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사과드린다.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훈식 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에 공백이 생긴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기도 했다.
박 시장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 사과는 처음이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지기 전인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며, 민주당은 해당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에 말을 아껴 왔다.
이 대표의 입장 발표는 이날 오후 2시 박 시장의 고소인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을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다음주에 (고소인이) 입장을 추가로 낸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그것까지 보고 필요하다면 (당내) 이야기를 더 해볼 것”이라고 했다.
또 당 소속 의원들과 여권 인사들의 조문, 추모 현수막 게재 등이 ‘2차 가해’라는 지적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이후 이것과 관련된 더 많은 이야기와 입장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성폭력”이나 ”위력” 대신 ”당 기강” 말한 이해찬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내 기강 해이”를 지적하며 당내 기강을 다잡겠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기강 문제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으니,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세 번째 성추문이 불거지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은 오 전 시장이 21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자신의 성추문을 인정하며 사퇴한 지 3개월여 만에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