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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잘만 지내는 '막장 현실'에서 인과응보는 김순옥 '펜트하우스 시즌2'에서만 볼 수 있는 판타지인 걸까

김순옥 드라마에서 ‘악역’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

  • 이인혜
  • 입력 2021.02.19 13:32
  • 수정 2021.02.21 01:12
최근 논란이 된 '현실' 가해자 사례 (왼쪽), 이른바 '펜트하우스 키즈'로 불리는 아이들의 악행 장면 
최근 논란이 된 '현실' 가해자 사례 (왼쪽), 이른바 '펜트하우스 키즈'로 불리는 아이들의 악행 장면  ⓒ뉴스1, SBS

 

“복부 걷어차더니 ‘임신 못 해도 상관없다’면서 계속 때렸습니다. 20년 동안 잊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얼굴 보니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최근 네티즌 A씨가 가수 진달래 ‘학폭’을 폭로하면서 한 말이다. 논란이 커지자, 진달래는 본인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관련 이슈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오고 있다. 연예 스포츠 분야를 막론하고 터지는 논란을 지켜보다 보니,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SBS ‘펜트하우스’ 시즌1 한 장면이 떠오른다.

“너네 자식들이 한 짓은 괜찮고? 너네 자식들이 차에 불 지르고 도망쳤잖아! 민설아 내 딸이야!”

- SBS ‘펜트하우스’ 심수련

 

'펜트하우스' 한 장면
'펜트하우스' 한 장면 ⓒSBS

 

극 중 엄마 심수련(이지아)이 ‘학폭‘에 시달린 딸을 대신해 가해자 측에 한 말이다. 심수련은 자식들 잘못에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 가해자 부모들을 폐차된 버스로 유인해 자백을 끌어냈다. 같은 시간 ‘가해자’인 아이들은 부모가 처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눈물로 진술서를 썼다.

'펜트하우스' 한 장면
'펜트하우스' 한 장면 ⓒSBS

 

갑자기 이 장면이 떠오른 이유는 현실에선 보기 힘든, ‘불가능한’ 장면이어서다. 실제로 현실에선 피해자 측이 복수를 하기는커녕 심리적, 신체적 후유증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게 대부분이다. 학폭피해자가족협의회는 ”(피해자는) 성인이 돼서도 한동안 골목길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평생 짊어지는 후유증이라고 한겨레에 말했다. 이렇게 피해자의 고통은 참혹하지만, 가해자들에겐 그저 ‘장난‘일 뿐이다. 지난달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28.1%),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때문에’(8.3%) 이같은 만행을 저지른다고 응답했다.

 학창시절 잘못된 행적을 인정하며 사과문을 올린 스타들
 학창시절 잘못된 행적을 인정하며 사과문을 올린 스타들 ⓒ하늘, 박경 SNS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는 과거 학창시절 논란을 인정한 스타들의 자필 사과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문제 행동을 “어린시절 철없는 행동”으로 포장하며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있을까? 오히려 유명세로 인한 괜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일이 터지면 ‘잠깐’ 자숙하다 아무렇지 않게 TV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이른바 '펜트하우스 키즈'로 불리는 아이들의 악행 장면 
이른바 '펜트하우스 키즈'로 불리는 아이들의 악행 장면  ⓒSBS

 

다시 드라마 얘기를 해보자면, ‘펜트하우스’에서 극중 중학생인 아이들 역시 가해 행위를 단순한 ‘장난‘으로 여긴다. 이들은 동급생 민설아를 차에 가두고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여기서 죄책감 따윈 조금도 없다. 하지만 현실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펜트하우스’ 민설아 엄마 심수련은 가해자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했고, 이 복수는 시즌2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펜트하우스’ 시즌2 첫 방을 하루 앞둔 18일, 드라마 집필을 맡은 김순옥 작가는 이렇게 예고했다. ”시즌2는 인과응보(因果應報, 좋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뜻) 포인트를 유념해서 봐주시면 좋겠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을 모조리 섭렵한 팬으로서, 그가 보여줄 ‘인과응보‘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학폭’을 저지른 ‘펜트하우스’ 아이들, 이른바 ‘펜트하우스 키즈들’에게도 그에 걸맞게 엄한 벌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는 점이다.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이다’를 내려주시길, 비나이다, 사이다????!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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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펜트하우스 #청소년 #김순옥 #학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