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년 04월 07일 13시 32분 KST

한때 백인들이 나에게 한 인종차별 농담을 웃어넘겼지만 이제는 그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백인 친구들은 아시아 혼혈인 내가 ‘L’과 'R' 발음을 제대로 구별 못할 거라는 인종차별 농담을 했다.

Lisa Boyce
저자 리사 보이스

백인 친구가 내게 인종차별 농담을 할 때, 차별의 의도보다 재미로 하는 거라고 믿었다

나는 일본인과 미국인 혼혈이다. 항상 자라면서 별명을 갖길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학교에서 미국인 친구들이 나를 리사(Risa)로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리사(Lisa)지만 아시아 혼혈인 내가 ‘L’과 ‘R’ 발음을 제대로 구별 못할 거라는 인종차별적인 뜻이 담긴 별명이었다. 난 미국에서 평생 태어나 자랐고 일본어를 하지도 못하고 당연히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처음에는 이 별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웃으며 동조했다. 이런 별명을 부르는 이들은 내 친구였고, 난 이들이 인종차별 의도보다 재미를 위해 이 별명을 부른다고 순진하게 믿었다.

난 꽤 수영을 잘했고 백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스포츠를 즐겼다. 본능적으로 백인들이 나를 완전히 동양인으로 보기보다 그래도 반은 백인으로 보기에 좀 더 마음을 쉽게 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서 동양인이라는 부분을 최대한 숨겨야 했다. 이런 노력으로 백인들의 눈에 나는 그들과 어울릴 만큼 ‘백인’처럼 보였을 거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그만뒀다. 대신 테일러 스위프트 음악을 들었고 백인들이 하는 인종차별 농담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곤 했다.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애틀랜타 사건으로 아시아 여성이 희생됐을 때도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아시아 여성을 조롱했다  

하지만 3월 16일 애틀랜타주에서 아시아 증오 범죄로 8명의 아시아 여성이 희생됐다. 그리고 난 인터넷상에서 그 희생자들을 비웃거나 농담하는 글을 많이 봤다. 주로 아시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말들이었다. 내 별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심한 인종차별을 겪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런 ‘재미’로 하는 별명이나 농담이 은연중에 문제 발생에 기여한 게 아닐까? 사실 이런 농담에 발끈하면 오히려 백인들로부터 ”넌 농담도 못 받아들이니?”라는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웠다. 

2018년 처음 일본인인 할머니와 함께 일본에 가봤다. 미국에서 본 할머니는 항상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일본에서는 너무나 활기 넘치고 언어 제한 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참고로 할머니는 꽤 영어를 잘한다. 매일 영어 신문을 읽고 뉴스를 시청한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본 할머니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고 훨씬 편해 보였다. 할머니는 23세 때 미국으로 건너와 약 70년을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다. 오랜 시간 미국에서 살았지만 항상 할머니는 영어를 할 때 뭔가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평생 인종차별을 당한 게 분명하다. 

 

Patthamanan Jaisawaeng via Getty Images/iStockphoto
'아시아 증오를 멈춰라'
 

솔직히 백인 친구들이 내게 인종차별 농담을 했을 때, 목소리를 내기보다 함께 웃는 게 더 쉬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들은 내 친구였고 날 인종차별을 하며 상처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단지 무지한 ‘농담’이었다. 

애틀랜타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고 소셜미디어에서 아시아 여성을 향한 조롱의 글을 보면서 갑자기 과거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친구들의 인종차별 농담에 웃은 나도 잘못한 게 맞다. 그런 농담을 계속 듣다 보면 정말 그게 진짜처럼 들리고 악의가 없더라도 내 가치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런 농담이 당연하거나 괜찮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절대 괜찮지 않다.

그런 말을 듣고 함께 웃어서는 안 됐다. 난 그 농담에 동의할 이유도 없고 진지하게 반응해도 괜찮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내 이름을 함부로 놀리는 걸 참지 않겠다. 나는 리사(Risa)가 아닌 리사(Lisa)다.

 
 

 

 

*저자 리사 보이스는 뉴욕에 기반을 둔 작가로 현재 미국 중서부에서 성장하는 혼혈 수영선수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