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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도, 맥주도 없다고? "우왕좌왕 승무원" 탓하던 대한항공이 보여준 최악의 서비스는 또 있다

승무원 탓했다가 언론사 탓했다가, 바쁜 대한항공.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648만원짜리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 후기. 해당 글을 올린 승객은 “이게 비즈니스석 스테이크”라며 “다시 봐도 놀랍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무려 147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648만원짜리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 후기. 해당 글을 올린 승객은 “이게 비즈니스석 스테이크”라며 “다시 봐도 놀랍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무려 147개의 댓글이 달렸다. ⓒ카페 갈무리

최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비즈니스) 좌석을 타고 귀국했다는 한 누리꾼이 648만원이 넘는 편도 비행기 삯에도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았다는 글을 한 포털 카페에 올리자, 이를 읽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죄송하다”는 답글을 남겼다. 지난 7일 <한겨레>가 보도한 ‘항공권 폭등했는데…“담요도, 맥주도 없다”는 대한항공’ 기사가 나간 뒤로도 ‘기내 서비스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KE054편을 타고 하와이에서 인천으로 왔다는 해당 승객은 13일 네이버 한 카페에 글을 올려 편도 648만2400원짜리 편도 항공권 예매 내역을 인증하고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를 성토했다.

해당 승객이 인증한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프레스티지석 항공권 예매 내역.
해당 승객이 인증한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프레스티지석 항공권 예매 내역. ⓒ카페 갈무리

이 승객은 “갈 때는 아시아나, 올 때는 대한항공을 탔는데, 비싸진 항공운임이지만, 2년 만에 나가는 해외라 너무 설레였다”며 “하지만 기내 서비스를 받자마자 우선 식사량에서부터 놀랐고, 첫 번째 밀(식사) 서비스가 나오자마자 손님들의 컴플레인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 승객이 올린 인증사진에는 감자 몇 알에 그보다 작은 스테이크와 소량의 버터, 반 컵 남짓의 와인이 전부였다.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648만원짜리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 후기. 해당 글을 올린 승객은 “이게 비즈니스석 스테이크”라며 “다시 봐도 놀랍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무려 147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648만원짜리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 후기. 해당 글을 올린 승객은 “이게 비즈니스석 스테이크”라며 “다시 봐도 놀랍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무려 147개의 댓글이 달렸다. ⓒ카페 갈무리

그는 “조금 있다가 다들 라면을 시켰는데, 조금 늦게 주문했더니 신라면도 다 떨어졌더라. 치즈도 (승무원이) 손바닥만 한 것을 3종류 들고 다니며 회를 뜨듯 얇게 썰어줬다. 과일은 포도를 알알이 비닐장갑 끼고 덜어줬다”며 “승무원이 치즈를 줄 때 엄청 얇게 자르려다가 칼이 접시 긁는 소리가 나서 다 같이 무안해서 웃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해할까 봐 적는다며 “승무원들의 서비스는 여전히 최고였다. 하이웨이스트 치마를 입은 승무원께서 바닥에 수그린 채로 고객과 아이컨택을 하며 양해를 구했다. 안 그래도 인원 감축으로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들었는데, 여러모로 안쓰러워 주는 대로 먹었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에 한 승무원이 올린 해당 후기에 대한 답글. 스스로를 ‘우왕좌왕 승무원’이라고 칭하며, 대한항공의 대응을 꼬집고 있다. 
블라인드에 한 승무원이 올린 해당 후기에 대한 답글. 스스로를 ‘우왕좌왕 승무원’이라고 칭하며, 대한항공의 대응을 꼬집고 있다.  ⓒ블라인드 갈무리

이 승객이 올린 글에는 카페 회원들의 댓글이 147개가 달렸다. 누리꾼들은 “나도 비즈 타고 똑같이 느꼈다. 비용은 2배로 올랐는데, 서비스는 2배로 저하됐다” “결국 승무원들만 죽어나겠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비즈(니스) 식사라는 언급이 없었으면 이코(노미) 식사 사진인 줄” “대한이라는 글자 좀 뺐으면 좋겠다” “600만원이나 받고 저런 밥을 주는 건 진짜 황당하다”는 등의 비판 댓글이 잇따랐다.

이 가운데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승무원의 답글을 퍼 온 글도 있었다. 아마도 해당 카페에 가입한 승무원이 해당 승객의 글을 읽고 자조 섞인 글을 블라인드에 올린 것을 누군가 퍼 온 것으로 추정된다. 승무원은 먼저 “후기 정말 감사하다 ”고 인사를 전한 뒤 “비싼 돈 주고 대한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타셨을 텐데, 스테이크 크기가 감자와 같고, 치즈는 포 뜨고, 포도는 개수 세어가며 드려서 죄송하다”며 “분명 스테이크 주문했는데, 부족해서 못 드신 승객분들도 계실 텐데 저희 승무원들은 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모시겠다고 도착 방송에서 말하는데 그마저도 부끄럽다”며 “우왕좌왕 승무원 올림”이라고 글을 맺었다 .

‘우왕좌왕 승무원’은 <한겨레> 보도에 “코로나19 탓에 기내식 서비스 등을 쉬었다 재개하다 보니 승무원들이 심리적으로 일이 많다고 느끼고 적응이 잘 안 돼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 실제로 기내에 필요한 물품을 덜 싣는 일은 없다”고 했던 대한항공 쪽의 해명을 꼬집은 표현 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지난 7일 <한겨레></div> ‘항공권 폭등했는데…“담요도, 맥주도 없다”는 대한항공’ 기사가 나간 뒤 비판이 들끓자 내부망에 올린 사과문.
대한항공이 지난 7일 <한겨레> ‘항공권 폭등했는데…“담요도, 맥주도 없다”는 대한항공’ 기사가 나간 뒤 비판이 들끓자 내부망에 올린 사과문. ⓒ독자 제공

한편, 지난 7일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대한항공 쪽은 “승무원들이 우왕좌왕한다고 표현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표현을 빼줄 것을 요청했다. <한겨레>가 이에 응하지 않고 승무원들의 비판이 들끓자 <대한항공>은 자사 내부망에 사과문을 올려 “단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일 뿐,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배경설명을 했음에도 기사가 의도와 다르게 게재돼 공식 항의했다”며 마치 <한겨레>가 자신들의 해명을 왜곡한 것처럼 표현해 비난을 샀다.

한겨레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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