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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1일 18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2월 22일 14시 18분 KST

‘펜트하우스’ 김소연의 운명은? 딸 최예빈이 비극의 씨앗 될까. 김순옥 전작으로 보는 악역 몰락사

‘아내의 유혹’ 신애리는 불치병에 걸렸고 ‘왔다 장보리’ 연민정은 장애를 갖게 됐다.

SBS, MBC
김순옥 드라마 악역

 

[장르가 김순옥②] ‘아내의 유혹’ 신애리부터 현재 방송 중인 ‘펜트하우스’ 천서진까지, 희대의 악역 캐릭터는 김순옥 드라마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이들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죄책감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의 존재감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만들 정도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김순옥표 ‘막장드라마’의 1등 공신이었던, 대표 악역 TOP3를 돌아봤다. 

 

친자매처럼 자란 친구의 남편 뺏은 ‘아내의 유혹’ 신애리

SBS
아내의 유혹 신애리, 점 찍고 돌아온 구은재

 

“넌 치명적인 성격장애자고 인생파괴범이야!” SBS ‘아내의 유혹’ 구은재(장서희)가 신애리(김서형)에게 한 말은 극 중 신애리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는 10년 넘게 친자매처럼 자란 은재의 남편을 유혹해 그의 가정을 파탄 낸다. 죄책감도 없어서 오히려 ‘내가 먼저 네 남편 좋아했다’는 말만 내뱉는다.

설상가상이라 해야 할까, 배은망덕이라 해야 할까. 극 중에서 은재 집안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나 다름없던 애리를 돌봐준 ‘구세주’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신애리는 은재 집안이라면 이를 갈고 분노하며, 끝없는 억울함을 토로한다.  

“나도 네 엄마·아빠 고소할 거야. 네 부모가 내 부모의 교통사고 보상금을 가로챈 거 알고 있었어? 내 부모의 목숨값으로 네가 옷 사 입고 대학 간 거 알고 있었냔 말이야! (중략) 내 보상금으로 너는 4년제 대학 가고 나는 전문대도 중퇴했어. 내 보상금으로 너 결혼시키고 나는 유학비 10원도 못 받았어. 그게 네 부모님이야.” -극 중 신애리가 구은재에게 한 말

성장 과정에서 쌓인 (사고 보상금을 가로챘다는) 오해와 서러움이 은재를 향한 복수로 변질한 것이다. 그게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신애리는 결국 드라마 내부에서건 외부에서건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나쁜 X’으로 남았다. 

그는 이후 점 찍고 돌아온 은재에게 꼼짝없이 당하는데, 이때도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은재의 반격에 분노하는 등 뻔뻔하게 행동한다.

신애리는 온갖 악행 끝에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절규한다. 하지만 이때도 정신을 못 차린다. 자신을 찾아온 은재와 함께 죽으려고 산 언덕을 구르질 않나, 나중엔 은재에게 아들(은재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을 부탁한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바다에 스스로 뛰어드는 건 막바지에 이르러서다.

SBS
약간 황당한 '아내의 유혹' 마지막회 장면. 죽은 신애리와 정교빈(바다에 뛰어든 신애리 살리려다 함께 죽게 됨)이 하늘에서 구은재, 민건우 커플을 바라보고 있다.

 

신분 상승 위해 부모·자식까지 버린 ‘왔다 장보리’ 연민정

MBC
절규하는 연민정

 

“천하의 독종, 철면피!” MBC ‘왔다! 장보리’ 연민정(이유리)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사다. 극 중 연민정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협박과 거짓말을 남발하고, 부모와 자식도 버리는 희대의 악역이다.

어린 시절부터 싹수가 노랬다. 가난한 국밥집 딸이었던 그는 멀쩡히 살아있는 친엄마 도혜옥(황영희)를 자신을 부려 먹는 아줌마라고 거짓말하며 자신을 고아로 자처, 부잣집 양딸이 되면서 승승장구한다.

성장 후엔 애인 문지상(성혁) 집안이 어려워지자 가차 없이 이별을 통보하고 배 속에 있는 아이까지 지우려 한다. 하지만 실패. 결국 딸을 낳지만 모르는 척 외면한다. 이후 사업가 이재희와 결혼하며 새 출발을 꿈꾸는데 결혼 전 아이를 낳은 사실을 들킬까 전전긍긍한다. 설상가상으로 의붓동생 장보리(오연서)가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친엄마에게 ‘아이를 납치해 해외로 도망가라’는 부탁까지 한다.

MBC
연민정

 

연민정은 장보리가 양부모 친딸이라는 사실을 안 이후에도 그가 친부모를 찾지 못하게 막는 데다 사사건건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전애인을 죽이려고까지 한다. 

연민정은 누구보다 비참한 결말을 맞은 뒤에야 후회한다. 모든 악행이 들통 난 뒤 교도소에 갇히는 것은 물론, 출소 후 친모를 찾아가는데 친모는 기억상실에 걸려 민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손에 크게 화상을 입으면서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장애도 갖게 된다. 수술만 하면 고칠 수 있지만, 본인이 거부하는데 이때 하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이 손이 아니었으면 어디서 또 나쁜 일 하고 거짓말하면서 살지도 몰라요.”

 

애정결핍과 열등감에 뒤틀린 ‘펜트하우스’ 천서진

SBS
펜트하우스 천서진

 

“가짜 1등, 천서진. 도둑년” SBS ‘펜트하우스’ 천서진(김소연)의 정곡을 찌른 오윤희(유진)의 대사다. 극 중 천서진의 모든 악행은 ‘열등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학창시절 자신보다 성악 실력이 뛰어난 윤희를 시기, 질투한다. 윤희와 언쟁을 벌이다 트로피로 그의 목을 그어 윤희가 더는 성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윤희의 오랜 연인 하윤철(윤종훈)까지 빼앗아버린다. 그 뿐인가. 주단태(엄기준)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면서도 남편 윤철이 윤희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것을 알자 불같이 화내는 ‘내로남불’ 행태까지 보인다.

천서진의 성격이 뒤틀린 요인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나왔다. 엄격하고 혹독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자기밖에 모르는 애정결핍형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적당히 좀 하세요!!! 제가 잘못 살았다면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서영이랑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시키고 채찍질에 또 채찍질에!!! 한 번도…. 진짜 사랑을 준 적 없잖아요…. 아버지 인생의 도구로 자식을 쓰신 거잖아요!! 사랑에 굶주렸었어요…. 그래서 딴 남자도 만난 거고요….” - 천서진

 

불행히도, 잘못된 가정교육의 폐해는 서진의 딸 은별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인 체면을 위해 딸을 최고로 만들려 했던 아버지처럼 천서진 자신 역시 은별에게 그대로 하는 것이다. “내가 청아 예고 이사장이 되려면 (은별이) 넌 최고가 되어야 해. 엄마 말 알아들어?” 

SBS
딸 하은별을 압박하는 천서진

 

천서진은 이날(15일) 그토록 원하던 이사장 자리를 꿰차면서 진정한 악역으로 거듭났다. 그가 계단에 굴러 떨어진 아버지를 외면한 채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절 이렇게 만든 건 아버지예요... 그러니 너무 억울해 마세요 아버지... 그래도 하나는 해주고 가셨으니...” 

SBS
죽어가는 아버지를 외면한 뒤, 피아노 연주를 하는 천서진. 

 

회차가 진행될수록 천서진의 악행도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서진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순옥 작품 특성상, 악역은 반드시 비참한 결말을 맞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천서진이 아버지가 생을 다하는 순간을 외면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 역시 딸 은별로 인해 불행한 운명을 맞게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천서진은 과연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벌써부터 드라마 마지막회가 기다려진다.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