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한국 여성 작가들의 책 10

'82년생 김지영'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개봉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영화 역시 여성의 삶과 성별 격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포스터
일본 포스터

일본에서는 몇 해 전 처음 소개된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문학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여성 독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위해 한국 문학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가 허프포스트 일본판에 추천할 만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 10권을 골랐다.

″지금 한국 문학계에는 페미니즘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탄탄하다. 일본에서도 여러 수작이 번역되어 10편을 뽑기가 매우 어려웠다. 소설을 중심으로 시, 에세이도 포함했다. 앞으로도 중요한 작품들이 계속 번역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학계와 독자들의 반응도 엿볼 수 있는 그의 추천사를 아래에서 보자.

조남주, ‘그녀 이름은’

″엄격한 현실이 속속 부각되지만, 맑은 시선으로 그것을 직시하고 그것은 곧 내일과 직결되어 있다. 작가의 전작인 ’82년생 김지영’으로 인해 여성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생겼지만, 사실 주인공 김지영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거기서 반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작가는 말한다.”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한국에서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 있는 정세랑은 일본에서는 더 폭 넓은 층으로부터 사랑 받고 있는 것 같다.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 상상력이 뜻밖의 곳으로 튀어 심각한 주제임에도 읽는 즐거움이 넘친다. 작가의 다른 작품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나왔다.”

김혜진, ‘딸에 대하여’

″무거운 주제이지만 개인의 갈등을 철저하게 직면해 돌파구를 엿볼 수 있다. 일본에서 2018년 출간된 이후 독자들로부터 조용하지만 뜨거운 지지를 받아왔다. 페미니즘 문학과 한국 문학의 새로운 동력원이며, 퀴어 문학 대표작으로도 꼽힌다.”

정소연, ‘옆집의 영희 씨’

″한국 여성작가의 SF는 SF에 약한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으면서도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쁨과 슬픔, 고민과 희망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소연은 그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 SF? 휴머니즘 SF? 뭐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여기에는 확실히 다른 책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따뜻함이 넘친다. 물론 골수 SF 팬도 대만족할 수 있는 책이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일본인과 한국인 소녀의 교류와 고통스러운 성장을 그린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단정한 문체로 담담하게 써, 마음의 서랍에 가둬놓고 있던 생각을 스르르 써내려가는 단편집이다. 개인의 맥락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작품 전반에 있다.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기도 한다. 성차별에 대한 치열한 감수성도 드러난다. 같은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도 좋다.”

한강, ‘흰’

″‘흰색’을 테마로 산문시 같은 단장을 늘어놓는다. 소금, 얼음, 달, 쌀, 백목련... 이 흰 것들로부터 끌어내려지는 것은 광대한 세계 그 자체, 생명 그 자체다. 죽은 자와 산 자, 과거와 현재, 이미지와 현실이 교차하는 세계를 맛보기 바란다.”

허영선, ‘사랑을 품지 않고 어찌 바다에 들겠는가’

″한국은 시가 매우 사랑받는 나라다. 이 책은 제주도 해녀들의 삶과 투쟁을 테마로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다의 생명력과 해녀들의 자랑스러운 인생이 녹아들어있다. 시집임에도 좋은 번역과 꼼꼼한 편집 덕에 193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녀들의 역사의 깊이를 찬찬히 읽어볼 수 있다.”

최은미, ‘아홉번째 파도’

″첫 장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 각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인물 3명이 진실에 접근해가는 모습을 긴밀한 구성과 치밀한 문체로 그린다. 쭉쭉 읽히는 사회적이면서 오락적인 소설이고 애절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박서련, ‘체공녀 강주룡’

″한국의 노동 운동에는 ‘고공농성‘이라 불리는 투쟁 방법이 있다. 굴뚝, 철탑, 크레인, 고층빌딩 옥상 등 높은 곳에서 농성하며 주장을 펴는 것이다. 이 고공농성의 창시자로 꼽히는 이가 강주룡이라는 여성이다. 평양의 고무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1931년 작은 언덕 위 누각인 을밀대의 지붕에 올라가 ‘조선의 모든 노동하는 여성들의 단결’을 외쳤다. 실존 인물이 모델인 픽션으로, 긴장감 있고 강렬한 문체로 의지적인 여성상을 그린다. 역사에 대한 리스펙트가 넘치는 소설.”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축구 사랑이 넘쳐 아마추어 여자 축구팀이 입단한 저자의 이 글은 세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번씩 폭소가 터질 정도로 재미있는 논픽션 에세이다. ‘김지영’ 이후에 한국 여성 문학에서 널리 퍼진 주제 중 하나는 ‘여자의 몸‘이었고, 이 책이 그 대표주자라는 것이 번역자의 설명이다. 스포츠 세계에는 맨스플레인이 있게 마련인데, 여기에 ‘나의 킥은 느리고 우아하게 너희들의 코칭을 넘어선다’고 외치는 저자가 멋지다.”

*편집: 榊原すずみ, 박수진

*허프포스트 일본판에 원문이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