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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주는 '멋있게 늙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

"가만 보면, '멋있게 늙은 남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멋있게 늙은 여자'라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아요."

등장은 고혜란이었다. 마치 ‘뉴스나인’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고혜란을 보듯이. 김남주(46)는 주변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힘이 있었다. 지금 그는 고혜란과 김남주를 딱 반씩 섞어 놓은 듯 했다. 그의 표현을 빌려 김남주는 ‘주눅들기 쉬운’ 성격이었다는데, 고혜란을 만난 후 조금은 달라졌다. 고혜란의 당당함과 김남주의 솔직함이 더해져 김남주 인터뷰는 ‘최근에 이렇게 솔직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나’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 ‘미스티’를 잘 마무리했는데 어떻게 지내나.

= 촬영 마치고 2주 정도 지났다. 아직까지는 다들 고혜란의 모습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고혜란 같은 모습이 나온다. 하다 못해 아이들 학교 학부모들이 ‘고혜란처럼 하고 오지 않을 거면 학교 오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 6년 만에 촬영장에 돌아왔다. 방송환경이 달라지지는 않았나.

= 엄청 바뀌었다. 일단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 (웃음) 인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또 배우를 엄청 예쁘게 찍어주더라. 마이크같은 것이 찍히면 CG(컴퓨터 그래픽)로 지우기도 하고. 연기자에 대한 배려가 많아진 것 같다. 감정을 깨지 않으려고 카메라를 옮겨가면서 찍더라.

- ‘미스티’에 대한 호평은 어땠나.

= 대본을 보고 잘 될 것 같았다. 드라마는 작가 작품이라고 하지 않나. 스토리가 워낙 탄탄해서 잘 되겠다고 생가했는데, 내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주셔서 ‘나는 천운을 타고 태어났다’ 싶었다. (웃음) 우리도 당황스러웠다. 남편도 잘 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고혜란 캐릭터가 뜰 줄 몰랐다고 하더라. 장르 드라마라 시청률은 예상을 못 해서 장난으로 모완일 PD에게 ‘망하면 네 탓’이라고 한 적도 있다. (웃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격정 멜로’라고 해서 불륜드라마인가 멜로드라마인가 걱정을 했는데 막상 방송을 시작하니, 단지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응원하고 호평해주셨다. 티저 예고편을 보는데 잘 될 것 같더라. 가슴이 뛰고 너무 떨렸다.

ⓒJTBC

- 젊은 시절이 지난 여성 배우들이 대개 작품을 선택할 때 ‘엄마’ 역할 밖에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렇게 3~40대의 사랑을 다룬 멜로 작품이 많이 나올까.

=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스티’를 통해 나이 든 여성 배우는 엄마 역할 밖에 못 한다는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나이 든 여자도 충분히 엄마 아닌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미스티’에 임하는 내 소심한 포부였다. 물론 엄마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단순히 엄마이기만한 역할은 조금 그렇다. ‘내조의 여왕’ 때는 결혼한 여자도 복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당시에는 결혼하면 바로 엄마 역할 해야 하는 분위기였으니까.

- 김희선 고소영 등 동시기 활동한 배우들이 현재도 활발하게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면 더욱 든든하겠다.

= 그렇다. 김희선 고소영 모두 엄청난 스타였다. 결혼하고 꾸준히 활동하는 선배들이 있어야 후배들도 덜 겁내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 후배들은 겁 안 내고 연애도 결혼도 잘 하는 것 같다. 여자로서도 엄마로서도 배우로서도 할일은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미용실에서 김선아씨를 만났다. ‘선배님들이 좋은 모습 보여주셔서 좋다’며 ‘많이 긴장되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김선아씨도 얼마나 보기 좋나.

ⓒ글앤그림 제공

-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고민은.

= 얼마나 더디 늙을 수 있나 생각해봤는데 운동 밖에 없는 것 같다. 얼굴은 어쩔 수 없는데 몸 나이는 줄일 수 있다고 하더라. 운동을 하면 피부도 좋아지고 탄력도 생긴다고 한다. 어쨌든 흐르는 세월을 나 혼자 아니라고 할 수 없으니 내 나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다. ‘지금 내 나이처럼 늙을 거야’ 라기 보다, 멋있게 늙고 싶다.

가만 보면 ‘멋있게 늙은 남자’는 많이 들었는데 ‘멋있게 늙은 여자’는 없는 것 같다. (웃음) 저 여자 나이들더니 멋있다는 말 잘 못 들어봤다. 들어봐야 ‘곱게 늙었다’ 정도? 싫다. (웃음) 멋있게 늙은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세상에서 운동이 제일 싫은데 운동해야겠다.

ⓒ더 퀸 제공

- 워킹맘의 삶이란.

= 사실 배우들은 작품할 때 아예 육아를 못 하는 것이고, 작품 외의 시간에는 온전히 아이를 볼 수 있다. 진짜 힘든 분들은 직장 다니는 워킹맘이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집에 가면 애들을 봐야 하지 않냐. 그것도 매일 해야 한다. 직장엄마들 대단하다. 나도 후배들에게 아기 빨리 낳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로 산다는 것에 대해) 너무 신기하다. 아이들이 뭔가를 배워서 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피아노를 가르치면 피아노를 치지 않나. 그게 신기하다. (웃음) 이렇게 큰 딸이 있는 것도 좋고. 딸이 ‘엄마 20대로 돌아가고 싶어?’ 물어봤는데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열심히 살아서 쌓아오면서 지금이 되었는데 다시 돌아가면 또 힘들게 하나 하나 쌓아야 하지 않나. (웃음)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더 퀸 제공

- 후배 연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내가 감히 무슨 말을 하겠나. 다 나보다 나은 것 같다. 요즘 친구들은 표현력이 더 좋은 것 같다. 다양하고 맑은 표정들이다. 자유롭게 자라다보니까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 차기작 계획은.

= ‘미스티’ 고혜란 같은 역할도 많이 들어왔다. 변호사, 탐정도 있다. (웃음) 웬만한 캐릭터로는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텐데 사극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사극을 안 해봤다. 또 어린 시절 영화에서 늘 노출신이 많아서 출연을 안 하다 보니 영화계에서 ‘김남주는 영화 싫어한다’는 말이 있더라. 영화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주로 드라마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그냥 적당한 대본으로 타협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미스티’처럼 확 당기는 작품을 만나면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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