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故김광석이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부른다면 이런 느낌? 전설의 목소리들을 복원한다 (영상)

고 김광석, 김현식, 신해철 등의 목소리를 복원했다.

김현식.
김현식. ⓒ<한겨레> 자료사진

 

객석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영원한 가객’ 김현식의 모습을 마주하고서다. 무대 위에선 첨단 기술로 복원된 그가 다시 노래하고 있었다. “표정 없는 아픔의 말을/ 너는 많이도 미워하겠지/ 돌아선 나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알까.” 노래는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였다.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한 그의 모습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한 목소리만은 김현식이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16일 케이블 채널 <엠넷>이 방송한 <에이아이(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다시 한번>)에서는 30년 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김현식의 2020년 무대가 펼쳐졌다. 음원 등 그의 생전 자료에서 뽑은 음성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그의 기존 노래가 아닌, 그가 살아 있을 당시엔 세상에 없던 노래를 부른 것이다.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는 김현식이 사망하고 3년 뒤인 1993년 발표된 곡이다. 그의 무대를 객석에서 보며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김현식의 동생 김현수씨는 노래가 끝난 뒤, 형을 향한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인공지능과 홀로그램으로 김현식의 목소리와 모습을 복원한 <엠넷></div>의 <에이아이(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
인공지능과 홀로그램으로 김현식의 목소리와 모습을 복원한 <엠넷>의 <에이아이(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최근 들어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통해 옛 가수들의 목소리나 모습을 살려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진일보한 인공지능 기술로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스타’를 복원해,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한편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은 지난 9일 방송에서 혼성그룹 거북이의 터틀맨(임성훈)을 복원했다. 제작진은 2008년 심근경색으로 숨진 그를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살려 3인조 거북이의 완전체 무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날 거북이가 소화한 곡은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제이티비시)의 오에스티(OST) ‘시작’을 편곡한 ‘새로운 시작’이었다.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혼성그룹 거북이의 터틀맨(임성훈·가운데)의 목소리와 모습을 복원한 <엠넷></div>의 <에이아이(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혼성그룹 거북이의 터틀맨(임성훈·가운데)의 목소리와 모습을 복원한 <엠넷>의 <에이아이(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 프로그램은 2부작으로 제작해 16일 김현식 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는 수많은 팬이 “그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씨제이이엔엠(CJ ENM) 콘텐츠 아르앤디(R&D)센터 김동규 피디(PD)는 “음악으로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자 한 고인의 뜻과 삶을 에이아이를 활용한 음성복원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돌아봄으로써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드리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2014년 의료사고로 영원히 잠든 ‘마왕’ 신해철도 무대에서 부활한다. 방탄소년단(BTS)과 뉴이스트, 여자친구 등 빅히트 레이블 소속 가수들은 오는 31일 합동 공연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에서 신해철을 기리는 헌정 무대를 마련한다. 이 자리에서 가수들은 홀로그램으로 복원한 신해철과 합동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팬들의 기대를 모으는 또 다른 가수는 김광석이다. 에스비에스(SBS)는 다음달 신년특집으로 4~5부작가량의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을 내보낼 예정이다. 박세리와 에이아이 골프 로봇 엘드릭의 대결을 비롯해 모창, 작곡, 주식 투자, 심리 인식 등 6개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모창 에이아이는 1996년 세상을 떠난 김광석의 목소리를 복원한다.

2002년 발표된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부르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모창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할 에스비에스(SBS)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2002년 발표된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부르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모창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할 에스비에스(SBS)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유튜브 예고 화면 갈무리

 

최근 이 모창 에이아이가 김광석의 목소리로 2002년 발표된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소화하는 티저 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는 “소름 돋는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김광석의 평소 발음까지도 똑같이 소화한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남상문 에스비에스 시사교양본부 국장은 “그가 떠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고, 노래를 노래답게 불렀던 김광석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것은 공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보고 싶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그가 한번도 부를 수 없었던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등을 비롯해 100여곡을 테스트해봤다”며 “기교 없이 정직하게 목소리를 내는 김광석의 창법에 이 곡이 가장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시 볼 수 없는 가수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미량 성균관대 교수(컴퓨터교육과)는 “인공지능을 통해 복원된 가수의 목소리나 형상이 가족이나 일부 팬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으나, 이는 가수의 고유성과 인격권 등을 훼손할 수 있고, 상업적으로 오·남용될 여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수 본인이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 쓰이는 것에 동의했을까’도 생각해야 한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 이런 시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상업적으로 이용되기에 앞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방송 제작진이 가장 주의를 기울인 부분도 이 지점이다. 김동규 피디는 “해당 가수의 유가족과 관계자의 동의를 얻어 상업적 요소는 배제하고 고인의 뜻을 추모하려는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방송에 선보인 모든 음원은 발매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남상문 국장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런 부분이 방송에 담길 예정”이라며 “과학자가 기술을 만들어내지만 쓰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전제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AI #김광석 #신해철 #김현식