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4월 11일 16시 15분 KST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결정할 요인은 어쩌면 '이것'이다

북한에 '이것'이 있는지 확실치 않다.

KIM DOO-HO via Getty Images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5월이나 6월초에 만난다. 어디서 만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판문점, 북한 평양, 미국 워싱턴 등이 회담 후보지로 거론된다. 중국, 러시아, 싱가폴, 스위스, 혹은 북한 내에서 미국 이익대표부 역할을 해 온 스웨덴 등도 후보지다. 역사적인 정상회담 개최 장소는 어쩌면 사소한 요인에 의해 결정될지도 모른다. 바로 ‘비행기’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이 중간급유 없이 미국이나 유럽까지 믿고 타고 갈만한 비행기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비행기가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는 구 소비에트 연방의 항공설계국 일류신이 제작한 Il-62 여객기다. 1960년대 개발됐고 1993년 생산이 중단된 기종이다. 전문가들은 연식, 장거리 비행 경험 부족 등을 감안하면 3000마일(약 4828㎞)을 넘는 비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4년 북한 2인자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타고 있던 II-62는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다가 기체 결함 때문에 되돌아왔다. 2016년에는 고려항공 비행기가 비행 중 불이 나 중국 선양에 비상착륙했다. 지난해엔 같은 비행기가 비행 도중 날개 덮개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로 비상착륙하기도 했다.

자국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급유나 정비를 위해 어딘가에 잠깐 들리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어디에 기착할 것인가’라는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많은 나라들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게서 비행기를 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도청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해외로 나가면서 외국 비행기를 타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스웨덴이나 한국이 태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쑥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비행 전문 언론인 찰스 케네디는 워싱턴포스트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 고려항공이 보잉 757과 능력상 큰 차이가 없는 투폴레프 기종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발 Il-62가 로스앤젤레스까지 날아가는 것은 기존 비행반경을 벗어나는 일이지만, 항공기(정비)가 극도로 기초적인 기술임을 고려하면 북한이 비행기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려항공의 최신 항공기들은 쿠웨이트나 말레이시아로 북한 해외노동자를 실어 나른적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