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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의 단호한 관계클리닉: "잠자리만 요구하는 65살 남친이 고민" 여성 사연에 곽정은이 한 말은 반박 불가다

"정말 표현력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면 당신을 성적인 욕구를 풀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걸까요?"

  • 이인혜
  • 입력 2021.06.10 11:56
  • 수정 2021.06.10 13:03
곽정은
곽정은 ⓒ뉴스1

 

Q1 나이 들어 만난 9살 연상의 애인, 잠자리만 요구하는데 정말 사랑일까

=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9살이나 더 많습니다. 저는 56살이고, 그 사람은 65살입니다. 그 사람은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부인과 이혼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저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크기를 가늠하자면 제가 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더 적극적이고 전화도 매일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애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잠자리만 요구합니다. 그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80살까지 만나자고 약속했답니다.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제가 너무 힘듭니다. 하루라도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합니다. 대답은 재깍재깍 하지만 어쩐지 그냥 기계적인 것 같습니다. 그가 먼저 연락한 적은 손에 꼽습니다. 저는 늘 그 사람 연락을 기다리다가 못 참고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곤 합니다.

그 사람이 육체적인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야 제가 이 관계에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요? 80살까지 만남을 약속한 그는 절 정말 사랑하긴 하는 걸까요? 그냥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허풍을 날리는 건 아닐까요? 이 나이에 이런 얘기 다른 사람에게 풀어놓기도 힘들고 속만 끙끙 앓고 있습니다. -‘이게 사랑일까’ 헷갈리는 중년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A1 연인 관계에서 욕구만 채우려는 그, 내 인생 함께하기 괜찮은 사람일까요?

= 나이를 밝히지 않으셨다면 당연히 10대나 20대의 누군가가 보냈을 것이라 짐작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당신의 사연을 읽고 한참을 앉아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이길래, 중년의 나이에도 우리를 이렇게 헷갈리고 애끓게 하는 것인가 하고요. 그리고 또 한참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용해서 자기 욕구를 채우는 것인가 하고요.

정말 오래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정의에 대해서 진심으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제가 짐작하기에, 당신에게 사랑이란 ‘표현하는 것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먼저 연락하고, 궁금해하고, 다정한 말을 길게 보내는 것이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상대방이 얼마나 표현해주는지에 따라 내 마음이 만족 상태와 불만족 상태를 오갑니다. 내가 표현하는 만큼 상대도 표현한다면 그 사랑을 신뢰할 수 있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지속하지요. 불안하지만 딱히 그 불안을 표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가 아주 적극적으로 잠자리를 요구하니까요. 당신이 원한 표현 방식은 아니지만, 이건 ‘그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도 있으니까’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설득하게 되는 거죠. ‘그는 그냥 애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이야’ 라고요.

정말 표현력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면 당신을 성적인 욕구를 풀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걸까요? ‘사랑 표현이 곧 사랑’이라고 생각하니, 상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인지 알아볼 능력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상대의 애정표현을 구걸하며 이용당하거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관계 둘 중 하나로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오직 잠자리를 가질 때만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은, 네 그냥 잠자리만 원하는 겁니다. 종일 함께 있을 순 없어도, 하루에 수십 번씩 연락할 수는 없어도, 당신을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적어도 ‘잠자리만 원하는 것 같아’라는 기분을 들게 하진 않지요. 당신이 스스로 감정조차 믿지 않는데, 상대방은 어떻게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요? 몇 마디 말에 내 소중한 삶을 거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 내 인생의 시간을 함께 보낼 만큼 괜찮은 사람이 맞나?’ 를 판단하는 이성적인 태도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곽정은 작가(헤르츠컴퍼니 대표)

 

Q2 실망스러운 남친 가족과의 첫 만남, 홀대받은 기분, 이 결혼 해야 하나

=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결혼 약속한 친구가 있어요. 남자친구가 먼저 우리 집에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결혼까지 얘기한 남자는 처음이기에 부모님도 좀 긴장하신 것 같았어요. 곱게 키운 막내딸 결혼할 사람이 인사 온다고 하니 엄마는 허리 디스크가 있으신 데도 남친이 오기 직전까지 누웠다 일어났다 반복하며 음식을 차리고 대접하셨죠.

이제 남친 집에 제가 인사하러 갈 차례, 부모님은 백화점 가서 예쁜 옷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 입혀주셨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남친 아버님은 저에게 거의 말을 붙이지도 않으시고, 시어머니는 느닷없이 종교를 바꿀 생각은 없냐고 물으시더군요. 음식은 달랑 차 한 잔, 식사 장소가 예약된 것도 아니고, 제 앞에서 뭐 좋아하냐며, 뭐 먹으러 갈지 의논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황당하고 너무 자존심 상했습니다. 서러움에 반지를 집어 던지고 다 때려치우자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부모님이 이것저것 물어보시지만 대화 나눈 게 없으니 할 말도 없었습니다. 아빠가 제 방에 들어와 눈물을 글썽이며 “나 그런 집에 너 보내고 싶지 않다”며 얘기하시는데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남친 연락을 받지 않다가, 며칠 전에야 만났습니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여동생이 결혼 전 처음 인사 갔을 때,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해서 너 불편할까 봐 일부러 편하게 하려고 한 건데 상황이 꼬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듣고 보니 마음이 좀 누그러지긴 했는데, 이 결혼해야 할까요? -‘이 결혼 해야 하나’ 고민인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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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A2 격식을 갖추되 편안할 순 없었을까. 결혼은 평생 계약, 신중하게 판단해야

=그러니까 수척해진 모습으로,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상황이 꼬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으니 엎으려고 했던 결혼도 다시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드셨다는 거군요. 네,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평생 처음 부모에게 소개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요. ‘내가 너무 예민하고 정 없게 구는 건 아닌가’라고 자책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가족이 될 사람들이라면 빨리 화를 푸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수 있죠.

결혼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기에, 이 결혼을 빨리 접으라든가, 해도 된다든가 하는 말씀은 드리기 어렵겠습니다. 다만 한 번 이 문장을 읽어 보세요. 첫째, 초면에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려고 ‘말을 거의 걸지 않는다’. 둘째, 초면에 상대방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혹시 종교를 바꿀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본다’. 이 문장이 어떻게 느껴지세요? 저는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결혼은 평생의 계약입니다. 내가 이미 황당하고 자존심 상하는데 매번 남의 의도만 헤아리고 ‘셀프 토닥’하며 평생을 살 수는 없어요. 어떤 좋은 의도였다 한대도, 실제로 보여준 행동이 당신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어야 하지 않나요? 가장 조심스러울 수 있는 첫 만남, 본인은 성대한 대접을 받아놓고, 여동생이 예전에 불편해했으니 갈 식당조차 정해두지 말자는 것에 동의한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격식을 갖추되 앞에 있는 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사람, 편안하게 대하지만 그렇다고 무례한 질문을 하지는 않는 사람. 밥 한 끼를 함께 먹더라도 저는 이런 사람들하고 먹을 것 같거든요.

평생의 가족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입니다. 신중해서 당신에게 나쁠 것은 전혀 없지요. 수척해진 얼굴로 ‘꼬였다’고 말하는 거로, 당신의 모든 실망과 아버지의 만류가 모두 없던 일이 되나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혼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기에, 저는 이 결혼을 해야 하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예와 아니오로 답하지는 않겠습니다. -곽정은 작가(헤르츠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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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곽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