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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편집장] '킹덤', 신천지, 그리고 박근혜

3가지가 하나의 이미지로 겹쳐진 오늘.

'킹덤' 시즌2 메인예고편
'킹덤' 시즌2 메인예고편 ⓒNetflix

공교롭게도 오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오늘은 2020년 3월 5일이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기자회견에 나타난 지, 4일째 되는 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서신으로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은 다음 날이다. 그리고 ‘킹덤’은 왕이 좀비가 된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2019년 1월에 공개된 ‘킹덤’ 시즌1은 왕이 사람을 잡아먹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극 중에서 ‘생사역’으로 불리는 이 괴물은 죽었다가 살아났다. 살아났지만 좀비가 됐고, 좀비가 됐지만 어쨌든 왕이기 때문에 궁의 사람들은 그를 왕으로 대접한다. 꼬박꼬박 절을 하고, 그가 잡아먹을 사람들까지 대령한다. 그 사이 왕좌를 차지하려는 음모들이 판을 치고, 조선 전역이 좀비로 뒤덮인다.

‘킹덤‘의 원작은 이 드라마의 작가 김은희가 공동작가로 참여한 ‘버닝헬 신의 나라‘가 원작이다. 한국에는 2015년 7월에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논란이 발생했던 2016년 이전에 원작이 나왔지만, 2019년 1월에 본 ‘킹덤‘의 왕은 그에 대한 은유로 볼 수밖에 없었다. 좀비가 된 주군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라도 권력을 지키려 한 사람이 ‘킹덤’에만 있지 않았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신천지의 전문가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 신천지 내부에도 있다고 분석하는 중이다.

이만희와 김평화. 2020. 3. 2.
이만희와 김평화. 2020. 3. 2. ⓒ뉴스1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에는 ‘재림예수‘가 없었다. 까맣게 염색한 머리는 젊어 보였지만, 그 또한 청력의 소멸을 겪고 있는 88세의 노인이었다. 그의 바로 옆에는 기자들의 질문을 정리해주고, 때로 답변 여부를 가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과거 신천지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했던 변상욱 YTN 앵커는 이날 기자회견을 보고 ”이씨는 바지사장처럼 세워놓고 있는 것 같다”며 ”이씨로서는 완전히 통제력을 상실했고, 신천지 내 권력 관계가 복잡하게 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씨가 없으면 신도들이 흔들리기 때문에 상징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킹덤’에서 보았전 중전과 영의정 조학주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 내용을 전달한 뒤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 내용을 전달한 뒤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도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정말 온전히 자의로 그 옥중서신을 쓴 걸까? 옥중서신을 찍은 사진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자필‘이 아니라 ‘지장‘이었다. 도장을 소지할 수 없는 신분의 그는 자필에 더해 지장까지 찍어 ‘친박’ 세력을 내친 미래통합당으로 뭉쳐달라는 메시지가 정말 자신의 뜻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동안에도 그의 뜻으로 한 일이 별로 없었다는 걸 알고 있다. 동시에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아직도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드라마 ‘킹덤’,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하나의 이미지로 겹쳐지는 이유다. 오늘은 정말 공교로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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