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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06일 10시 32분 KST

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한의사협회는 ‘인력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의사 단체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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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의사 확충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4천명 늘리기로 한 정부안을 즉각 철회하라며 하루 파업(집단휴진)을 예고했다.

이와 별개로 보건의료단체들은 의사 확충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공공의료 강화’로 이어지기에는 미흡한 정책이라며 정부안을 수정·보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의사 수를 늘리지 않으려는 의사단체를 ‘밥그릇 지키기’라고 비판하는 한편 ‘권역별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병원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애초 의사를 확충하려는 취지가 빛바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의사 부족하지 않다”

5일 보건복지부는 “현재 10만명인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려면 6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한의사 0.4명 포함·2017년 기준)으로 오이시디 평균 3.4명에 못 미친다. 서울(3.1명)과 일부 지역(1.4~1.5명) 간에 의사 수가 갑절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지역 불균형도 심각하다. 정부가 절대적인 의사 수를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만이 아니라 인구감소율, 국토 면적을 고려한 의사 밀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의사 인력은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 전공, 병·의원 유형마다 불균형하게 배치되어 있는 게 문제”라며 “의료취약지에는 지역주민 수도 적어 병원이 자리 잡기 힘들고 교육·주거 등 인프라가 부족해 모든 국민이 수도권으로 몰려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없애려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더 높은 의료수가를 적용해주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 반발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달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2%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사들의 파업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2014년 원격진료 반대 이후 세번째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소수의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업무를 독점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복지부가 ‘집단이기주의’를 방치하지 말고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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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증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건의료단체 “공공성 강화해라”

기본적으로 의사 확충에 반대하는 의협과 달리, 보건의료단체 등은 정부안에서 한발 더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위해 일할 의사를 길러내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는 “기존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 늘려서는 지역 공공의료에 헌신할 우수한 인력을 길러낼 수 없다”며 “전국을 3~4개 권역으로 나눠 새로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맞춤형 공공의학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지역의사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추진 방안은 기존 국공립대, 사립대 의대 정원을 해마다 400명씩 늘려주는 방식이다. 전북권에 2024년 개교를 목표로 ‘공공의대’를 새로 설립하기로 했지만, 이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하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

지역의사의 의무복무 기간에서 수련 기간을 제외하거나 이들이 일할 곳을 공공병원으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확대되는 의대 정원 연간 400명 가운데 3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뽑겠다고 했다. 이들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없애기 위해 지역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해야 한다. 그런데 의무복무 기간에 인턴·레지던트 등 병원에서의 수련 기간 5~6년이 포함돼 있다. 실제 지역의사로 근무하는 기간이 4~5년에 불과하고, 그 뒤 지역을 떠날 우려도 있다.

이르면 2028년부터 배출될 ‘지역의사’들이 일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추가로 설립하지 않으면 공공의대를 졸업해도 근무할 곳이 없고, 지역의사를 양성해도 대부분 민간병원에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짚었다. 의료취약지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계획이 더불어 시행되어야만,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공공성 강화’나 ‘지역 의료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공공의대 설립은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좋은 의대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 좀더 고민할 측면이 많다”며 “지역의사를 공공병원에만 보내기에는, 지역 민간병원에도 심뇌혈관 등을 진료할 의사가 두루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역 병원에 의료수가를 높여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필수중증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우수병원’을 지정하는 등 지역의사가 의무복무 기간 이후에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