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성들을 위한 스탠드업 코미디쇼 '래프 라우더'(Laugh Louder)가 탄생했다

"여성으로서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를 즐기는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여성들을 위한 스탠드업 코미디쇼 ‘래프 라우더’(Laugh Louder)는 말 그대로 ‘여성’이 주인공이다. 여성이 코미디언으로 나서,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여성인 관객에게 들려준다. 주최 측은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쇼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여성은 오랫동안 코미디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웃길 수 없다고 평가 절하되거나, 외모비하와 성차별 등에 기반한 코미디의 소재로서 이용되었습니다. 여성의 웃음은 남성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지요.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쇼 ‘Laugh Louder’는 여성이 다른 여성들 앞에서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경험을, 여성의 이야기에 다른 여성들이 웃는 경험을, 여성으로서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를 즐기는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침착하지 않고 실컷 설치며 크게 말하고, 더 크게 웃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LaughLouder

텀블벅 후원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진된 래프 라우더 쇼의 첫 번째 주제는 ‘여성과 섹스‘(4월 30일 오후 서울 을지로 ‘신도시‘에서 공연). 보수적인 환경의 한국에서 ‘여성‘이 ‘섹스’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윤이나 작가 
윤이나 작가  ⓒinkyungyoon/huffpostkorea

에세이집 ‘미쓰윤의 알바일지’와 JTBC 웹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쓴 윤이나 작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계는 어떻게 인간을 이기는가?: 새티스파이어를 아십니까?’ 제목의 코미디쇼를 통해 30년간 찾아 헤맨 오르가즘을 섹스토이의 종류 중 하나인 새티스파이어를 통해 단 3분 만에 느끼게 된 경험을 들려 주었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것.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독일언니들’의 진행자 Matt돼지는 ‘한국에서 성욕 강한 여자로 살아남는 법‘이라는 제목의 코미디쇼를 통해 한국에서 여성이 ‘주체적인 존재‘이기보다는 ‘선택받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클럽 문화’를 꼬집는다. ”(여자 중)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가서 들이대는 경험을 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반면) 남성은 여성의 뒤로 와서 신체 접촉을 시도한다”는 것.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약 70명이 공연을 보러 왔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자리였다. 
약 70명이 공연을 보러 왔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자리였다.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Matt돼지 
Matt돼지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래프 라우더쇼를 관람한 김미진씨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라는 형식으로 섹스에 대해 여성 두 명이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신선했다”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상무님, 부장님과 함께 코미디쇼를 갔는데 90년대에 되게 유명했던 남자 코미디언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굉장히 저질인 농담(?)을 해 중간에 뛰쳐나왔던 경험이 오버랩됐다”고 밝혔다.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아래는 윤이나 작가와 닉네임 ‘Matt돼지’씨와 나눈 인터뷰.

- ‘Matt돼지’라는 닉네임이 매우 인상적이다.

Matt돼지 = 하하하하. (닉네임을 만들 때는) 독일에 있을 때라서 한국 인터넷에서 (네티즌 일부가) 그 말을 욕으로 쓰이는지 전혀 몰랐어요. 제가 되게 저돌적인 성격이라서 대학교 동기가 ‘너는 저돌적인 게 꼭 멧돼지 같다‘고 장난으로 한 말에서 쓰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런데 Matt이라고 쓴 건... 제가 독일에 오래 있다 보니 한국어 능력이 떨어져서 ‘멧’을 맷 데이먼의 ‘맷’으로 쓰고 있었거든요. 그걸 나중에서야 알고, 그냥 재미 삼아서 Matt돼지라고~. 저는 정말 그 단어를 겨냥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하.

ⓒinkyungyoon/huffpostkorea

- 래프 라우더 쇼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Matt돼지 = 독일에서 팟캐스트를 했었어요. 저는 진짜 코미디를 좋아하고, 앞으로 이 길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중에서도 특히 스탠드업 코미디를.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기획 등등의 과정을 거쳐 공연을 하는 게 힘에 부쳤던 거죠. 그래서 공연을 잘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만들어져서. 오늘은 제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첫번째 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공연을 해나가고 싶고요.

윤이나 작가 = 여성들이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한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탠드업 코미디에 재능 있는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성이 직접 판을 만들었다는 것. 이게 제일 중요해요.

- ‘여성으로서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Matt돼지 = TV 예능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은 안 본 지 좀 오래됐어요. 불편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일단 여자가 나오면 애교 부려보라고 시키는 것부터가 불쾌하고요. ‘여자 코미디언’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 절하하고, 매력 없고, 그냥 막 대해도 되는 사람처럼 소비되는 게 너무 보기 싫었거든요. 특히, 외모 지적질이 가장 싫었던 것 같아요.

ⓒinkyungyoon/huffpostkorea

- 코미디언이든 배우든 ‘이 사람 진짜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있는지.

윤이나 작가 = 저는 (래프 라우더쇼) 기획팀의 일부이기도 하고, 글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송은이씨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어요. 그분 또한 여성 코미디언의 판을 밖에서 만들어서, 그걸 메인스트림까지 다시 한번 진출시킨 사람이기 때문에. 저희는 지금 간절히 비보(VIVO, 송은이씨가 설립한 컨텐츠랩)를 한번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부디 저희에게 연락을 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Matt돼지 = 저도 송은이와 김숙씨. 사실 저도 비밀보장을 듣고, 친구와 함께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거거든요. 너무너무 존경하고, 너무너무 능력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으로 넓히면 티나 페이나 에이미 폴러. 글 쓰면서, 무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도 하는. 저도 그 두개를 병행하기를 원해요.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inkyungyoon/huffpostkorea

- ‘여성과 섹스’ 이후의 래프라우더쇼 계획은 어떻게 되나.

윤이나 작가 = 아직 두 번째 주제가 나온 건 없어요. 첫 번째 주제도 사실 ‘섹스로 반드시 하자’고 한 건 아니고, 출연자인 저와 Matt님한테 제안 주제를 받았는데 겹쳤던 거죠.(웃음) 그렇게 해서 나온 주제고요. 오늘은 2명이지만 이후에는 더 많은 여성이 출연자로 나올 수 있고, 더 큰 무대에서 할 수도 있고, 더 시간을 길게 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도록 이 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저희의 핵심 목표입니다.

 

사진 : 윤인경 에디터 

 

기사 수정: 5월 2일 오후 4시 47분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