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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트랜스젠더인 나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정치를 한다"

[2020 총선 인터뷰]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HUFFPOSTKOREA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염원이 모여 조기 대선이 열렸다. 5월에 열리는 대선이라고 하여 장미대선이라는 예쁜 이름으로도 불렸다.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었다. 하지만 그 장밋빛 미래에서 배제된 시민들이 있었다. 바로 성소수자들이다.

 

그해 대선에선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가 화두로 떠올랐다. 당선이 유력했던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차별에 반대하나, 동성혼을 합법화하기에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를 지적하는 동성애자를 향해 ”나중에”를 외치는 문 후보 지지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제주에서 비정규직 교사로 일하던 김기홍은 그때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들에게도 트랜스젠더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다음해 그는 제주도 지방선거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비례대표 당선 득표율 5%에 약간 못미치는 4.87%를 기록했다. 녹색당 정당 득표율이 당 후보 득표율보다 높게 나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김기홍은 성소수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표가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렇게 김기홍은 희망을 말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살아가기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변희수 하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했고,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학생은 비난 여론에 밀려 결국 합격을 포기했다.

 

2020년 김기홍은 다시 한 번 정치의 문을 두드린다. 그는 ”좀 더 빠르게 좀 더 강하게 투쟁하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대한민국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성소수자들을 ”공식적으로 존재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3월 6일 진행됐다.

선거에 출마하신 게 처음이 아니에요. 2018년 제주도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이번엔 국회의원 선거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왔어요.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사실 그보다 먼저 2010년 지방선거에 나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아버지가 제주도청 공무원이셨거든요. 아무래도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군 입대 날짜도 나오고 해서 선거에 출마를 하진 못했어요.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가 열렸는데 다 늙은 사람만 나오고, 맨날 나오던 사람만 나오는 거예요. 너무 재미도 없고 이상해보였어요. 그때 내가 한 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당선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청년 의제를 화두로 던지고 싶었어요. 유력 후보들 공약에 청년 의제가 포함될 수 있게요.

정치인 이전엔 음악 교사라고 들었어요. 교사 김기홍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음악교육학을 전공했어요.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 임용시험을 여러 차례 봤는데 1차, 2차, 최종에서 붙을 듯 자꾸 떨어졌어요. 제주, 창원, 밀양으로 기간제 교사 자리를 찾아다녔어요. 2015년부터는 제가 나고 자란 제주에 정착했어요. 그리고 한 중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을 했어요.

그때는 용기가 없어서 치마는 못입고 화장만 하고 다녔거든요? 학생 한 명이 제 성적 취향을 단정하면서 ‘선생님 남자친구 있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그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따끔하게 말하고 벌점 카드를 줬어요. 그때부터인가 학교로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가 왔어요. 제 화장을 문제 삼아서요. 당시 교무부장이 제 중학교 담임 선생님이셨거든요. 저를 따로 불러서 ‘화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럴 수 없다”고 하니 나중엔 ‘기간제 교사 일 계속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협박을 하더라고요. 계약 기간이 끝나고 그 학교를 그만 뒀어요.

 

# ‘성소수자‘가 ‘비정규직 교사’로 살아가기

 

다른 학교에선 어땠어요?

면접 때마다 곤욕을 치렀어요. 여학교를 갔을 때는 ‘우리 학교는 여학생들이 화장을 하지 못하게 엄격하게 단속을 한다. 학생들이 선생님은 화장을 하고, 왜 우리는 못하게 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겠냐?”고 화장을 한 여자 선생님께서 묻더라고요. 남학교를 갔을 때는 긴 머리가 문제였어요. 이번엔 ‘우리 학교는 남학생들 두발 단속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선생님 머리는 긴데 왜 우리는 안되냐고 물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가 질문이었어요. ”기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했던 것 같아요.

분명히 다른 학교인데 질문의 방식이 너무 닮았어요.

또 하나 닮은 점이 있어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외모 단속을 당하거나 해야 하는 여자 선생님들이 많아요. 점잖으신 남자 선생님들은 그런 질문을 안 해요. 학교에선 공무원의 품위 유지라는 모호한 말을 자주 하는데요. 이 말을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로 해석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영향을 받긴 하지만 교사의 외모보다는 말과 생각이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가지고 교사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더라고요. 이런 억압은 또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도 적용되고요.

그때는 커밍아웃을 안 했던 건가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던 건 2017년 대선 토론회를 보고난 후였어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군대 내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물었어요. 지금 대통령이 된 당시 문 후보는 ”반대하지만 존중되어야 한다”고 답을 하더라고요. 내 존재에 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났어요.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건 그렇게 이슈가 되고 나니, 제주에서도 성소수자 혐오 문제가 화두가 됐다는 거죠. 그리고 저는 커밍아웃을 했어요. 제 학생들에게까지요.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HUFFPOSTKOREA

# ‘핑크 보트(pink vote)’를 확인하다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초대 조직위원장도 했죠?

공개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퀴어문화축제라는 곳을 처음 가봤어요. 그즈음 제주에서도 퀴어축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저는 교육 담당자로 합류했어요. 그러다가 당사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조직위원장까지 하게 되었어요. 축제를 앞두고 당시 대한애국당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제주도 전역에 뿌렸어요. 오히려 홍보가 된 덕분인지 1000명이 넘는 인원이 퀴어 깃발을 들고 제주도를 행진했어요. 민간 행사가 첫 해부터 소위 ‘대박’이 난 거죠. 이걸 동력 삼아 퀴어 인권을 정치 무대로 옮겨야 한다는 꼬드김이 있었어요.

누가 꼬드기던가요?

퀴어축제 조직위원들은 저 빼고 모두 당적이 있었어요. 3명은 정의당이었고, 8명은 녹색당이었는데, 녹색당 친구들이 지방선거 출마와 입당을 권유했어요. 그렇게 출마를 전제로 녹색당에 입당했어요.

2018년 제주도 지방선거였던 거죠?

네, 저, 고은영, 오수경 후보가 경선을 치렀고 고은영 후보가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결정됐어요. 저와 오수경은 도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고요. 그리고 비례대표 후보 TV토론회에 제가 나가게 됐어요. 제가 장손이거든요? 저희 할머니는 치마를 입는 저를 늘 걱정하셨는데, TV토론회를 보고나서는 저를 응원해주셨어요. 동네분들도 ‘아이고 잘하더라’하시면서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선거 결과도 고무적이었어요. 당시 고은영 도지사후보는 3.5%를 받았는데, 비례대표 투표에선 녹색당이 4.87% 지지를 얻었어요. 물론 5%를 넘지 못해 비례대표 입성은 실패했지만, 후보보다 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저는 ‘핑크 보트’라고 생각했어요.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표가 모인 결과 같았어요. 트랜스젠더 후보인 제가 성중립 화장실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고은영 후보가 성소수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숨어있던 성소수자들의 표를 끌어모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김기홍 후보는 언제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던 거예요?

제가 이성애자가 아니라 양성애자라고 처음 알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누군가 저를 아웃팅했어요. 그 후론 완전 꽁꽁 숨어서 아닌 척하고 지냈어요. 인터넷 검색으로 궁금한 걸 찾아보다가도 검색 기록을 꼭꼭 지웠어요.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렇게 모든 걸 비밀로 하고 대학교도 졸업했어요.

그러다 제주도로 돌아와 한 사람을 만났어요. 너무 예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이 항상 치마를 입고 다녔는데, ‘나도 저런 예쁜 치마를 입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처음엔 겁이 나서 바지 위에 치마를 입었어요. 그랬더니 ‘이왕 입을 거 스타킹이나 레깅스 위에 입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겨울이라서 그런지 맨 다리 이야기는 안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나서 그 사람과 예쁜 치마를 사러 같이 다녔어요. 그러다 ‘이렇게 치마 입고 다니는 것 괜찮냐?‘고 물었는데 그 사람은 ‘뭐 어때? 어차피 남인데’라고 말했어요. 그게 저한테는 크게 위로가 됐어요.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때부터 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어요.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HUFFPOSTKOREA

 

# 교사의 ‘생각‘보다 ‘겉모습’에 관심 많은 학교

 

성소수자로서 교사를 꿈꾸면서 현실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우리가 경험한 대한민국 학교라는 공간은 굉장히 보수적이지 않나요?

치마를 입는 것 정도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면 한국 공직사회에서 복장이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 학교예요. 교사들은 정장을 꼭 입지 않아도 돼요. 염색도 할 수 있고요. 선생님들마다 개성 있는 수업을 하는 걸 좋아해요. 저 같은 경우도 수업 중에 교탁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시조를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렇게 특이한 건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걸 문제삼는 게 오히려 교권 침해가 될 수 있죠.

우리 사회에서 ‘교권 침해’ 문제가 종종 화두가 되잖아요.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권 침해라고 하면 학생 인권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권리는 나보다 약자를 향해서 휘두르는 게 아니라 나보다 강자를 향해 요구하는 거잖아요. 제 교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정부나 관리자뿐이에요. 수업 내용을 검열하고, 전공도 아닌 내용을 가르치라고 강요하는 게 교권 침해죠.

공론화가 필요한 교육계에서의 문제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임용시험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임용시험은 경쟁 시험이라 지역마다 다를 순 있거든요. 교육 자치제를 하니까요. 그런데 실기 평가의 경우, 지역마다 잣대가 너무 달라요. 예를 들어 음악 교사의 경우 피아노 평가를 할 때 어떤 지역은 즉흥 반주를, 제주도는 교과서에 나오는 전 곡이 범위예요.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평가된 실기 능력이 교육 현장에서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는 거예요. 피아노를 아예 치지 않는 음악교사들도 있거든요.

결과적으로 저는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저한테 누군가는 ‘가짜 선생님’이라고 했어요. 임용시험을 막 통과한 초임 교사분이 ”선생님, 진짜 선생님되면 잘 하시겠어요”라고 하는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HUFFPOSTKOREA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HUFFPOSTKOREA

 

#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정치를 합니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어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는 뭐예요?

제가 진짜 정치를 하는 이유예요. 차별과 배제를 제도적으로 바꿔내고 싶어요. 운동을 하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인식이 분명 바뀌고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니까요. 하지만 저는 좀 더 빠르게 좀 더 강하게 투쟁하기 위해서 정치를 하는 거예요. 그렇게 세상을 바꾼 다음에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공무원과 교사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만들고, 교원노조 관련법 없이 교사들도 일반 노조법으로 할 수 있게 만들고, 그렇게 해서 당적을 유지한 채 다시 학교로 돌아갈 거예요.

학교라는 공간도 바꾸고 싶은 건가요?

우리나라 노동자 중에 학교와 관련 없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고용한 사람들은 대부분 학령기 자녀나, 손자손녀를 두고 있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을 착취해서 학교를 굴리니까 너무 싫은 거예요. 2012년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할 때 한 정규직 교사가 그분들을 보고 ‘시험도 안 치고 들어왔다‘, ‘철방통 만들겠다고 저러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화가 났어요. 시험이 무슨 벼슬이고, 본인 철밥통은 왜 철밥통이 아닌 건가요?

또 공무원 품위 유지의 의무를 지나치게 강요해요. 시간 강사로 일하는 몇 시간 동안에도 품위를 유지하라고 강요하는 거죠. 저보고도 왜 치마를 입고 왔냐고 묻는 이유는 ‘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예요. 대신 우리에게 권리는 쥐어주지 않아요. 원래 권리는 더 포괄적으로 확대해서 해석해야 하고, 의무는 축소해서 해석해야 하는 건데 거꾸로 하는 거예요. 이건 권리 최소주의인 거예요.

지금까지의 선택들을 보면 가장 먼저 자신을 화나게 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2020년 3월 현재 김기홍을 가장 화나게 하는 일은 어떤 건가요?

=변희수 하사를 숙명여대 합격생을 군대와 학교에서 쫓아낸 일이요. 그분들을 반대하겠다고 온갖 혐오 발언들이 여론이라고 포장돼서 나왔어요. 언론은 그걸 그대로 받아쓰고요. 언론이 되게 짜증나요. 팔아먹기 좋으니까 대결하는 것처럼 싸움을 부추기고 혐오를 조장하고요. 전반적으로 화가 나요.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HUFFPOSTKOREA

 

# 비키니를 입고 본회의장으로 출근하는 ‘퀴어’ 국회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국회의원 시절 라운드 티셔츠에 흰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장해 많은 화제와 논란을 낳았어요. 김기홍 후보가 당선된다면 존재 자체만으로 그보다 훨씬 큰 이슈가 될 것 같아요.

제가 국회에 들어가면 우선 성소수자 혐오 발언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순간 제가 문제를 제기할 테니까요. 만약 ‘표현의 자유’라는 답변을 한다면 제가 표현의 자유를 몸소 보여주려고요. 비키니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출근을 할 거예요. 너희들이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이게 바로 표현의 자유다라고 말할 거예요. 저는 그것부터 싸울 준비가 돼 있어요.

국회에 입성한다면 성소수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그들이 공식적으로 존재하게 만들고 싶어요. 모든 공동체는 협의와 합의를 기초로 규범을 만들잖아요. 그런데 한국사회의 규범에서 퀴어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대한민국에서 퀴어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있다면 통계를 잡잖아요. 통계? 없어요. 통계로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요. 성소수자들의 입장에선 아웃팅을 겁낼 수 있겠지만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조사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조사를 안 해요. 퀴어와 관련한 법률, 정책, 통계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죠.

국가인권위원회 법에서는 성적 지향과 성적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가인권위가 다루는 범위일 뿐이에요. 인권위는 실제 제재의 권한이 없잖아요. 행정에서 퀴어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데 없다는 것은 오히려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거든요. 실제 우리 법상 혼인은 일정 나이 이상의 두 사람의 결합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여기에 성별은 없어요. 지금도 행정상으론 동성혼이 가능해요. 그런데 안 해주죠. 법과 제도가 없이 실무자 개개인의 편견에 따른 판단, 성문화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규범으로 판단되는 거예요. 거부할 근거가 없으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1호 법안’은 차별 금지법이 되는 건가요?

저는 1호 공약을 굉장히 싫어해요. 몇대 공약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1호 공약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답을 해요. 우리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세상을 위한 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기 위해서 설득하는 정치, 그게 정치가 아닐까요? 나와는 멀리 있는 사람, 만약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좀 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물들어가는 정치를 할 거예요. 다른 당 의원들을 만나서 이쪽으로 끌어올 거예요. 만약 ‘명분이 없다’고 한다면 제가 명분을 만들어줄 거예요. 그런 식으로 끌어오는 정치를 할 거예요.

그렇게 해서 차별 금지법과 인권 기본법을 만들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이 차별을 안 받게끔 온갖 관계법들을 다 개정할 거예요. 저는 법 전반을 다 점검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1호 공약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다른 국회의원들을 어떻게든 잡아끌고 왼쪽으로 잡아끌어서 사회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방향으로 가게 할 거예요.

 

P.S

4·15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튀어나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비례연합정당 구성과 관련해 ”성소수자 문제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말한 정당은 김기홍 후보가 소속된 녹색당을 가르킨 것으로 보인다.

성소수자를 문제적 존재로 몬 윤호중 총장은 8년 전만 하더라도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낸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몇 년만에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기홍 후보는 ”모든 유권자를 사람이 아닌 표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 후보는 ‘역조공성 팬미팅 차원’에서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윤호중 총장의 선거 사무소 앞에서 정당 연설회를 열었다. 그는 윤 총장의 발언을 인용해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말했나? 성소수자의 인권이 논쟁이 되는 건 당연히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일이 맞다”고 되받아쳤다.

마지막으로 김기홍 후보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이 한 마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사과한다면 사인해드릴 용의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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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녹색당 #김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