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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빅, 대기중에 떠도는 야생효모로 맥주를 빚다

'맥덕'이 들려주는 맥주 이야기

ⓒhuffpost

람빅(Lamic)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맥주가 있다.

맥주의 계절이 시작되는 봄날이다.

야외에서 볕을 쬐며 먹어도 좋고, 어두운 펍에서 좋은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어도 좋고, 왁자지껄한 스포츠펍에서 떠들며 먹어도 좋고, 집에서 혼자 먹어도 좋다. 봄날의 맥주는 완전식품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맥주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그 폭이 넓고 종류가 다양하다.

쌉쌀한 IPA, 로스팅된 맥아가 풍기는 달큰한 풍미가 일품인 스타우트, 아카시아 꿀향을 풍기는 매력에 여러잔을 마셔도 질리지 않는 라거. 불과 10여년전에 비해보면 셀 수 없을만큼 여러가지 종류의 맥주를 기호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아주 행복에 겨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람빅(Lambic)이라는 맥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람빅(Lambic)의 특징은 그 발효과정에서 신맛과 텁텁한 입맛이 열리며, 열린 그 틈으로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과실의 신맛이라고 하기에는 그 깊이가 너무나 깊고 와인의 텁텁함이라고 하기에는 공기 중을 떠도는 야생효모로 빚어낸 풍미가 너무도 짜릿하다. 단맛은 느끼하지 않게 깔끔하게 떨어지고 추억처럼 연하게 남는 여운은 오래 간다. 물론 람빅도 여러 스타일이 있고 그 품질 또한 천지차이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새롭고 재미있는 미각을 맥주에서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람빅은 가장 먼저 권하는 맥주의 장르이다.

‘유럽맥주견문록’의 저자인 이기중 교수(전남대 인류학과)는 그의 책에 이렇게 썼다.

“대부분의 맥주는 1~2차의 발효를 거치지만 전통적인 람빅은 적어도 5번의 발효를 거친다.”

“좋은 에일이 3주, 좋은 라거가 3개월의 숙성을 거친다면, 좋은 람빅은 3번의 여름을 거쳐야 한다”

맥주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맥주, 람빅

벨기에의 파요턴란트 지방과 브리쉘을 중심으로 시작된 자연발효식 맥주인데, 일반적인 맥주는 인공적으로 배양시킨 효모를 원료로 발효시키는 반면에 람빅은 대기중을 떠돌아다니는 여러 균체를 이용해서 발효시키는 맥주이다.

이 맥주의 특징이라면 강한 시큼함과 묵힌 치즈와도 같은 특유의 쿰쿰한 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에 기대하는 풍미가 아니어서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다양한 스펙트럼과 깊은 풍미의 결이 독특해서 맥주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이야기되고 쉐어링되는 맥주 중 하나이다.

맥주를 비롯한 발효주는 원하는 캐릭터의 효모를 사용하며 발효과정중 공기를 통한 오염을 막기위해 발효시에는 철저하게 산소를 차단한다. 하지만 람빅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발효를 시키는 특징이 있다.

발효중 산소를 차단하기는 커녕 오히려 공기중에 발효원액을 노출시켜 자연효모와 반응하여 발효되도록 양조를 한다. 즉 효모를 비롯한 레시피만큼이나 양조장의 현장 컨디션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람빅은 70%의 보리맥아와 30%의 발아되지 않은 밀로 양조된다. 양조통에서의 1차발효후 배럴이나 오크배럴에서 1~3년을 2차 숙성시킨다. 이렇게해서 람빅(Lmbic)이 탄생되는데 발효시간이 우선 오래걸리고 양조장 환경에 의지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대량생산이 어렵다. 그리고 계절이나 온도에도 민감해서 환경적인 도움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산패하기 십상이라 람빅맥주는 단순한 맥주 이상의 매력으로 맥주애호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람빅의 매력은 단순히 깊고 강한 산미와 특유의 효모의 맛과 향이 주는 독특한 풍미만은 아니다.

완성된 원주(Unblended)에 과일을 담아서 재발효 시키거나, 설탕을 넣거나, 심지어 원주끼리 섞어버리는 방식까지 여러가지의 람빅의 가지가 뻗고 각자의 매력을 뽐낸다.

그 다양함이. 그 “변형에 대한 열려있는 맥주정신이 람빅이라는 이 오래되고 훌륭한 맥주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 부분에 매력을 느낀 많은 맥주애호가들이 람빅을 사랑하고 서로 즐겁게 나누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람빅은 최초로 양조된 원주에 다른 방식의 발효법으로 다른 풍미를 만들고 때로는 서로 섞는 블랜딩을 통해서 여러가지 다른 형태로 만들어 즐기는 장르이다. 그런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람빅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원주 (Unblended) : 낮은 탄산에 상큼한 산미를 가진 람빅

일반적으로 원주는 탄산기가 낮으며 색깔이 탁하다.

발효기간에 따라 구분되는데 발효기간이 길면 우드(Oude), 발효기간이 짧으면 욘허(Jonge)라는 이름을 붙인다.

순수한 원주는 아래와 같이 여러 방식의 시도로 새로운 색깔들을 입게 된다.

2. 괴즈 (Gueuze) : 다른 빈티지의 람빅을 서로 섞다

괴즈(Gueuze)는 다른 빈티지의 람빅을 서로섞어서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갓 만들어 1년 안팎인 신맛과 단맛이 감도는 젊은 람빅(Young Lambic)과 2년정도를 오래 묵혀 깊은 풍미와 강한 산미가 나는 늙은 람빅(Old Lambic)을 섞은 후 주로 샴페인병에 2차발효를 시킨다. 그 과정에서 탄산이 새로 생기며 일반적으로 짙은 갈색의 바디를 가진다.

3. 후르츠 람빅 (Fruit Lambic) : 과일을 담가 재발효 시키다

원주에 과일을 담가 2주정도 다시 발효를 시킨다. 그 이휴 4~6개월동안 숙성기간을 거쳐 상품화된다.

주로 첨가되는 과일에 따라 이름이 붙는데 라즈베리(Framboise/프람부아), 포도(Druif/드리프), 파인애플(Ananas/아나나스), 살구(Abricotier/아브리코치), 자두(Prunier/프루니), 레몬(Citron/시트롱)등이 있다.

4. 크릭 : 체리를 첨가한 상큼한 람빅

람빅의 원액에 체리를 맥주가 크릭이다. 일반적으로 모렐로(Morello) 종이 사용되며 이를 벨기에에서 개량한 Schaarbeekse krieken을 최고로 친다. 다른 과일을 첨가한 것과는 달리 가장 오래된 과일 첨가 방식이라 프루츠 람빅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고 오히려 람빅의 다른 장르로 구분될 정도로 특화된 장르이다.

사랑스러운 체리맛과 향이 가미되어 있어서 헤드(거품)이 센 편이다.

색상은 아름다운 루비 색상을 띈다. 가장 대중적인 람빅 중 하나이다.

5. 파로(Faro) : 람빅 원주에 설탕을 첨가하다

발효를 마친 람빅 원액에 카라멜, 당밀, 흑설탕등을 첨가하는 스타일이다.

람빅이 가진 어쩌면 부담스러운 맛과 향을 훌륭하게 가려주고 새콤달콤한 편한 풍미를 올려주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맥주애호가들에게는 오히려 “사파”로 미움을 받기도 한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서도 “역한 맛이 나서 이상했는데 알고보니 하수도 물로 만든 FARO였다.”는 내용도 나온다.

* Pairing TIP

새콤하고 깊은 풍미의 람빅, 무엇과 먹을까

1. 치즈 : 첫맛의 산미를 보듬어주는 부드럽고 깊은 풍미

치즈는 람빅과 정말 잘 어울리는 짝꿍이다. 강한 산미의 람빅이 입 속을 적시며 목을 넘어가는 순간 입천장으로 부드럽고 담백한 치즈의 맛이 올라오는 순간은 짜릿할 정도로 일품이다. 블루치즈가 제일 훌륭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지만 오히려 여러가지 풍미의 치즈가 모인 플래터를 추천한다.

2. 회 : 쫀득한 식감위에 퍼지는 상큼한 산미와 깊고 둔탁한 효모의 풍미

와사비를 찍지 않고 아주 약간의 간장만 찍은 회에서 풍기는 신선한 향과 쫀득한 식감.

그 쫀득함위에 넓게 퍼지는 람빅의 캐릭터는 정말 일품이다.

3. 구운 야채 :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더운야채구이와 찰떡궁합

발사믹이 살짝 얹혀진 구운야채 샐러드와 람빅은 찰떡궁합이다.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구운야채에 입 안에 오래 남으며 퍼지는 람빅 한 모금을 음미하는 것을 추천한다. 밥과도 잘 어울리니 식사주로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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