다.

어쨌거나 이 부회장이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미술계의 판단이었고, 리움 미술관 마저 홍라희 관장과 홍라영 총괄부관장이 2017년 3월 사임하면서 개점 휴업 상태를 맞이함에 따라 수많은 작품의 행방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정선 필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Inwang jesaekdo (Scene of Inwangsan Mountain After Rain) by Jeong Seon, National Treasure No. 216 크기: 138×79.4cm
정선 필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Inwang jesaekdo (Scene of Inwangsan Mountain After Rain) by Jeong Seon, National Treasure No. 216 크기: 138×79.4cm ⓒ문화체육관광부

특히나 작품이 해외 반출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던 상황. 다행히도 2만점이 넘는 명품, ‘이건희 컬렉션’은 ‘플라토’ 폐관 5년만에 국민의 품으로 들어오게 됐다. 삼성 측은 28일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하며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 근대미술품 등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고 밝혔다. 고미술과 근대미술을 제외한 서양 현대미술품은 삼성 미술관인 리움으로 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김홍도 필 추성부도, 보물 제1393호 Chuseongbudo (Theme of Chuseongbu, Sounds of Autumn) by Kim Hong-do, Treasure No. 1393 크기: 55.8×214.7cm
김홍도 필 추성부도, 보물 제1393호 Chuseongbudo (Theme of Chuseongbu, Sounds of Autumn) by Kim Hong-do, Treasure No. 1393 크기: 55.8×214.7cm ⓒ문화체육관광부

우선 국립중앙박물관에 2만 1600여점이 기증되며, 단일 기부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흥도의 대표작인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최고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이 기증 목록에 포함됐다. 박물관 측은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하는 A급 기증품이고, 박물관 개관 이래 최대의 경사”라고 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서양 대표 근대 미술가들의 작품과 한국 근현대회화작품 등 1600여점이 기증된다. 이렇게 화려한 작품 리스트를 단 한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해도 놀라울 수준. 삼성 측은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들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div>, 1975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 1975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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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 La Lecture>, 1890년대 ⓒ문화체육관광부

국내 근대 작가의 작품들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의 미술품, 드로잉들이 포함됐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div> 1950년대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전남도립미술관에는 전남 일대에서 활동한 동양화가 허백련, 대구미술관에는 대구 대표 화가 이인성, 제주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 강원도 박수근미술관에는 박수근의 작품을 기부하는 식으로 각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시작으로 유물을 공개할 예정이며, 내년 10월에는 기증품 가운데 대표 명품을 선별 공개하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 개최를 시작으로, 9월에 과천, 내년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와 상설 전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다.

황혜원: hyewon.hw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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