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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6일 11시 05분 KST

이명희, 국외 개인쇼핑에 대한항공 비서실까지 동원했다

“이명희는 대한항공 임원이 아니라서 직원에게 지시할 수 없다.”

한겨레
<한겨레>가 입수한 메일 자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사적으로 사용할 물품을 국외에서 반입하는 과정에 대한항공 비서실을 동원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대한항공 내에서 아무런 직책이 없는 이 이사장이 비서실을 심부름센터로 활용한 것이다. 또 관세나 운송비 등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메일 자료와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2009년 대한항공 비서실은 대한항공 한 지점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용을 보면, 비서실은 “지점장님, 안녕하십니까? 사모님(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께서 아래와 같이 지시하셨습니다”라며 “(특정 상품) 제일 좋은 것 2개를 구매해서 보낼 것, 제품 카탈로그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대한항공 직원이 개설한 카카오톡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익명의 한 직원은 “해외 지역 임원들은 비서실에서 오는 사모님 지시 사항에 따라 행동해야 했고, 지역 본부장과 관리팀장은 사모님 여행, 비용, 아이템 등과 관련해 깊숙이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이명희씨는 대한항공 임원이 아닌 만큼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한겨레>가 입수한 메일 자료

 

한겨레가 입수한 또 다른 이메일 자료에도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국내외 지점을 통해 개인 물품을 조직적으로 반입한 흔적이 드러난다.

2008년 대한항공 비서실은 ‘오너 일가 품목 핸들링(KKIP ITEM H/D) 관련 유의사항 재강조(지시)’라는 제목의 메일을 국내외 지점장에 보냈다. ‘코리안에어 브이아이피’(KKIP)는 조양호 회장 일가를 뜻하는 코드다. 비서실 메일에는 은밀한 지시가 담겼다. “오너 일가 품목 핸들링 관련 유의사항을 재강조하오니, 국내외 지점장은 유념해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비서실은 ‘지점장 조치사항’을 통해 “메일 내용에 최고 경영층(KKIP) 명기를 금지하고 가능한 비서실(DYS) 품목으로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운송 물품에 대한 상세 내역 기술은 지양하고 부득하게 내용물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전화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물품 배송을 공항 지점장이 직접 하라”고 지시했다. 대한항공이 조 회장 일가가 사용할 물품을 회사차원에서 반입하고 있음을 최대한 감추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국내외 지점은 국내 18곳을 비롯해 일본 12곳, 미주(북·남미) 13곳, 유럽 12곳 등 총 116곳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지점이 어딘지 관련 아이템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아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