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STOP)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한진그룹 계열사의 직원들과 가족들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도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경찰에 신고된 인원은 100명이었지만 시민들이 참가하면서 숫자가 크게 늘었다.
집회 참가자들 다수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한 가면을 비롯해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려 혹시 모를 불이익에 대비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촛불집회 때 사용됐던 LED 촛불도 사용됐다.
사회를 맡은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이 자리에 온 분들은 아마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오셨을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사랑받을 권리가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인 하교열씨는 자유발언을 통해 “17년 전에 대한항공을 바꾸려고 노조를 만들다 해고됐다. 그때 제대로 못해서 여러분들이 가면까지 쓰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면서 ”가면 쓴 여러분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대한항공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찬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오픈채팅방에서 ‘무소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대한항공 여직원은 ”땅콩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모두가 참담한 심정이 됐을 것”이라면서 ”조씨 일가를 몰아내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복수할 것이다.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집회는 대한항공 직원 등 약 2000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을 통해 추진됐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을 도화선으로 명품 밀반입 의혹 등 각종 갑질 및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