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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05일 12시 57분 KST

김연경이 터키전이 끝난 후 자신에게 레드카드 준 심판을 찾아가 손을 내밀고 웃으며 인사했다

그의 어깨를 두들기기도 했다.

세계 여자 배구 올타임 1위 김연경. 4일 보여준 경기력만으로도 그가 위대한 플레이어라는 것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단순 플레이어가 아닌,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점은 경기가 끝나고 선수 한 명 남지 않은 텅빈 코트에서 발견됐다. 공을 들고 있지 않을 때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CARLOS GARCIA RAWLINS via REUTERS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와 경기에서 김연경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와 경기에서 3-2로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김연경(33)은 취재진에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잤다”고 간밤의 심경을 설명했다. 터키전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름을 걸고 뛰는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친 것. 숙면의 깊이와 달리 그의 스파이크는 터키 진영의 깊숙한 곳을 파고들며 28점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CARLOS GARCIA RAWLINS via REUTERS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김연경과 박정아, 박은진 선수

올림픽 직전까지 터키는 4위, 대한민국은 14위였으며, 순위를 떠나서 터키는 김연경이 뛰었던 배구 강국이다. 김연경이 ”올림픽 개막 전엔 누구도 우리의 준결승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솔직히 처음 8강 상대가 터키로 결정된 뒤엔 나도 준결승 진출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 밝혔을 정도였다.

누구도 이길 수 있다 장담할 수 없었으나 그는 경기 내내 누구보다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쳤고, 잘한 선수에게 빠르게 다가가 웃으며 칭찬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CARLOS GARCIA RAWLINS via REUTERS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김연경과 그 옆으로 박은진,염혜선,김희진의 모습.

항의에도 적극적이었다. 김연경은 3세트에서 심판의 판정에 항의를 하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김연경은 ”사실 경기 전부터 심판의 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번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흐름이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며 전략적으로 심판에게 강한 항의 표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뉴스1
배구 김연경이 심판진에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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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김연경이 심판진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 24-23 랠리 중 앙효진 공격이 네트에 걸렸다. 하미드 알루시 주심은 ’포히트 범실(한쪽 진영에서 공을 4번 터치한 범실)을 선언했다. 이에 김연경은 격분하며 네트를 흔들었다. 알루시 주심은 옐로카드를 들어 김연경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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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항의에 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는 알루시 주심.

4세트 2-5 상황에서 김연경은 ‘터키의 더블 콘택트’를 주장하며, 또 알루시 주심과 맞섰다. 두 번째 격한 항의를 하는 김연경 앞에 그는 레드카드를 꺼냈다. 배구에서는 레드카드를 받으면, 상대 팀에 1점을 준다.

뉴스1
항의하고 있는 김연경과 이를 제지하는 알루시 주심의 모습

김연경의 친한 선배이자 KSB의 배구 해설을 맡은 한유미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는 김연경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나가서 항의를 하면 좋겠다”며 혼자 짊어지는 김연경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전이 끝난 후 김연경은 후배들이 인터뷰존을 마칠 때까지 지켜보며 응원을 한 뒤 텅 빈 코트를 가로질러 알루시 주심을 찾았다.

채널 '비디오머그'
'세상아슬아슬했던 여자 배구 터키전, 현장은 얼마나 쫄깃했게요 [비머in도쿄 ep.11] / 비디오머그' 캡처

그는 먼저 악수를 청하며 웃었고, 주심 또한 그의 악수를 받아줬다. 이어서 당시의 상황을 서로 설명하는 듯한 제스츄어가 오가고 김연경은 웃으며 악수를 다시 한 번 청한 뒤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비디오머그
김연경은 주심을 찾아가 악수를 청하고 난 뒤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를 가장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레드카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좋게 마무리됐다”고 짧게 설명했다. 최고의 선수는 경기의 끝을 언제, 어디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인가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VALENTYN OGIRENKO via REUTERS
대한민국 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의 멋진 마무리는 아래 영상 4분 34초부터 확인 가능하다.

황혜원: hyewon.hw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