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성 정체성' 발언 김성태 원내대표 고소

고소 당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뻔

군인권센터가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 등 표현으로 임태훈 소장을 거칠게 비판해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모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월 센터가 국군기무사령부 문건을 공개하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 소장을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라 묘사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된 전력이 있으면서 군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인신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겨레의 7월31일 보도를 보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임 소장을 가리켜 “이분은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분”이라며 “우리 60만 군인이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자가 군을 대표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말했다. 또 김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성 정체성 언급은 부적절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어제밤 군인권센터의 입장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화면으로 나오고 많은 국민들이 우리 당에 연락해왔다. 화장을 많이 한 모습 또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지금 기무사 개혁과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게 맞냐”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김 원내대표의 당시 발언에 대해 “내란 음모 이슈와는 전혀 상관없는 임 소장의 성적 지향을 거론하며 물타기하려고 한 것”이라며 “박근혜가 탄핵되고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지지 기반이 붕괴해 정당 지지율이 10%대를 맴돌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선동으로 이를 만회해보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후 김 원내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음은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문 전문

차별과 혐오에 기생하는 저질 정치를 고소한다.

 

- 임태훈 소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모욕 및 명예훼손죄 민·형사 고소 -

2018년 3월 8일 군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모인 촛불 시민을 무력 진압하고자 위수령과 계엄령 선포를 계획한 내란 음모 사건을 폭로한 뒤로 군인권센터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흠집내기가 점입가경이다. 본인들이 집권 하던 시기에 정부와 군이 친위쿠데타를 모의한 사실이 밝혀지자 사건을 물타기하여 책임을 면하고자 폭로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7월 6일, 군인권센터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을 공개한 이후 자유한국당은 시종일관 계엄령 문건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통상적인 대비 계획이라며 내란범들을 변호했다. 그러던 중 7월 24일 계엄 문건의 세부 계획인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추가로 공개되고 군이 계엄령 선포 후 당시 여당과 협조하여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는 계획 등 쿠데타 음모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밝혀지자 돌연 문건의 성격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출처에 관한 해괴한 논리를 펴기 시작하였다. 문건이 군사비밀이라 억지를 부리며 군인권센터가 기밀을 유출시켰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8월 3일, 임태훈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였고, 10월 10일 국방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기밀 입수 경위를 밝히라며 계속하여 임태훈 소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며 동행명령장 발부와 고발을 운운하고 있다. 생떼도 이러한 생떼가 없다.

군인권센터가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한 것은 7월 24일이다. 해당 문서는 7월 23일 국방부 보안심의회의를 통해 비밀 해제되었기 때문에 군인권센터가 제보를 통해 문서를 공개한 시점에는 이미 군사기밀에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기무사 문건은 내란 음모 계획이 담긴 문서로 생산자가 임의로 비밀 취급하였을지라도 중대한 불법행위의 증거로 국민 앞에 공개되어 수사에 넘겨지는 것이 마땅하다. 자유한국당의 논리대로라면 군이 본분을 잊고 시민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계획도 ‘군사비밀’ 도장이 찍혀있으면 기밀로 취급되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반헌법적 주장을 펴는 정당에 입법권을 쥔 국회의원이 112명이나 있다는 점은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인 추태는 매우 역겹다. 7월 3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비상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군인권센터가 군사 기밀을 유출시켰다는 억지를 부리다 못해 갑자기 임태훈 소장을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자’라 묘사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된 전력이 있으면서 군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인신공격하였다. 뿐만 아니라 해당 발언이 인권 침해라는 기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화장을 많이 한 그 모습’을 하고 기무사 개혁과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상황이 맞는 것인지 의아스럽다는 모욕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임태훈 소장이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이 아니라는 기자의 지적에는 ‘지금은 상황이 그 때와 다를 수도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며 인식의 밑천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김성태는‘반동성애 입장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임태훈 소장에 대한 사과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임태훈 소장은 1996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시작으로 22년 간 인권운동에 투신하고 있고,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뒤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양심수로 선정, 전 세계에서 수천 건의 석방 탄원을 받은 바 있다. 2009년에는 군인권센터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였던 군대 내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며 병영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윤 일병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 2017년 박찬주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등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고, 전군 입대장병 뇌수막염 백신 접종 실시, 군 복무 중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군사법원 개혁, 병사 월급 인상 등의 성과를 이루기도 하였다. 현재 군인권센터에는 연간 1천여 건의 인권침해 상담과 각 종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그럼에도 김성태는 임태훈 소장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군인 인권과 기무사 개혁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다 단정하며 공개 석상에서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 내란 음모 이슈와는 전혀 상관없는 임태훈 소장의 성적 지향을 거론하며 사건을 물타기하려 든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를 공격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한 자유한국당의 얄팍한 수는 이번 한 번 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지지 기반이 붕괴해 정당 지지율이 10%대를 맴돌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선동으로 이를 만회해보려는 속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새롭게 임명된 헌법재판관들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대한 각 종 인사청문회 때마다 빠짐없이 동성애 이슈를 들고 나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청문대상자에게 ‘동성애자냐?’라며 무례한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다수의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성애가 담배보다 유해하다던가, 인권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니 폐지해야한다는 식의 혐오 발언을 일삼기도 하였다.

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기생하는 자유한국당의 천박한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함부로 국민을 모욕하고, 선동과 거짓이 난무하는 저질스러운 협잡 정치로 사회적 소수자들을 벼랑 끝에 내모는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당초 군인권센터는 임태훈 소장에 대한 김성태의 명예훼손과 모욕 발언을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연루된 내란범들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나온 망언으로 치부하여 법적 문제까지 제기하지 않았으나, 자유한국당이 시급한 국정 현안은 등한시 한 채 기무사 문건을 물타기하기 위해 임태훈 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도 계속되어 특단의 경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임태훈 소장은 금일 7월 31일자 자유한국당 원내비상대책회의 모두발언에 대하여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민·형사 상 책임을 묻기로 하였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국회의원 역시 혐오발언을 일삼으며 함부로 국민을 모욕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야 할 것이다.

끝으로 재차 자유한국당에 요구한다. 기무사의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 의 13번 항목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중 ‘당정 협의를 통해 국회의원 설득 및 계엄해제 건 직권상청 원천 차단, 여당(자유한국당)을 통해서 계엄의 필요성 및 최단 기간 내 해제 등 약속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 등 문건 내용에 자당이 등장한 경위에 대해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해명하기 바란다. 국민이 듣고자 하는 것은 김성태의 천박한 인격 모독이 아닌 대한민국 제1야당의 반헌법적 친위쿠데타 연루 여부다.

  1. 10. 24

군인권센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김성태 #군인권센터 #성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