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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으로 숨진 승무원이 마침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항공사에서 방사선 피폭이 산재로 인정된 최초의 사례다

“승무원들의 피폭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대한항공 항공기 / 대한항공 승무원 ㄱ씨. 2015년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김진수 한겨레 기자
대한항공 항공기 / 대한항공 승무원 ㄱ씨. 2015년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김진수 한겨레 기자 ⓒ뉴스1/한겨레

우주 방사선이 많은 북극항로를 비행하는 업무를 맡다 백혈병에 걸린 항공사 승무원의 질병이 이 승무원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난 뒤에야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항공사에서 방사선 피폭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복지공단은 21일 5년 동안 백혈병을 앓다 지난해 5월 숨진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 ㄱ씨의 질병에 대해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산재인정의 이유로 “업무 중 상당량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며 “방사선과 질병의 인과관계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2009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ㄱ씨는 승무원으로 6년 동안 북극항로를 비행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2015년에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발병했다. ㄱ씨는 우주방사선에 피폭된 것과 야간·교대 근무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며 2018년 산재신청을 했다. 하지만 ㄱ씨는 지난해 5월 신청 결과를 보지 못하고 숨졌다.

북극항로는 우주 방사선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ㄱ씨는 우주 방사선 피폭에 대해 대한항공에서 산재신청을 한 첫 사례다. 이후 유사한 사례를 겪은 같은 회사 전·현직 승무원들도 산재를 신청하거나 산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의 사망이 산재로 인정되며, 항공사 승무원의 피폭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8월 강모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윤진하 연세대 의대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항공운송산업 종사자의 백혈병 발병률이 공무원보다 1.86배, 일반 노동자보다 1.77배 높았다. 여성 항공운송산업 종사자는 전체 암 발병률에서도 공무원보다 2.27배, 일반 노동자보다 2.09배 높았다.

ㄱ씨를 대리한 김승현 노무사는 “역학조사가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3년이나 걸렸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ㄱ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산재가 인정됐다”며 “승무원들의 피폭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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